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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한국계 미국인이 설립한 미국의 바이오 벤처 기업 트루티노 바이오사이언스(Trutino Biosciences)가 잇따른 유효성 입증 실패로 사실상 버림받고 있는 인터류킨-2(IL-2) 작용 면역요법의 재기를 시도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7일 트루티노의 ‘ODC-IL2’에 대한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했다. 회사측은 향후 임상을 통해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이 있는 성인 환자에게 정맥 내 점적 투여하는 방식으로 ‘ODC-IL2’의 안전성, 약력학 및 약동학을 평가할 예정이다.
‘ODC-IL2’은 트루티노의 On-Demand-Cytokine(ODC) 플랫폼 기술을 통해 발굴된 IL-2 작용제 후보물질이다. 비면역 종양(Cold Tumor: 종양미세환경에서 면역 세포가 거의 없거나, 암에 반응하지 않는 유형)에 효과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기전이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ODC-IL2’를 비롯한 IL-2 작용제는 그간 면역관문 억제제에 반응하지 않는 비면역 종양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약물로 주목을 받았다. IL-2가 면역 반응을 조절하는 사이토카인이므로, IL-2 작용제는 비면역 종양에 염증을 유도해 면역 세포를 끌어들인 후, 면역관문 억제제를 통해 치료하는 접근법이었다.
그러나 기존의 IL-2 작용제는 생체 내 반감기가 짧다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반감기를 늘리기 위해 용량을 증량하면 혈관누출증후군 등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용량을 늘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넥타(Nektar)의 IL-2 작용제 ‘벰페갈데슬류킨’(Bempegaldesleukin)이다. 넥타는 지난 2018년 미국 BMS와 계약을 체결하고 BMS의 PD-1 면역관문 억제제 ‘옵디보’(Opdivo, 성분명: 니볼루맙·nivolumab)와 ‘벰페갈데슬류킨’의 병용요법에 대한 공동 개발을 진행한 바 있다.
‘옵디보’+‘벰페갈데슬류킨’ 병용요법은 초기 단계의 임상에서는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보이며 면역 치료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는 듯 했다. 하지만 대규모 임상 확증 시험인 3상에서 연이어 유효성 입증에 실패하자 BMS는 2022년 4월 이후 모든 개발을 중단했다.
‘벰페갈데슬류킨’의 실패에 대한 정확한 원인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벰페갈데슬류킨’이 종양미세환경뿐만 아니라 신체 전체에 비특이적으로 면역 세포를 자극하여 독성 반응을 유발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다.
‘ODC-IL2’은 이러한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도록 설계된 새로운 IL-2 작용제 후보물질이다. 이 약물은 종양미세환경에 도달했을 때 등 특정 조건에 의해서만 사이토카인이 노출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반감기도 길게 유지되도록 조작(엔지니어링)됐다.
실제로 회사 측에 따르면, 전임상 실험에서 ‘ODC-IL2’은 면역 세포가 비활성 상태로 주위를 맴돌던 비면역 종양을 면역 세포의 활성이 활발한 면역 종양(Hot Tumor)으로 바꾸었다. 특정한 조건이 아닌 이상 사이토카인이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부작용의 염려도 적었다.
트루티노는 이러한 전망을 바탕으로 지난 2024년 12월 30일 미국 국립보건원 운영 임상시험정보사이트 ClinicalTrials.gov에 ‘ODC-IL2’의 1상 소식을 게시하며 본격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ODC-IL2’의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 해당 시험은 미국 애리조나주 어너헬스(HonorHealth)에서 참여자를 모집 중이다.
여기에 이번에 한국을 임상국가로 선택하면서 회사 대표가 한국인이라는 점이 고려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ODC-IL2’가 후기 단계의 임상에서도 유효성을 입증할 경우, IL-2 작용제를 활용한 면역 치료의 불씨를 되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트루티노는 한국계 미국인인 필립 김 대표가 2018년 미국 미국 샌디에이고에 설립한 생명공학기업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20년 2월 독일 베링거 잉겔하임(Boehringer Ingelheim)과 ODC 플랫폼 기술에 대한 협력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헬스코리아뉴스
이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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