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최재백 기자] 장 마이크로바이옴 내 특정 세균의 비율로부터 다발성 경화증 중증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 마이크로바이옴 내 비피도박테리움 세균과 아카만시아 세균의 비율로부터 다발성 경화증(MS) 중증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학술지 PNAS에 실렸다.
MS는 신체 면역계가 중추신경계를 공격하는 만성 신경질환으로, MS 환자 수는 전 세계 약 290만명으로 추정된다.
MS 환자마다 질병 중증도가 다르고, 급성 악화가 발생하거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확장되는 등 ‘MS 악화(MS Exacerbation)’로 알려진 증상이 생길 수 있다.
유전과 같은 ‘수정 불가능한 요인’부터 흡연·비타민 D 결핍·식사·장 건강 등 ‘수정 가능한 요인’까지 MS와 연관된 수많은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
최근 연구팀은 바이러스 감염, 햇빛 노출, 장내 세균 등 MS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적 요인들에 주목했는데, 그들은 MS 환자의 장에서 발견되는 세균이 건강한 사람과 다르다는 사실에 집중했다.
그들은 MS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장내 세균 조성이 정확히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장내 세균의 변화가 MS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원들은 MS 환자 45명의 장 마이크로바이옴을 분석한 결과, MS 환자의 장에서 ‘블라우티아’ 세균이 더 흔하게 발견됐다고 전했다. 과거 연구에 따르면 블라우티아 세균은 장 건강을 유지하고 염증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이에 더해 MS 환자의 장 ‘프레보텔라’ 세균 수치가 낮은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과거 연구에 따르면 장내 프레보텔라 세균의 불균형은 일부 질환과 연관이 있다.
연구팀은 MS 환자의 독특한 장내 세균 조성이 MS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MS 환자의 프레보텔라 세균 수치가 낮은 것은 장 마이크로바이옴을 건강하게 유지해주는 유익균이 소실되었음을 시사하는 만큼, 장내 세균 불균형이 MS 병리에 관여할 수 있다고 제기했다.
나아가 연구팀은 생쥐를 이용한 동물실험을 진행했는데, 생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에 블라우티아 세균, 프레보텔라 세균, 또는 대조군으로서 포카이콜라 세균을 주입했다.
그 결과, 블라우티아 세균이 주입된 생쥐들은 다른 세균이 주입된 생쥐들보다 장 염증이 많이 발생하고, MS-유사 증상이 더 심하게 나타났다.
추가로, 블라우티아 세균이 주입된 생쥐들은 MS 증상이 발현되기 이전에 비피도박테리움 세균 수치는 낮고, 아카만시아 세균 수치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블라우티아 세균이 주입된 생쥐는 MS 환자에게서 관찰됐던 것처럼 비피도박테리움 수치가 낮고, 아카만시아 세균 수치가 높았다고 강조하며, 장 마이크로바이옴으로부터 MS 중증도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블라우티아 세균과 아카만시아 세균은 뮤신 당 사슬의 서로 다른 부분을 표적으로 작용하는데, 블라우티아 세균이 뮤신의 특정 부분을 소모해 염증성 환경을 만들면, 남은 뮤신 부위를 아카만시아 세균이 이용해 증식함에 따라 장은 물론 뇌에까지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반면 건강한 비염증성 환경에서 자라는 비피도박테리움 세균은 MS-유사 질환에서 조성되는 염증성 환경에서 잘 생존하지 못해 그 수치가 감소하는데, 이러한 비피도박테리움-아카만시아 비율이 MS 발병 및 중증도에 대한 잠재적 지표로서 유용하다는 것이다.
한편 비피도박테리움을 포함한 프로바이오틱 요거트 또는 케피르(Kefir)를 섭취하는 것이 MS 증상을 관리하거나 MS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연구팀은 단순히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답했다.
그들은 프레보텔라 세균이 MS를 개선하는 효과가 발견된 것과 달리, 생쥐의 장 내에 비피도박테리움 세균을 대량 서식하게 만드는 것이 MS 중증도를 낮추거나 질병 경과에 영향을 미치는지 직접적으로 시험해보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더해 그들은 MS와 같은 자가면역 질환은 ‘내전’과도 같아서 체내 환경이 유익균이 생존하는 데 이롭지 않을 수 있는데, 비피도박테리움이 보충되어도 MS-유발 염증성 환경에서 비피도박테리움이 잘 생존하고 유익한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그들은 프로바이오틱스에 단적으로 주목하기보다 일상 식사에 건강한 식물성-기반 식품을 추가하여 장 마이크로바이옴을 관리하도록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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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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