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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웅제약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사진=대웅제약 제공]<br>
[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대웅제약의 칼륨 경쟁적 위산 분비 억제제(P-CAB)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가 아직까지 근본 치료제가 없는 특발성 폐섬유증(IPF)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자 임상이 진행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3일 서울아산병원이 신청한 ‘펙수클루’ 40mg의 연구자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했다. 병원측은 이번 시험에서 IPF 환자에서의 P-CAB에 대한 유용성 및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대상 질환인 IPF은 영문도 모르게 폐에 섬유화 현상이 발생하여 폐가 서서히 굳어지고, 결국 그 기능이 상실되는 질환이다. 치료가 쉽지 않아 진단 후 5년 생존율은 40% 미만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만성적 마른 기침, 호흡 곤란 등이다.
이 질환의 발병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폐의 작은 기도에서 MUC5B라는 점액성 물질이 축적되면서 기도가 손상되고 이에 섬유 조직이 쌓여 폐가 딱딱하게 굳는다는 것이다. MUC5B가 왜 축적되는지 그 원인도 불투명하다.
때문에 아직까지 IPF를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은 없다. 그저 섬유화 현상을 지연시킬 수 있는 항섬유와 계열 치료제를 사용하여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현재 활용 중인 항섬유화 계열 치료 약물은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인 스위스 로슈(Roche)의 ‘에스브리에트’(Esbriet, 성분명: 피르페니돈·pirfenidone)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의 ‘오페브’(Ofev, 성분명: 닌테다닙·nintedanib)다.
그러나 해당 항섬유화 계열 약물은 간 손상 등의 부작용으로 인해 중도 복용 포기율이 높다. 환자 개개인에 따라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
IPF에 대해 충족되지 못한 치료 옵션의 수요가 점점 높아짐에 따라 업계는 새로운 기전의 혁신 치료제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이러한 와중 위식도 역류 질환 치료제로 각광받고 있는 P-CAB 약물을 통한 IPF의 치료 유효성 탐색은 다소 이질감마저 느껴진다.
다만, 서울아산병원이 최근 IPF에 관한 여러 연구에서 발견된 ATP12A 단백질을 이번 임상의 핵심 단서로 삼고, 그 단서를 해결할 적임 약물로 ‘펙수클루’를 선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예컨대 지난 2022년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교 의과대학 모하메드 압델기드(Mohamed Abdelgied) 교수팀이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IPF 환자 폐의 작은 기도에는 ATP12A 단백질이 과도하게 발현되어 있었다.
ATP12A은 조직의 점막 세포에서 H(양성자)와 K(칼륨 이온)를 교환하여 체내 점액의 산성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과도하게 발현되면 점액의 산성도를 높인다. 위식도 역류 질환이 발생하는 이유도 ATP12A의 과잉 발현으로 인해 위산이 더 쉽게 역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IPF에 적용하면 ATP12A의 과도한 발현은 폐의 작은 기도 표면에 있는 점액의 산성도를 높이는데, 이는 점액을 매우 끈적하게 변화시킨다. 이때 P-CAB를 사용하면 작은 기도 조직 위 점액의 ATP12A의 발현을 억제하고 이를 통해 점액의 점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모하메드 압델기드 교수팀이 수행한 연구 결과, ‘펙수클루’와 동일한 P-CAB인 일본 다케다(Takeda)의 ‘보신티’(Vocinti, 성분명: 보노프라잔·vonoprazan)는 동물 모델에서 IPF의 질병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서울아산병원이 실시하는 연구자 임상에서 ‘펙수클루’가 IPF 환자에게서 유의미한 효과를 거둘 경우, 이 약물은 아직 근본 치료제가 없는 IPF에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로 이번 연구는 서울아산병원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연구자 시험으로, ‘펙수클루’의 IPF 적응증 확대 허가를 위한 직접적인 근거로 활용되지는 못한다. 다만, 결과가 긍정적이라면 향후 대웅제약이 이러한 전망을 토대로 IPF 적응증 확대를 위한 허가 절차를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헬스코리아뉴스
이충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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