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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특정기사와 무관함.
[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AI기술로 만든 뱀독 치료 물질이 효과는 물론 열에도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냉장 보관에 어려움을 겪는 열대 지방 저개발 국가를 위한 치료제 개발에 주춧돌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2024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베이커(David Baker) 연구팀이 수행한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딥러닝 기반 단백질 디자인 알고리즘(RFdiffusion)을 이용하여 만든 항독소 단백질 ‘긴 사슬 α-뉴로톡신 결합 단백질(LNG)’은 뱀독에 대한 보호(치료) 효과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95°C 이상에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했다.
뱀독 중독(Snakebite envenoming)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최우선 해결 대상인 열대성 질병이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10만 명 이상이 사망하고 30만 명 이상에게 심각한 합병증과 후유증을 일으킨다.
기존 치료제인 동물 유래 항독소(antivenom)는 동물(말이나 양) 면역화를 통해 생산하기 때문에 비용이 많이 들고 특정 독소에 비효과적이다. 특히, 뱀독에서 발견되는 3FTx 계열의 독성 단백질인 ‘α-신경독소’ 및 ‘사이토톡신(세포독소)’에 충분한 중화 효과를 보이지 않는다.
이 두 단백질은 각각 신경계와 세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물린 부위에 조직 손상을 입히고 신경 마비를 일으킨다. 심각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항독소 치료제를 투여해도 아나필락시스(과민반응), 발열 반응 등 부작용이 빈번하며, 냉장 보관이 필요해서 뱀독 중독이 많이 발생하는 저개발 국가에 보급이 어려운 문제도 있다.
연구팀은 딥러닝 기반 단백질 디자인 알고리즘(RFdiffusion)을 이용하여 목표 독소인 α-신경독소 및 사이토톡신과 최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들을 생성했다.
그 뒤 α-신경독소와 결합력을 보이는 단백질인 ‘SHRT(짧은 사슬 α-뉴로톡신 결합 단백질)’와 ‘LNG(긴 사슬 α-뉴로톡신 결합 단백질)’, 그리고 사이토톡신과 결합력을 보이는 ‘CYTX’을 설계한 후 실험을 통해 독 중화 효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SHRT와 LNG는 α-신경독소의 신경독을 완전히 중화하여 신경 신호 차단을 억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두 단백질은 열 안정성도 높았는데, SHRT의 경우 78°C의 높은 열 안정성을 나타냈으며, LNG는 95°C 이상에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유지했다.
CYTX의 경우 세포독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하여 조직 괴사 예방 효과를 입증했다.
연구팀은 SHRT와 LNG 두 종류 결합 단백질이 in vitro(시험관 내) 실험에서 유망한 중화 효과를 보였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in vivo(생체 내) 실험을 진행했다.
치사량의 α-신경독소를 마우스에 투여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항독소 단백질을 투여하거나 설계 단백질과 독소의 혼합액을 투여한 후에 생존율을 평가했다.
그 결과 SHRT와 LNG를 투여한 마우스는 100% 생존율을 보였고, 사지 마비(limb paralysis)나 호흡 마비(respiratory paralysis)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두 종류 단백질이 모든 α-신경독소에 효과를 보인 것은 아니었다. LNG는 α-신경독소 가운데 하나인 α-코브라톡신(α-cobratoxin)을 완전히 중화했지만, 비표적 독소인 짧은 사슬 신경 독소(ScNtx·Short-chain Neurotoxin)에 대해서는 효과가 없었다
SHRT는 짧은 사슬 신경 독소에 대해 100% 보호 효과를 보였으나, 비표적 독소인 α-코브라톡신에는 효과가 없었다.
이번 연구는 AI 기반 단백질 디자인이 신약 개발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사례로 평가 받는다. 이는 기존 항독소 대비 제조비용이 낮을 뿐만 아니라 안정성이 높은 치료제를 선별할 수 있어 보관에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우리 in silico(컴퓨터 기반) 단백질 디자인 접근법은 동물 면역화 과정 없이도 독소에 결합하는 단백질을 설계할 수 있다”며 “이는 생산 비용 절감과 신속한 개발을 가능하게할 뿐만 아니라 높은 안정성을 가지며, 대량 생산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팀은 “현재 뱀 독 치료에서 전통적인 항독소는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겠지만, 우리가 설계한 단백질은 항독소의 효과를 강화하는 보조 요법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컴퓨터 기반 단백질 디자인은 전통적인 항체 개발보다 적은 자원이 소모되므로,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의 연구자들도 뱀 독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러한 접근법을 통해 뱀 독 치료뿐만 아니라, 다른 소외된 열대 질병(NTD·Neglected Tropical Diseases)의 치료제 개발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De novo designed proteins neutralize lethal snake venom toxins)는 ‘네이처(Nature)’ 1월 15일자에 게재됐다.
헬스코리아뉴스
이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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