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법안이 통과되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실적 하락 우려가 있었으나, 예상과 달리 오히려 매출 상승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헬스코리아뉴스 취재 결과, 미국 화이자(Pfizer)의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ATTR) 치료제 ‘빈다켈’과 ‘빈다맥스’(Vyndaqel·Vyndamax, 성분명: 타파미디스 메글루민·tafamidis meglumine)는 2024년 9개월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간(23억 달러) 대비 66% 증가한 39억 달러(한화 약 5조 6400억 원)를 기록했다.

참고로 ‘빈다켈’과 ‘빈다맥스’는 타파미디스 성분을 동일하게 보유하고 있지만, 약간 다른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 제품을 분리한 것이다. 보통 하나로 묶어서 설명한다.

이같은 실적 성장은 미국 매출 증가에 기인한 것이다. 미국 매출은 전년 동기 13억 달러(한화 약 1조 8800억 원)에 비해 무려 94% 증가한 25억 달러(한화 약 3조 6150억 원)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시장조사 전문업에 아이큐비아(IQVIA)는 24일(현지 시간), “‘빈다켈’과 ‘빈다맥스’의 매출 성장은 IRA에 따른 메디케어(Medicare: 미국 공보험)의 정책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IRA의 핵심은 메디케어가 고가 의약품의 약가를 인하할 수 있는 협상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이지만 다른 항목은 2024년부터 메디케어 파트 D(Part D: 전문의약품 보험)의 치명적 보장 범위(Catastrophic Coverage)의 환자 본인 부담 수준을 사실상 0달러로 낮추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

메디케어 파트 D의 의약품 지불 방식은 ①공제 기간(Deductible Period: 전액 부담) ②초기 보장 기간(Initial Coverage Period: 공제 이후 균등 부담) ③보장 범위 격차(Coverage Gap: 본인 부담 25%) ④치명적 보장 범위(Catastrophic Coverage: 본인 부담 최소화) 등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치명적 보장 범위는 환자의 파트 D 연간 본인 부담 한도인 8000 달러(한화 약 1156만 원)를 초과할 경우 자동으로 적용되는 플랜이다. 그동안 치명적 보장 범위 단계에서는 환자의 본인 부담금 비율이 5%이었다.

그러나 ‘빈다켈’·‘빈다맥스’의 월간 약가는 약 2만 2000달러(한화 약 3180만 원) 수준으로, 이 중 5%에 해당하는 1100달러(한화 약 159만 원)는 이미 1000만 원 가량의 의약품을 지불한 환자들에게 여전히 큰 부담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2024년부터 치명적 보장 범위 단계 환자들의 본인 부담 비율이 실질적으로 사라지면서, ‘빈다켈’·‘빈다맥스’의 접근성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의약품의 매출도 껑충 뛰어 올랐다.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3년 ‘빈다켈’·‘빈다맥스’ 복용 환자들이 연간 1만 4800 달러(한화 약 2139만 원)를 지불했던 것에 비해, 2024년에는 본인 부담 금액이 3300달러(한화 약 477만 원)로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는 연간 부담 금액이 2000 달러(한화 약 289만 원)으로 더 낮아질 예정이다.

아이큐비아는 “2022년 IRA 통과 이후 기업들이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IRA는 의약품의 매출 성장을 촉진한다”며 “올해는 더 많은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디케어 Part D에 적용되는 의약품은 각 보험사와 주에 따라 다르지만 미국 최대 의료보험 업체인 유나이티드 헬스케어(United Healthcare)의 2024년 파트 D 처방집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편두통 치료제 ‘너텍’(Nurtec ODT, 성분명: 리메게판트·rimegepant)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Revlimid, 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lenalidomide)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물론 이 약물들의 메디케어 Part D 보험 적용 여부는 보험사와의 협의에 달려있지만 2024년부터 치명적 보장 범위 단계의 커버리지가 확대되면서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