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코르티코트로핀 방출 호르몬 수용체 2(CRHR2) 작용제가 기존 비만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 신약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른바 살을 빼면서도 근육량을 늘릴 수 있는 ‘꿈의 신약’인데,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이 개발 중이다.

CRHR2(Corticotropin-Releasing Hormone Receptor 2)는 신체에서 스트레스와 관련된 다양한 생리적 과정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CRHR2가 활성화되어 심장, 혈압, 에너지 사용, 체중 등 다양한 기능에 영향을 미쳐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의 반응을 조절한다.

특히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인체는 체내 에너지 균형이 흐트러져 과잉 식이 섭취나 저하된 에너지 소비로 인해 비만이나 대사 질환 등을 유발한다. 이때 CRHR2가 특정한 방식으로 작용하면 에너지 불균형이 교정되어 체중 감량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호르몬은 1980년대에 발견되었지만 체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2010년대 후반들어서 규명되었다. 따라서 이 시기부터 CRHR2 작용제는 새로운 비만 치료제로 주목을 받아 왔다.

현재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GLP-1 기반 비만 치료제 대비 근육 손실 문제가 없다는 것이 장점이다. GLP-1 작용제는 15~20%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지만, 감량 체중의 최대 40% 수준이 근육 손실으로 인한 것이라는 한계가 있다.

아울러 기존 약물은 식욕을 억제하는 작용 기전으로 인해 약물 중단 시 기초 대사량 감소, 요요 현상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릴리의 ‘젭바운드’(Zepbound, 성분명: 성분명: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를 투약 받은 환자들은 투약 중단 시 체중이 도로 원상복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CRHR2 작용제는 CRHR2를 타깃해 지방만 선택적으로 감량하면서 동시에 근육은 증가시키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본지 취재 결과, 현재 개발되고 있는 CRHR2 작용제는 모두 6개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중 비만을 적응증으로 겨냥하고 있는 곳은 한미약품과 덴마크 구브라(Gubra) 단 두 곳밖에 없다.

[CRHR2 작용제 개발 현황]

품목 업체 개발 단계 적응증 CT-38 미국 코르틴(Cortene) 임상 2상 시험

코로나19 후유증 치료

COR-1167 프랑스 코르티아 파마슈티컬스(Corteria Pharmaceuticals) 임상 1상 시험 심부전 COR-1389 프랑스 코르티아 파마슈티컬스(Corteria Pharmaceuticals) 임상 1상 시험 심부전 GUB-UCN2 덴마크 구브라(Gubra) 전임상 실험 비만 HM17321 대한민국 한미약품 전임상 실험 비만 RQ-00490721 일본 라퀄리아(RaQualia) 전임상 실험 심부전

덴마크 구브라(Gubra)는 2024년 4월 보도자료를 통해 자사의 CRHR2 작용제 후보물질 ‘GUB-UCN2’의 개발 소식을 처음 알렸다. ‘GUB-UCN2’은 당초 심부전 치료제로 개발되었으나 실험 도중 체중 감량에 더욱 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만 치료로 적응증이 결정되었다.

이 회사는 “GLP-1 작용제는 감량된 체중의 20~40%가 불필요한 제지방 질량(lean mass)의 손실을 유도하는데, ‘GUB-UCN2’은 이러한 문제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약품은 CRHR2 작용제 ‘HM17321’을 개발 중이다. 이 약물은 GLP-1 작용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와 유사한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내면서도 제지방량(lean mass)과 근육량(muscle mass)을 증가시키는 차별성을 입증한 바 있다. [아래 관련기사 참조]

아직 ‘HM17321’과 ‘GUB-UCN2’의 유효성을 1:1 비교한 임상 결과는 없지만 현재 공개된 데이터를 토대로 두 약물의 효과와 가능성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구브라가 지난해 11월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공개한 ‘GUB-UCN2’의 전임상 실험 결과에 따르면, ‘GUB-UCN2’은 세마글루타이드 대비 높은 수준의 제지방 질량 증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GUB-UCN2’의 체지방 감량 수준은 세마글루타이드 대비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HM17321’가 세마글루타이드와 유사한 수준의 체지방을 감량시킨 것과 비교해보면 ‘GUB-UCN2’의 체중 감량 효과는 열등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HM17321’은 상용화될 경우 대표적인 CRHR2 작용 계열 비만 치료제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한미약품은 2025년 1분기에 ‘HM17321’의 임상 1상 시험을 추진하고, 구브라는 2025년 4분기 혹은 2026년 1분기에 ‘GUB-UCN2’의 임상 1상 시험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