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임상시험은 혁신적인 신약 개발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지만, 동시에 수많은 실패 위험도 따른다. 그러나 실패는 의학적 진보를 이루기 위한 중요한 발판으로, 새로운 치료법과 기술 개발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제약·바이오 전문 매체 바이오파마 다이브(BioPharma Dive)가 선정한 2025년 주목할 만한 임상시험 3건을 소개한다. 해당 임상시험은 현재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적응증 확장과 새로운 유전자 치료 기술 등을 포함하고 있다.

#비만치료제, 치매치료제 변신 시도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 시험명: EVOKE, 적응증: 알츠하이머

세마글루타이드는 ‘오젬픽’(Ozempic,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과 ‘위고비’(Wegovy,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의 성분명으로, 비만 치료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GLP-1 작용제가 알츠하이머 질환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 노보 노디스크 측은 EVOKE 임상 3상 시험 실시를 통해 알츠하이머에서 세마글루타이드 치료 효과를 확증하는 임상을 실시하고 있다.

EVOKE는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와 위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 평가하는 다국적 연구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1년 4월 해당 시험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한 바 있다.

EVOKE의 1차 평가변수는 최대 173주(약 3년 4개월)간 측정된 치매 임상평가 척도(CDR-SB)의 개선이다. 올해 9월 1차 평가변수가 도출될 예정이지만 빠르면 상반기에 공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만약 세마글루타이드가 초기 알츠하이머 질환에서도 유효성을 보인다면, ‘오젬픽’ 및 ‘위고비’가 초특급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으로 전망된다.

# 진화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

미국 빔 테라퓨틱스(Beam Therapeutics) ‘BEAM-302’ - 시험명: 없음(NCT06389877), 적응증: 알파-1 항트립신 결핍증(AATD)

‘BEAM-302’은 단일염기편집(Base Editing) 기술이라는 새로운 유전자 치료 기술에 기반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단일염기편집 기술은 DNA의 단일 염기쌍을 교환하여 유전자 변이를 수정하는 기술이다.

얼핏 보면 유전자 편집 기술과 유사해 보이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은 DNA를 절단하여 자유자재로 유전자를 조작하는 기술인 반면, 단일염기편집 기술은 DNA의 단일 염기쌍을 교환하는 방식이다.

[유전자 치료 기술 유형]

기존 유전자 치료 기술 유전자 편집 기술

단일염기편집 기술

특징 건강한 유전자를 세포에 삽입하여 결손된 유전자를 교체 DNA 절단 후 해당 유전자의 기능을 활성화 또는 비활성화

DNA의 단일 염기쌍을 교체하여 기능 수정

장점 비교적 안전함 정밀하고 다양한 질환에 적용 가능

더욱 정밀하고 범용성이 높음

단점 장기적 효과 불확실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 위험

더 높은 부작용 위험

이 기술은 현재 상용화된 기존의 유전자 치료 기술, 유전자 편집 기술 대비 더욱 정확하고 다양한 유전 질환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기술 수준이 높아질수록 불확실성의 수준 또한 커져 안전성은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빔 테라퓨틱스 ‘BEAM-302’의 올해 임상 결과 발표가 단일염기편집 기술의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현재 AATD라는 폐 및 간 기능 저하 희귀질환에서 ‘BEAM-302’을 평가하는 임상 1/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중간 분석 결과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BEAM-302’의 표적은 E342K로, 이 유전자의 변이는 알파-1 항트립신 결핍증(AATD)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BEAM-302’은 E342K의 단일 염기쌍을 교체하여 건강한 E342K이 생성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③ 사상 첫 염증성장질환 치료제 개발 기대감 고조

미국 릴리(Eli Lilly and Company) ‘MORF-057’ - 시험명: Emerald-2, 적응증: 염증성 장 질환(IBD)

‘MORF-057’은 본래 미국 모픽 테라퓨틱스(Morphic Therapeutic)가 보유하던 것으로, 릴리는 지난 2024년 7월 32억 달러(한화 약 4조 7000억 원)를 지불하여 이를 확보했다.

이 약물은 α4β7 인테그린(integrin)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일본 다케다(Takeda)의 ‘엔티비오’(Entyvio, 성분명: 베돌리주맙·vedolizumab)와 동일한 기전이지만, ‘MORF-057’은 경구제인 반면, ‘엔티비오’는 주사제라는 차이점이 있다.

이로 인해 ‘MORF-057’은 ‘엔티비오’를 뛰어넘어 차세대 블록버스터 의약품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미국 증권사 모닝스타(Morningstar)는 이와 관련 “‘MORF-057’은 ‘엔티비오’의 향후 최대 매출 전망치인 70억 달러(한화 약 10 조원)를 상회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Emerald-2은 ‘MORF-057’의 가능성을 점검하는 두번째 시험대다. 임상 2b상으로, 중등도에서 중증 활성 크론병(CD)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MORF-057’와 위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 평가하는 것이다. 이 연구의 예정된 1차 평가변수 도출 시점은 2026년 5월이지만, 연내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MORF-057’이 상용화될 경우, 사상 첫번째 경구용 IBD 치료제가 탄생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