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AZ)의 ‘타그리소’가 경구용 표적 치료제 중 유럽에서 처음으로 화학방사선 치료(CRT) 이후 유지요법 적응증 확대에 성공했다.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거세짐에 따라 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주도권 지키기에 애쓰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 집행위원회(EC)는 23일(현지 시간), 근치적 백금 기반 CRT 치료 후 질병이 진행하지 않은, 절제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EGFR 변이 양성 3기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 대상 유지요법 치료제로 ‘타그리소’를 허가했다.

이번 허가는 임상 3상 시험(시명: LAURA)의 결과를 근거로 했다. 해당 시험은 NSCLC 환자를 대상으로 ‘타그리소’와 위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 다국적 연구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실시된 바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8년 7월 LAURA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한 바 있다. 모집된 국내 환자는 총 20명이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타그리소’는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 ‘타그리소’ 투여군의 무진행 생존기간(PFS)는 39.1개월인 반면, 위약군은 5.6개월에 불과했다. 이를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 비율로 환산하면, ‘타그리소’는 위약 대비 84% 감소시켰다.

AZ 측은 “‘타그리소’는 이번 허가를 통해 유럽에서 최초로 등장한 EGFR 표적 유지요법제”라며 “NSCLC 치료 분야에서 ‘타그리소’의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다지는 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자축했다.

NSCLC 1차 차료 차수에서 CRT 이후 유지요법은 치료 후 재발을 방지하고 생존율을 향상시키기 위한 요법으로, 전체 환자의 30~40%는 유지요법으로 치료 받는다. 기존 CRT의 용량을 조금 줄이거나 새로운 약물을 사용하는 등 2가지 방법이 있다.

새로운 약물에는 미국의 경우, 스위스 로슈(Roche)의 EGFR 표적 치료제 ‘타쎄바’(Tarceva, 성분명: 엘로티닙·erlotinib)를 사용하곤 했다. 참고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10년 ‘타쎄바’를 NSCLC 1차 치료 CRT 이후 유지요법으로 허가한 바 있다.

그러나 1세대 표적 치료제인 ‘타쎄바’는 변이에 그리 효과적이지 않아 활용도가 제한적인데다, 미국을 제외한 국가들에서는 해당 적응증을 취득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타그리소’의 NSCLC 1차 치료 CRT 이후 유지요법 적응증 확대는 새로운 매출 성장의 동력을 마련해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유한양행의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lazertinib)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이 거세지는 와중 잠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만들어줄 것으로 보인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는 올해 8월과 11월 얀센의 이중특이성 항체 ‘리브리반트’(Rybrevant, 성분명: 아미반타맙·amivantamab)와의 병용요법으로 각각 미국과 유럽에서 허가를 취득한 바 있다.

NSCLC 1차 치료 차수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의 병용요법은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더 우수한 치료 효과를 보인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로 인해 ‘렉라자’는 NSCLC 치료제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타그리소’에 대항할 수 있는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타그리소’의 적응증 확대는 ‘렉라자’의 맹추격에 대응할 시간적 여유를 벌어줄 것이다. 그러나 얀센은 이미 NSCLC 1차 치료 CRT 이후 유지요법에서 ‘렉라자’의 병용 약물인 ‘리브리반트’를 평가하는 임상 3상 시험(시험명: PAPILLON)을 실시하고 있다.

아직 NSCLC 1차 치료 CRT 이후 유지요법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를 평가하는 임상을 진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렉라자’+‘리브리반트’가 ‘타그리소’ 단독 대비 더 뛰어나다는 점이 확인되었으므로, 조만간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임상을 실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렉라자’의 ‘타그리소’ 추격은 시간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