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비만 치료제로 유명한 미국 릴리(Eli Lilly and Company)의 ‘젭바운드’(Zepbound, 성분명: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가 수면 무호흡증 치료제로도 적응증 확대에 성공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일(현지 시간), 중등도에서 중증의 폐쇄성 수면 무호흡증(OSA) 치료제로 ‘젭바운드’를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GLP-1 작용 계열 비만 치료제 중 OSA 적응증을 확보한 사례는 이번이 최초다.

이번 허가는 임상 3상 시험(시험명: SURMOUNT-OSA)의 결과를 근거로 했다. 해당 시험은 중등도 및 중증 폐쇄성 수면무호흡증(OSA)을 동반한 비만 성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젭바운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연구였다.

회사 측에 따르면, ‘젭바운드’ 투약군은 OSA 증상이 42% 완화되었으며, 양압기(PAP)와 병용할 경우 증상이 50%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약군 및 위약+PAP 병용요법군의 증상 완화 비율은 14%, 16%에 불과했다.

‘젭바운드’는 글루카곤 유사 펩티드-1(GLP-1) 및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티드(GIP) 수용체에 이중으로 작용하는 유사체 약물이다. 세포 내에서 유기물을 분해하는 대사적응 과정을 약화시켜 공복감을 줄이고 식욕을 억제하는 기전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11월, ‘젭바운드’를 비만 치료제로 허가한 바 있다.

참고로, 이 약물은 릴리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Mounjaro, 성분명: 터제파타이드tirzepatide)와 제품명만 다를 뿐이다. FDA는 지난해 5월, ‘마운자로’를 제2형 당뇨병 성인 환자의 혈당 조절을 위한 보조제로 허가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올해 6월 ‘마운자로’를 품목허가했다.

이번 허가는 GLP-1 작용제 시장에서 릴리가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를 추격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노보 노디스크는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제품군을 통해 GLP-1 작용제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그중 하나인 ‘오젬픽’(Ozempic, 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은 2023년 138억 달러(한화 약 19조 2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 전체 의약품 매출 6위를 차지했다.

반면, 릴리의 ‘마운자로’ 및 ‘젭바운드’의 2023년 합산 매출액은 53억 7500만 달러(한화 약 7조 8000억 원)로, ‘오젬픽’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번 ‘젭바운드’의 폐쇄성 OSA 적응증 확대는 GLP-1 작용제 시장에서 릴리의 제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폐쇄성 OSA 치료는 그간 수술, 양압기 등에 그쳤던터라 ‘젭바운드’는 환자들에게 보다 편리하고 효과적인 치료 옵션을 제공하여 수익성 개선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GLP-1 작용제의 잠재 적응증으로는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우울증, 관절염, 치매, 통증 등도 있다. 이중 MASH는 당뇨병과 비만에 이어 GLP-1 작용제의 세번째 적응증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