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수원지방법원이 ‘서울반도체 주식회사’의 과거 작업환경측정 결과 보고서 중 화학물질 상품명·월 취급량 등 일부를 제외한 나머지 정보를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수원지법 행정3부는 지난달 28일 서울반도체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제기한 정보공개 결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판결은 양측이 항소하지 않아 12월 20일 최종 확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반올림은 2019년 4월 서울반도체 작업장에서 근무하다 악성림프종으로 숨진 이가영 씨 사건, 2019년 7월 서울반도체에서 용역업체 노동자 7명이 방사선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사건 등을 계기로 서울반도체 공장의 위험을 면밀히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정보공개를 요청했다.

이에 서울반도체 측은 경영·영업상 비밀이라며 비공개 의견을 냈지만, 고용노동부에서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정보가 아니라며 반올림에 정보를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서울반도체는 최근 5년간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 공개 결정을 취소하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작성되는 문서로, 사업장 내 유해인자 노출 수준과 그 관리 실태를 알 수 있는 문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25조에서는 ‘사업주는 유해인자로부터 근로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쾌적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인체에 해로운 작업을 하는 작업장으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업장에 대해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자격을 가진 자로 하여금 작업환경측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수원지법은 측정보고서에서 화학물질명과 월 취급량을 제외한 나머지 정보는 정보공개법 9조 1항7호에서 정한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서울반도체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유해인자를 통해 그 공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추론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추론이 어떠한 방식으로 가능한지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고 있지 않다”고 봤다.

또한 “설령 공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을 일부 추론할 수 있어도 화학물질의 사용 방법은 다양하고 화학물질 간 배합 비율 등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그것만으로 이 사건 기술의 내용까지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23일 성명문을 내고 “서울반도체가 고용노동부의 공개 결정을 막기 위해 제기한 이 몰염치한 소송에서 다행히 대부분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한 판결이 나왔다”며 “아쉬움이 없진 않지만, 기업들의 작업 은폐 시도에 대해 제동을 거는 의미 있는 판결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