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을 돕는 진료보조인력의 무분별한 활용이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하며 제도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의료정책연구원은 '진료보조인력 제도의 주요 쟁점'연구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미국, 영국, 캐나다 등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분석하고 한국의 현황과 문제점을 검토했다.

해외에서는 진료보조인력이 할 수 있는 일과 자격 조건이 법으로 정확히 정해져 있다. 이들은 반드시 의사의 감독과 지시 아래에서만 일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간호법 제정으로 진료보조인력을 허용하려 해 의료계가 우려하고 있다.

연구진은 의료기관의 일손 부족으로 진료보조인력이 필요하다면 네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침범해선 안 된다. 둘째, 진료보조인력은 의사 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셋째, 전공의의 수련 기회를 빼앗지 말아야 한다. 넷째, 제도 도입은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이에 따른 구체적 개선안도 제시됐다. 진료보조인력은 충분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으로 제한하고, 의사단체가 인정하는 교육과정을 수료하도록 했다. 업무 범위는 의사의 감독 하에 위험도와 난이도를 고려해 정하며, 의사단체가 정기적으로 관리·감독해야 한다. 의료사고 발생 시 진료보조인력이 직접 책임을 지되, 의사는 관리책임을 진다.

연구진은 "외국의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긴 어렵다"며 "정부, 의료계, 의료기관이 충분히 논의해 한국 실정에 맞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