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위기에 대한 국가적 대응의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신건강복지법과 급성기 정신의료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하는 '2024 정신건강정책포럼'이 지난 1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은 정신질환자들의 치료와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입원 및 응급 대응체계의 개선과 정책적 지원을 강조하며 실질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포럼은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과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이 공동 주최하고,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주관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안용민 이사장과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기선완 단장의 환영사로 시작된 행사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 방향(이해우 법제이사)과 정신응급 및 급성기 의료체계 개선 방안(백종우 부단장)에 대한 발제와 전문가 토론으로 이어졌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환자의 비자의입원을 지나치게 제한하며, 보호자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강원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우 법제이사는 "현재 입원 전 단계에서 적법한 이송체계가 부재하고, 응급 상황에서도 환자 가족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된다"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보호입원 절차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외래치료지원제도의 법적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이송 체계의 법적 근거 마련과 전문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응급 상황에서 환자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적절한 공공 이송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현행 체계는 환자와 보호자 모두에게 불합리한 구조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건강복지법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 중인 '급성기 치료 활성화 시범사업'도 낮은 수가와 인력 부족 문제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희대병원 백종우 부단장은 "급성기 환자 치료를 위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1명이 환자 20명을 담당하는 구조로 개편해야 하지만, 현재 보상 수준으로는 참여율을 높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정신의료기관협회 강지언 회장도 "의료급여 환자의 입원비가 일당정액제로 묶여 있어 치료 환경 개선이 어렵다"며 "급성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 대해선 의료보험과 의료급여 간 차별 없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고령화로 인해 증가하는 만성 정신질환자들을 위한 '정신요양병원'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 기선완 단장은 "정신건강은 사회적 자본과 밀접히 연관된 국가적 과제"라며 "선진국처럼 지역사회 중심의 인권 기반 정신건강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공 이송체계 마련, 지역사회 정신응급의료지도센터 설립 등 장기적 개선책을 제시하며, "정신건강 정책의 중심은 환자의 치료와 회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정책적 사각지대 해소가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정석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특임이사는 "정신질환자를 방치하는 것은 환자와 사회 모두에 위험을 초래한다"며, "입원 전 단계에서의 공공 대응 체계를 강화하고,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덜 수 있는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은 단순한 논의에 그치지 않고, 정신건강복지법과 의료체계 개편을 통해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과감한 정책적 혁신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정부와 국회가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