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고작 1610원 인상된 국가예방접종(NIP) 시행비로 인해 소아청소년과가 위기에 처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정부가 시행비를 동결하며 사실상 삭감하고 있다며 강력히 비판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의 NIP 시행비가 과도하게 낮게 책정돼 있으며, 정부의 무관심 속에 소아청소년과의 몰락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2018년 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NIP 시행비의 적정 단가는 22080원으로 분석됐지만, 현재 시행비는 19610원에 불과하다. 더욱이 시행비는 10년간 1610원 증가하는 데 그쳤으며, 이는 물가 상승률조차 반영하지 못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2023년 질병관리청이 시행비 8% 인상에 동의했음에도 불구하고, 2024년 시행비는 동결됐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하반기 운영 예산 부족을 이유로 접종비 지급을 수개월 연기하거나 지급하지 않는 상황이다.

소아청소년과의 몰락은 수익 감소와 높은 폐업률로 이어지고 있다. 202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구에 따르면 소아청소년과는 지난 10년간 폐업률이 가장 높은 진료과로 나타났고, 수익 또한 타 진료과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 예방접종은 소아청소년과 운영의 핵심이지만, NIP 시행비의 낮은 보장은 소아청소년과 운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예방접종은 다가백신과 콤보백신, 경구 및 피내 접종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해 소아청소년과 의사의 직접적 개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모든 예방접종에 대해 동일한 시행비가 책정되는 현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는 현재 높은 예방접종률이 지속될 수 없음을 경고하는 신호라고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주장했다.

12월에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이 마감된다. 전공의 지원율이 10%대로 떨어진 상황에서, 어린이 예방접종 및 소아 진료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기피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정부와 국회가 예방접종 시행비와 진료 가산을 현실화해 소아청소년과의 존속을 위한 열쇠를 쥐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예방접종 시행비가 현실화되지 않으면 감염병 예방과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공공보건의 핵심 역할이 무너질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정부와 국회의 대책 마련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