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항암 치료제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는 면역항암제의 개발에 국내 제약사들이 하나둘 뛰어들고 있다. 관련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선점한 상태인데, 국산 치료제가 등장해 이들 선두 주자를 추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GC녹십자는 최근 넥스아이(NEX-I)와 기존 면역항암제에 불응하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한 혁신 신약(first-in-class) 공동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넥스아이의 종양미세환경 내 불응성 인자 발굴 플랫폼과 GC녹십자의 고유 항체 개발 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항암 치료 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양사는 항체 기반 치료제 개발을 위한 후보물질 도출부터 개발 전 과정을 포괄하는 협력 관계를 구축한다.

면역항암제에 불응하는 암 모델을 활용해 치료제 신규 타깃을 발굴하고 이에 대한 퍼스트-인 클래스(first-in-class)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넥스아이는 이미 ‘옵디보주’ 개발사인 일본 오노약품공업(Ono Pharmaceutical)에 첫 프로젝트를 기술이전하면서 면역항암 불응성 인자를 표적하는 항암 신약 연구개발 역량을 입증한 바 있다.

#동아에스티는 자체 발굴 면역항암제 ‘da-4505’의 1/2a상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 4월 첫 피험자 모집을 시작했으며, 내년 말까지 데이터 수집을 완료(Primary Completion)한다는 목표다. 예상 모집 피험자 수는 125명이다.

1상에서는 최대 내약 용량과 최적의 생물학적 용량을 고려한 제2상 권장용량을 결정하고 용량 제한 독성 및 이상사례를 평가할 계획이다. 2a상에서는 고형암의 반응평가기준(RECIST version 1.1)에 따른 객관적 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과 이상사례를 평가한다.

‘da-4505’는 아릴탄화수소수용체(AhR) 길항제다. AhR은 선천면역과 후천면역활동을 조절하는 인자다. AhR이 활성화되면 면역T세포, 대식세포, 수지상세포 등 면역세포의 면역반응이 억제된다.

이 후보물질은 글로벌제약사가 개발 중인 AhR 길항제와 전임상 비교 시 더 뛰어난 종양 억제 효과를 나타냈으며, 항 PD-1 면역관문억제제 병용투여하면 종양 억제 효과가 더 커졌다.

#유한양행은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YH32367’을 개발 중이다. ‘YH32367’은 ‘렉라자’의 뒤를 이을 유한양행의 전략 후보물질로 꼽히는데, 현재 기술수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YH32367’은 2018년 국내 기업 에이비엘바이오에서 도입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이다. 고형암에서 나타나는 인간상피성장인자수용체(HER)2를 겨냥해 암세포를 없앤다. 또 면역세포인 T세포를 작동시키는 4-1BB 단백질을 활성화해 항암 면역을 일으킨다.

한국과 호주에서 글로벌 임상 1상 시험을 진행 중인 가운데, 기술수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면역 조절 항암 신약 ‘HM16390’의 비임상 연구를 통해 종양 성장 억제 등 효과를 확인하고, 이를 최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면역항암학회(SITC)에서 발표했다.

‘HM16390’은 면역세포의 분화, 생존 등을 조절하는 'IL-2 변이체'를 활용한 신약이다. 항암 약물 치료 주기당 1회 피하 투여가 가능한 지속형 제제로 개발되고 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면역원성이 낮은 악성 흑색종 마우스(쥐) 모델에 ‘HM16390’을 투약했을 때 종양 성장 억제 및 생존 기간 연장 등 효과가 확인됐다. 대장암 마우스 모델에서는 종양 소실을 의미하는 '완전 관해'가 관찰됐다.

업계 관계자는 “면역항암제는 기존 항암제들과 세포를 직접 공격하지 않는다. 부작용이 적어서 환자 삶의 질을 크게 개선할 수 있다”며 “다만, 뛰어난 효과와 안전성에도 불구하고 불응성 환자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이러한 점을 고려해 새로운 타깃 물질 발굴과 불응성 환자 대상 면역항암제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미충족 수요가 큰 시장인 만큼, 후발 주자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