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인터류킨-2(IL-2)을 억제하는 약물이 자가면역 질환이 아닌 치매 치료제로서 유효성을 입증하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 약물은 가장 최근에 개발된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lecanemab) 보다 더 안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세대 치매치료제가 될 것이란 기대를 낳고 있다.

미국 코야 테라퓨틱스(Coya Therapeutics)는 29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알츠하이머 임상 학회(CTAD)에서 자사의 IL-2 억제제 후보물질 ‘COYA 301’이 임상 2상 시험에서 유망한 치매 치료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해당 시험은 경증에서 중등도의 알츠하이머 환자 38명을 대상으로 ‘COYA 301’와 위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4주 간격으로 투약된 ‘COYA 301’은 뇌척수액(CSF, cerebrospinal fluid) 내 Aβ42 수치를 유의미하게 낮추었다.

Aβ42는 알츠하이머의 발병 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 형성에 기여하는 단백질로, 알츠하이머의 주요 바이오마커로 알려져 있다. Aβ42가 CSF에서 유의미하게 감소되었다는 점은 알츠하이머 증상 개선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번 발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COYA 301’가 현재 개발 중인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중 유일하게 IL-2을 표적하는 약물이라는 것이다.

IL-2은 주로 T세포에 의해 생성되는 사이토카인으로, 면역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고 증식을 유도한다. IL-2 억제제는 IL-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여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기전의 약물이다. IL-2가 면역 반응에 관여하는 만큼, 주로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그런데 코야 테라퓨틱스는 전세계 최초로 IL-2 억제 기전을 활용하여 치매 치료제 개발을 시도하는 것이다. 이 회사가 주목한 지점은 바로 IL-2을 억제하면 조절 T세포(Treg, T-regulatory cell)의 기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조절 T세포는 T세포 등 면역 세포의 과도한 활성을 억제하여 자가면역 질환을 방지하는 단백질이다. IL-2를 억제하면 면역 세포의 활성이 떨어지고, 반대급부로 조절 T세포의 활성은 증가한다.

‘COYA 301’, 조절 T세포 활성 높이고 과도한 염증 반응은 줄여

코야 테라퓨틱스의 ‘COYA 301’은 IL-2를 억제하여 조절 T세포의 활성은 높이고, 베타 아밀로이드의 응집체로 인한 과도한 염증 반응은 줄이는 기전이다.

알츠하이머는 베타 아밀로이드의 응집체를 형성하여 신경 세포의 상호작용을 방해하고 이를 뇌의 면역 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인지하여 염증 반응을 유도하는데, 과도한 염증 반응으로 인해 신경 세포의 손상이 초래된다.

여기서 IL-2 억제제는 조절 T세포를 통해 미세아교세포로 인한 과잉 염증 반응을 줄여 신경 세포를 보호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제제는 현재 출시된 ‘레켐비’(Leqembi, 성분명: 레카네맙·lecanemab)와 같은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대비 더 안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는 뇌에 축적된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직접적으로 제거하는 약물로, 우수한 치매 치료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하지만 많은 환자의 뇌에서 혈관벽이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로 대체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무리하게 이 응집체를 제거하면 혈관벽이 취약해져 뇌출혈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반면 IL-2 억제제는 염증 반응을 줄여 신경 손상을 저해하는 기전으로, 뇌출혈 위험성은 적다.

다만 아직까지 조절 T세포가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는 구체적인 작용 기전은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코야 테라퓨틱스는 ‘COYA 301’의 작용기전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는 대규모 임상 3상 시험 실시를 위해 파트너사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