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위고비'가 국내 출시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오남용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

노보노디스크가 지난 2021년 6월 최초로 출시한 주사제 위고비는 주 1회 맞으면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분비되는 GLP-1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해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식욕억제제다.

특히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 엘론 머스크가 위고비를 맞고 체중감소 효과를 봤다고 알려져 전 세계적으로 품귀 현상을 일으키며 큰 주목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위고비가 지난 15일 출시되자마자 돌풍을 일으켜 국내 유통사의 주문 서버가 다운되고 병·의원 간 물량 확보 경쟁도 매우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급여 의약품인 위고비의 4회 투약분의 국내 출하가는 37만2025원. 하지만 국내 출하 물량이 넉넉하지 않고 찾는 환자들이 날이 갈수록 몰린 이유로 이미 80만 원 선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위고비는 의사의 처방이 반드시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체질량지수(BMI) 30kg/m² 이상인 성인 비만 환자나, 이상 혈당증이나 제2형 당뇨병, 고혈압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으면서 초기 BMI가 27 이상인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 등에만 의사의 판단에 따라 처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방 대상이 아닌 정상 체중의 일반인들이 위고비를 구하고, 심지어는 키 171cm에 50kg대밖에 나가지 않는 저체중의 여성 유명 인플루언서까지 위고비를 구해 맞고 난 후 SNS를 통해 후기를 올리겠다고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이 여성은 비대면 플랫폼을 통해 위고비를 구했다면서 그 방법까지 상세하게 설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가 우려했던 비대면 진료를 통한 의약품 불법 유통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불법 처방 루트가 SNS 등을 통해 빠르게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고비의 오남용 우려가 현실화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앞으로 한 달간 위고비 불법 판매 및 광고 행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위고비의 의료기관별 공급량과 증감 추이를 확인·분석한 후 다빈도 처방 기관 등을 중심으로 과대광고 여부 등을 현장점검 등을 통해 조사하기로 했다.

위고비의 투약 대상이 아닌 사람들이 위고비를 불법으로 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투약 대상인 고도 비만 환자들도 위고비를 맞았을 경우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터져 나온다.

지난 18일 열린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 '2024년 국제추계학술대회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박성수 부회장(고려의대 교수)은 "사실 외과의사들도 위고비의 효과를 기대했지만 BMI 30kg/m² 이상의 고도 비만 환자들이 투여한다면 체중감량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고 엄청난 비용과 합병증만 발생할 수 있다"며 "사실 앨론 머스크는 처음부터 위고비의 투약 대상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현재까지 고도 비만 환자들에게 효과가 검증된 치료 방법은 비만대사수술이 유일하며 그래서 국내 급여에도 등재된 것"이라며 "반면 위고비를 포함한 비만치료제는 고도 비만 환자들에 대한 체중감량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나라를 포함해 급여에 등재된 국가가 단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정의학과 개원의는 "사실 위고비는 기존 비만치료제 시장을 석권했던 '삭센다'보다 효과가 2배 이상 뛰어나고, 향정신성의약품이었던 기존의 비만치료제들보다 건강하게 살을 뺄 수 있는 치료제이기도 해서 장점이 많다"며 "다만 고도 비만 환자보다는 경도 비만인이나 정상인이 투여했을 때 더 효과가 있는데, 부작용 우려 때문에 고도 비만 환자만 합법적으로처방받을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