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병원 감염내과 정진원 교수가 '식중독 바로 알고 대처하기'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식중독'은 여름철의 불청객이다. 가정에서나 여행을 할 때 식중독의 증상 중 하나인 설사가 나타나면 흔히 설사를 멈추기 위해 '지사제'를 복용하곤 한다.

하지만 의료진들은 '지사제'는 함부로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한다. 게다가 환자의 토사물을 치울 때에도 반드시 '1회용 장갑'을 착용해 2차 감염을 방지해야 하고, 해외 여행을 계획할 경우 사전에 '예방 접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서울특별시(시장 오세훈)와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박명하)는 지난 4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병원에서'여름철 불청객 식중독과 여행자 설사 바로알기'라는 주제로 시민대상 건강강좌를 개최했다.

이번 강좌에는 중앙대병원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동작구 지역 주민 등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이날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정진원 교수는 '식중독 바로 알고 대처하기'를, 중앙대병원 감염내과 김해인 교수는 '휴가대비 프로젝트: 여행자 설사란 무엇인가요?'를 주제로 각각 강연했다.

식품위생법은 식중독은 '식품 섭취로 인해 인체에 유해한 미생물이나 유독물질에 의해 발생했거나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 감염성 질환 또는 독소형 질환'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통상 여름철 식중독은 설사나 복통 등의 증상에서 그치지 않고 심할 경우 심부전, 쇼크 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 최근 5년간(2015~2019년) 국내 식중독 발생 현황을 보면, 음식점이 60%(780건, 919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학교가 11%(131건, 6650명)였고, 학교 외 집단 급식도 9%(192건, 5687명)으로 조사됐다.

게다가 여름철에는 대장균이나 살모넬라와 같은 세균이 증식해 식중독에 걸리기 쉬울 뿐만 아니라, 인구 밀집도가 높고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과 인천을 포함한 경기도 지역에서도 많이 발생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진원 교수는 휴가철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선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불확실한 식품 등은 과감히 버리고, 물은 끓이거나 정수된 것을 사용해야 한다"며 "여행 중에도 식사 전, 조리 시에는 손을 씻고 길거리 음식이나 위생이 취약한 시설의 음식은 섭취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어 "어린이나 노약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은 설사 증상이 있을 경우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끓인 보리차에 설탕과 소금을 조금 넣어 마시는 것이 좋다"며 "여행 후 주방의 칼, 도마, 행주 등은 열탕 소독하거나 세척, 소독제를 이용해 소독한 후 잘 말려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정 교수는 "그래도 식중독이 발생해 구토, 설사, 복통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집단 발생 시 가까운 보건소로 신고하고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경우 설사 환자는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구토가 심한 환자는 옆으로 눕혀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해야 하며, 노약자나 어린이의 경우 토사물에 의해 기도가 막힐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지사제 등 설사약은 함부로 복용하지 말고,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자의 토사물을 처리할 경우에도 반드시 1회용 장갑 등을 사용해 닦아내고 비닐봉투에 넣어야 하며, 가능하면 가정용 락스 등으로 소독해 2차 감염을 방지해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조언이다.

중앙대병원 감염내과김해인 교수가 '휴가대비 프로젝트: 여행자 설사란 무엇인가요'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김해인 교수의 '여행자 설사' 관련 강의도 이어졌다.

김 교수에 따르면 여행자 설사란 상하수도 시설이 열악한 국가에 여행 중이거나 귀국 후 10일 이내에 시작하는 설사를 말한다. 여행자 설사는 주로 덥고 습한 지역인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인도, 아프리카, 멕시코, 중남미 등 여행 지역과 계절에 따라 여행자의 30~7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오염된 음식이나 물로 유입된 세균, 수도시설 및 냉장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지역을 방문했거나 길거리 음식 섭취, 해산물·야채·과일 섭취, 음료수와 함께 제공된 얼음을 통해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여행자 설사의 대부분이 노출 후 4~14일 사이에 발생되는데 섭취한 균주가 많은 경우 발생 시기는 더 짧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메스꺼움, 구토, 복통, 쥐어짜는 통증, 발열, 혈변과 심한 탈수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는 1~5일 정도 지속되며, 8~15% 정도의 환자는 1주일 이상 증상이 지속되고 2%의 환자는 1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행자 설사는 대부분 '자가 회복(self-limited)'이 되지만 설사로 인한 탈수로 대부분의 합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물이나 이온 음료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며 "금식이 반드시 필요한 지에 대해 정해진 원칙은 없기 때문에 설사가 있더라도 배고픈 경우 자극적이지 않은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권고했다.

다만 예방적 항생제 사용에 대해선 김 교수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발열, 혈변, 심한 점액변 등의 증상이 있는 경우 항생제 투약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HIV 환자나 장기 이식 환자 등 면역 저하자나 염증성 장질환 환자, 중증의 심장·신장 질환이 있는 환자와 같이 취약한 사람의 경우 항생제를 투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그는 "감염성 설사에 대해 항생제 투약 시 드물게 'hemolytic uremic syndrome'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의사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며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해외 감염병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국가의 감염병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미리 확인해 출국 전 예방접종이나 예방약, 예방물품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