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남연희 기자] 환자를 진찰하지 않고 간호조무사에게 채혈을 지시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업무 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가 구를 상대로 제기한 처분 취소를 청구했으나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부산지법 제1행정부(금덕희 부장판사)는 이달 2일 A씨가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 취소 청구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부산 부산진구 소재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구 의료법 제27조 제1항 위반을 근거로 구청으로부터 업무정지 1.5개월 처분을 받았다.

2019년 3월 구 민원상담에 해당 의원에서 갱년기검사를 받고자 내원한 환자가 의사가 아닌 간호조무사 B씨가 채혈을 했다는 민원이 접수됐다.

구는 조사에 착수했고 A씨가 수술 중이라는 이유로 환자에게 채혈 행위를 간호조무사 B씨에게 지시했음을 확인했다.

이에 구는 환자의 상태를 직접 살피고 검사시행에 관해 결정해야 하나 간호조무사 B씨에게 지시해 혈액검사를 진행하도록 하고 무면허 의료행위를 하게 했다며 의료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고발했다.

부산지방검찰청은 2020년 9월 이 같은 의료법 위반 행위에 대해 기소유예처분을 내렸다.

A씨 주장은 이러하다. 간호조무사는 의사의 지도하에 환자의 요양을 위한 간호와 진료의 보조를 수행할 수 있는바, 의료행위는 원고의 지도·감독 하에 이루어진 진료의 보조행위이므로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해당 사정들에 비추어 이 사건 의료행위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진료의 보조’는 의사가 주체가 되어 진료행위를 함에 있어서 그의 지시에 따라 종속적인 지위에서 조력하는 것을 가리키므로, A씨가 환자를 전혀 진찰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호조무사가 단독으로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진료보조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채혈행위는 주사기를 이용해 침습적인 방법으로 행해지고, 경우에 따라 감염이 생기거나 혈관 또는 피부조직이 손상되는 등 인체의 생명 또는 건강에 중대한 위해를 가할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는 점에서 별다른 전문지식이나 의료기술이 없더라도 대상자의 신체에 아무런 손상을 입히지 않고 행할 수 있는 행위와 구분된다”고 봤다.

“채혈행위는 전문적인 지식이나 고도의 숙련도가 필요한 행위로서, 설령 그것이 검사나 질병 진단등을 위한 부수적인 목적에서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환자를 전혀 대면하지도 않은 채 지시만으로 가능한 업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