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슈얼리티(sexuality)' '성평등' '성소수자'의 용어 삭제는 성교육에 대한 학문적 배반이다."

대한성학회(회장 김탁 고려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최근 교육부가 확정 발표한 '2022 초·중등학교 및 특수학교의 교육과정'의 개정안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재논의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31일 발표했다.

대한성학회는 지난 2003년 창립돼 700여 명의 의학, 간호학, 보건학, 심리학, 상담학, 사회복지학, 성교육자, 성평등활동가, 성상담자, 보건교사, 인문학자 등 각계의 다양한 성전문가들이 모인 학술단체다.

이번에 개정된 교육과정은 '성소수자'를 '성별 등으로 차별받는 소수자'로, '성평등'을 '성에 대한 편견'으로 바꾸고, 수십 년 동안 학교 안에서 사용되어 오던 '섹슈얼리티(sexuality)'라는 용어를 삭제했다.

이에 대해 학회는 "WHO, UN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가 권고하는 국제기준에도 못 미칠 뿐 아니라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성건강 복지를 위해하는 심각한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학회에 따르면 학교 성교육은 '민주시민 교육'이라 할 만큼 자신의 성에 대한 이해를 시작으로, 타인에 대한 존중, 사회구조적 평등을 실천할 수 있는 가치함양이 목적이고, 이에 따라 교육과정 역시 시대를 반영하는 향후의 교육 방향과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용과 함의를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성교육은 인권과 다양성을 기반으로 건강한 성과 재생산 건강, 신체의 발달, 성행동과 태도, 관계, 가치관, 권리와 문화, 섹슈얼리티, 젠더의 이해, 폭력과 안전, 그리고 건강과 복지의 내용을 포함하는 포괄적성교육의 내용이 반영돼야 한다는 전문가적 의견을 제시했다.

대한성학회는 논란이 된 '2022 초·중등학교 및 특수학교의 교육과정'의 개정안을 철회하고 "인간의 전성(全性), 몸과 인격, 태도를 아우르는 개념인 섹슈얼리티(Sexuality)용어를 교육과정에 포함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미 국내외 정통 학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성소수자와 성평등(gender equality)의 개념 역시 명확히 하고 교육 과정에 포함시킬 것"과 "여성, 성소수자, 청소년, 장애인, 이주민 등 모든 사람이 평등한 성과 삶의 주체라는 가치를 명확히 하는 성교육을 제공할 것"을 촉구했다.

이밖에 △정통 학문으로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전문가가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성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제도 마련 △공교육 제도안에 명확한 성교육 시간, 교과 과정을 보장하여 성교육 강화 △학교 및 성교육전문기관을 통해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이 성교육을 제공받을 수 있도록 제도 마련 등을 촉구했다.

끝으로 대한성학회는 "앞으로 교육과정 재논의 과정에서는 다학제적 성학 전문가들의 학문적 근거에 기반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