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전 대리수령 위반 병원에 수억원 과징금 적법

해당 병원 폐업했지만 과징금처분 등은 운영자가 승계 대리수령 인정하는 신설 법령 이전 행위여서 소급 불가

언론사

입력 : 2022.05.09 15:21

출처:의사신문
출처:의사신문

처방전 대리수령 규정을 위반한 병원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수억원 규모의 과징금처분을 한 것이 적법하다고 인정하는 판결이 지난 1월 나왔다.

A씨는 충청북도 소재 C병원을 개설·운영했던 사람으로 현재 이 병원은 폐업한 상태다. 보건복지부는 2018년 5월쯤 조사대상기간을 2017년 9월부터 2018년 2월까지 6개월로 하는 이 병원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2020년 12월23일 A씨에게 구 국민건강보험법 제99조 제1항에 근거해 2억 6000여만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제1처분)을, 2021년 2월4일 의료급여법 제29조 제1항에 근거해 9200여만원의 과징금 부과처분(제2처분)을 했다.

각 처분사유는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및 기타 요양급여비용의 산정 관계 규정을 위반하여 보험자·가입자 및 피부양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한 것, 의료급여수가의 기준 및 일반기준 등을 위반해 보장기관 등에 급여비용을 부당하게 청구한 것 등이다. A씨 병원은 소속 직원이 의료법상 허용되지 않는 처방전 대리수령을 환자들 혹은 환자의 가족들 대신했다.

A씨는 보건복지부장관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C병원이 현재 폐업해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 제재사유가 A씨 본인에게 승계되지 않고 소멸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건강보험법 및 의료급여법에 따른 과징금 징수의 대상 및 부당이득 징수 대상은 '요양기관'과 '의료급여기관'이므로, 과징금 부과처분 등은 병원에 대해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이다.

또 2019년 8월27일 법률 제16555호로 개정된 의료법은 제17조의2를 신설해 일정한 경우 노인의료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사람이 환자의 처방전을 대리수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보건복지부가 A씨에게 유리하게 개정된 신법의 규정을 적용해 처방전 발행의 적법 여부를 검토했어야 함에도 이를 적용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의료법이 개정됨에 따라 노인의료복지시설에서 근무하는 사람 등이 처방전을 대리수령할 수 있게 된 점, 이 사건 병원의 환자 대부분은 병원에 직접 내원할 여건이 되지 않았고, 만성적 질환으로 인해 동일상병에 대해 장기간 동일한 처방이 이루어지는 경우에 해당하여 처방전 대리수령의 필요성이 있었던 점, 이 사건 병원이 이미 폐업한 점, 최근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장기요양기관 입소자들의 직접 내원이 권장되지 않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각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항변했다.

이에 재판부(서울행정법원 제6부, 재판장 이주영)는 A씨가 주장한 제재대상의 소멸과 관련해 "국민건강보험법 제98조 제3항 및 의료급여법 제28조 제6항은 업무정지처분의 효과가 그 처분이 확정된 요양기관 또는 의료급여기관을 양수한 자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나 합병으로 설립되는 법인에 승계되고, 업무정지처분의 절차가 진행 중인 때에는 양수인 또는 합병 후 존속하는 법인이나 합병으로 설립되는 법인에 대해 그 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며 "더욱이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기관은 의료업의 단위가 되는 인적·물적 결합체에 불과해 법인격이 없으므로, 결국 요양기관 및 의료급여기관에 관한 법률적 권리·의무의 주체는 법인격이 있는 개설·운영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즉 C병원이 비록 폐업했으나 해당 기관의 요양급여비용 및 의료급여비용과 관련된 과징금 부과처분이나 요양급여비용 환수처분은 그 운영자였던 A씨에게 귀속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 제99조 제5항 및 의료급여법 제29조 제2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과징금을 납부해야 할 자가 납부 기한까지 이를 내지 아니하면 과징금 부과처분을 취소하고 업무정지처분을 하거나 국세(지방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해야 하고, 다만 요양기관 혹은 의료급여기관의 폐업 등으로 업무정지처분을 할 수 없으면 국세(지방세) 체납처분의 예에 따라 징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이처럼 관련 법률은 폐업 이후에도 그 개설·운영자에게 과징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A씨에게 유리한 신설 규정을 적용하지 않은 것의 위법 여부에 관해선 "법령이 변경된 경우 신 법령이 피적용자에게 유리하여 이를 적용하도록 하는 등의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헌법 제13조 등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그 변경 전에 발생한 사항에 대하여는 변경 후의 신 법령이 아니라 변경 전의 구 법령이 적용돼야 한다"며 A씨 측 주장을 일축했다.

A씨 측이 언급한 개정된 의료법은 처방전의 발급 등에 관해 환자의 거동이 현저히 곤란하고 동일한 상병에 대해 장기간 동일한 처방이 이루어지는 경우, 환자의 가족 혹은 노인복지법 제34조에 따른 노인의료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사람 등에게 처방전을 교부하거나 발송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 개정된 의료법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2020년 2월27일부터 시행됐고, 위 규정의 소급적용에 관한 경과규정을 두지 않았다. C병원은 2017년 9월부터 2018년 2월까지 대면진료 없이 처방전을 발행했으므로 해당 법령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병원의 의사들은 장기요양기관 입소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았음에도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입소환자의 처방전을 교부했고, 그 위반행위가 약 6개월의 장기간에 걸쳐 이뤄졌으며, 그 횟수와 금액도 상당하므로, 위법성의 정도 및 비난가능성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A씨 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의사신문 조준경 기자 calebc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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