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생물학적제제 배송 강화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배송 대란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모양새다. 제도 강화에 따른 세부 규칙들이 모호한 까닭에 현실적으로 규정 준수가 어렵고, 남은 기간 안에 고시가 이뤄질 가능성도 희박한 까닭이다.

생물학적제제 보관 및 수송 관리체계가 대폭 강화되는 정책 시행이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오는 17일부터 ▲생물학적제제를 운송하는 수송설비에 자동온도기록장치(차량·수송용기 내부)와 온도계(수송용기 외부) 의무 설치 ▲운반 시 보관온도가 유지되는지를 사전에 검증 ▲운송 중에 측정한 온도기록을 2년간 보관 등의 법규가 시행된다.

이에 더해 관련 행정처분 역시 강화됐다. 자동온도기록장치나 수송용기 등을 갖추지 않은 채 생물학적제제를 운반하거나 자동온도기록장치의 검·교정을 실시하지 않을 경우, 영업정지 15일(1차)에서 6개월(4차)까지의 조치가 내려지게 된다.

주목할 점은 법안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적제제 '배송 대란'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부 규칙이 미비한 탓에 현실적으로 규정 준수가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산하 유통발전협의위원회 측은 "변경되는 규정안을 살펴보면 세세한 사항들은 빠져 있다. 규정들만 정해놓고 세부적인 내용들은 '식약처 고시에 따른다'라고만 명시돼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당장 다음 주부터 변경된 법안에 따른 배송 강화 정책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언제 고시가 나올지 모르겠다"라며 "지난주에 이와 관련된 사항을 식약처에 질의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답변은 듣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의 의약품 운송 체계에서 강화된 규정을 준수하려면 현실적으로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의약품유통협회 고위 관계자는 "수송용기에 들어가는 냉매제의 경우, 냉장창고에서 약 48시간정도 '정온화(定溫化)' 과정이 필요하다"라며 "이로 인해 지금처럼 인슐린 등의 생물학적제제를 매일 배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생물학적제제를 저온(2~8도)에서 운반하려면 PCM(Phase Change Material)이라는 상변화물질을 냉매제를 사용해야 한다. PCM은 고체에서 액체로 변화하는 정온화 과정에서 주변의 열을 흡수해 일정시간동안 특정 온도를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

한편, 업계에서는 생물학적제제 운송을 당분간 시행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약품유통업계 관계자는 "그간 자체적으로 직원 교육이나 수송용기 구입과 같은 준비들을 진행하긴 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예상할 수 없다"라며 "특히 세분화 된 내용이 부실한 까닭에 규정을 준수하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법 시행 하루 전에 고시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 시간 안에에 세부 규칙들을 모두 숙지해서 아무런 문제없이 시행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라며 "반면에 규정 위반 시 받게 되는 행정처분은 영업정지 15일이 가장 가벼운 수준이다. 리스크가 너무 크다"라고 덧붙였다.

앞서의 의약품유통협회 고위 관계자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든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여건들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식약처와 제약사, 유통업체 등 이해당사자 간의 충분한 협의를 거쳐 부작용 없이 제도가 잘 시행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