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는 시대적 흐름···의료계 나서서 부작용 최소화해야"

[인터뷰] 서울시의사회 김성근 원격의료연구회장(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

언론사

입력 : 2021.11.08 16:42

출처:의사신문
출처:의사신문

"원격의료는 범위가 넓다보니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원격의료 전면 도입에 앞서 명확한 기준 정립은 물론, 안전하고 올바른 접근법을 연구해 정부와 IT업계 등 산업계에 정책 대안을 제시하겠습니다."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 김성근 회장은 최근 과의 인터뷰를 통해 "원격의료에 대한 개념과 용어, 학문적 정립은 물론, 다양한 논의와 조사를 토대로 정부 및 관련 단체들과 교류하면서 원격의료에 대한 혼란을 줄이고 발전적인 논의를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Seoul Medical Association-Telemedicine Research Group, SMA-TMRG)는 전국 지역의사회 가운데 처음으로 설립된 원격의료 관련 연구단체다. 연구회는 원격의료의 개념과 구성요소, 유형, 필요성과 문제점, 원격의료를 위한 환경·조건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원격의료의 단면만을 보고 찬성반대할 경우 논쟁만 심해질 것'이란 판단에 따라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지난 7월 설립됐다.

의료계는 그동안 원격의료에 대해 강력히 반대해왔다. 하지만 의료계 내에서도 원격의료 도입이 '시대적 흐름' 이라는 판단 하에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데 조금씩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김 회장은 "산업의 발달과 코로나19로 시행된 비대면 진료로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계의 시각도 조금 나아졌다"며 "시대적 흐름인 원격의료에 대해 의료계가 무조건 '반대' 입장을 주장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의 주체로서 원격의료의 부작용을 최소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그는 "비대면 진료나 원격의료는 보완적인 측면이지, 대면 진료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대면 진료'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는 세분화돼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진료과마다 입장이 다른 만큼 원격의료를 단순히 큰 틀에서만 접근해서도 안 된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내부 구성원끼리 진행했던 1·2차 모임과 달리 3차 모임부터는 전국으로 대상을 확대해 논의할 계획"이라며 "정부와 국회, 산업계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장도 추진해 정책보고서를 발간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1문 1답.

Q.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 설립 배경은.

"원격의료에 대한 의료계의 부정적인 시각은 아직도 많다. 하지만 뉴노멀 시대와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untact) 시대를 맞아 '대면 진료'만 고집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원격의료에 대해 제대로 알고 올바른 접근법을 제시해 주는 곳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서울시의사회가 원격의료에 대해 공부하고 의견을 개진하는 등 정책을 만들기 위한 목소리를 내보자'는 의도로 만들어졌다.

연구회는 1차 의료기관(개원가)은 물론, 대학교수, 전공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됐다. 그 만큼 다양한 시각으로 원격의료와 비대면 진료, 디지털 헬스, 스마트 진료 등 여러 이름으로 된 광범위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갈 계획이다. 원격의료에 대한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닌 의료계가 도입할 수 있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논의하면서 정확한 근거와 기준을 만들어 갈 것이다."

Q. 원격의료연구회가 생각하는 의료기관 종별 '원격의료' 추진 방향은.

"진료는 '대면'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은 절대 흔들려서는 안된다. 비대면 진료나 원격의료는 보완적인 측면이지, '대면 진료'를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1차 의료기관은 '만성질환자 또는 재진환자' 가운데 1~2회 외래를 못 올 경우 전화 처방이나 처방전 대리 수령 정도가 가능할 것이다. 심전도나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모니터링 사업도 가능할 것 같다. 반면 대학병원은 환자들이 검사 후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을 다시 찾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환자들이 시간과 비용을 들여 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다소 비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교민이나 주재원을 대상으로 한 원격의료도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원격의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확대 시행해서는 안 된다."

Q. 코로나19로 시행된 전화 상담에 대해 정부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전화 상담이 원격의료라 생각한 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원격의료의 범위가 넓고,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보니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화상담도 이용 건수만 파악됐을 뿐, 문제점에 대해서는 파악되지 않은 실정이다. 즉, 안전성이나 유효성이 확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현재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분야가 어딘지 확정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몇 개의 임상과로 시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차근차근 조사하고 접근하면서 원격의료와 비대면 진료의 가능성을 조금씩 열어가는 방향으로 맞춰가야 한다. 이런 과정 없이 원격의료를 시행한다는 것은 법적 책임에 대한 규정도 없이 '자율주행 기술을 갖췄으니 자율주행자동차를 판매하자'는 것과 같은 의미다."

Q. 3만 회원을 대상으로 원격의료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수가' 와 '법적책임문제 규제'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는데 의견은.

"의료계도 이제는 원격의료 도입을 '시대적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본격적인 원격의료 도입에 앞서 의료사고나 오진 등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뜻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원격의료가 도입되면, 환자는 비용과 시간을 아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의료기관 입장에선 준비 공간이나 장비·시설, 환자 예약시간 조절 등 시간과 비용이 소요돼 의료기관의 부담이 높아진다. 환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려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에 정부가 적정한 수가를 마련해줘야 한다.

또한 현재 의료법으로는 검사가 늦어졌다거나, 오진 등에 대한 법적 책임 기준이 없다. 단순히 현행 의료법을 바탕으로 법을 일부만 고치면서 대면 진료에 준하거나 법적 책임을 '감경한다'라는 조항으로 처벌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향후 연구회 위원인 변호사와 함께 법적 문제를 광범위하게 다뤄 나갈 예정이다."

Q. 지난 4일 대한의사협회가 원격의료 TF를 구성했다. 의협과 어떤 기조로 나갈 것인지.

"대한의사협회 TF는 정부나 국회와의 협상 파트너로 참여하는 TF라 생각한다.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는 학문적·정책적 배경을 만들어 의협 TF가 정부의 협상 파트너로서 마주 앉았을 때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면 될 것 같다."

Q. 의료계 내에서도 원격의료에 대한 거부감을 느끼는 의사들이 많은데, 이에 대한 의견은.

"원격의료에 대해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모두가 100% 동의할 수도 없다.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상 자신의 경험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에서 만나는 환자군이나 임상과에 따라 원격의료에 대한 입장이 모두 다를 것이다. 다만, '환자가 병원 방문을 통해서만 의사의 얼굴을 봐야 한다'는 의료계의 생각에는 어느 정도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와 산업계도 의사들이 왜 원격의료에 반대하는지 이해해야 하며, 법적 책임 문제 해결과 수가 마련도 필요하다."

Q. 연구회의 향후 계획은.

"지난 7월 발족한 서울시의사회 원격의료연구회는 지금까지 내부 구성원끼리 논의를 진행해 왔다. 3차 모임부터는 대상을 서울시의사회 전체 회원으로 넓히려 한다. 1차 설문조사에 이어 향후 진료과로 나눠 원격의료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시의사회가 의협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직종별·직역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회원들의 의견이 모아지면 올 연말에 정부와 산업계와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내년 초엔 국회와 의사단체가 모여 심도 있게 토론하는 심포지엄을 추진할 생각이다. 의료계와 정부, IT업계 등 산업계와 함께 논의하는 거버넌스 형태를 갖춰 나갈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책보고서를 발간하고, 정책 대안도 제시할 것이다."


의사신문 홍미현 기자 mi97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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