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40대 이하를 대상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예방백신 대규모 접종 시작일(이달 26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접종 후 발열에 사용하는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단기간에 1000만 명이 넘는 인원을 대상으로 접종이 이뤄지는 만큼 국내 제약사들은 마케팅을 강화하거나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자사 제품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원제약·제뉴원·태극제약, 신제품 출시

#대원제약은 지난달 효과 빠른 액상형 짜 먹는 아세트아미노펜 진통제 ‘파인큐’를 출시하고 현재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파인큐’는 해열진통제로 널리 쓰이는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이 한 포당 640mg 들어 있다. 이는 현재 국내에 출시된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제 일반의약품 중 서방정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함량이다.

붕해 과정이 필요 없는 액상형으로, 정제나 연질캡슐 등 다른 제형보다 흡수가 빨라 통증을 빠르게 완화할 수 있다. 스틱형 파우치 형태여서 휴대도 간편하며, 물 없이도 쉽게 짜서 복용할 수 있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백신 접종 후 발열이나 두통 등 이상 반응 증상이 있다면 완화를 위해 ‘파인큐’를 복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평소 알약을 삼키기 어려워하는 분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며 약국가와 인터넷 등에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제뉴원사이언스의 자회사인 콜마파마도 대원제약과 비슷한 시기에 서방형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인 ‘아니스펜8시간이알서방정’ 6정 제품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그동안 30정이 들어있는 병입 제품으로만 판매됐는데, 코로나19 예방접종으로 소포장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회사 측이 6정 제품을 새로이 출시한 것이다.

제뉴원 김미연 대표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30%에 달하는 시점에서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안정적인 아세트아미노펜 제품 공급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콜마파마는 현재 주원료, 부자재 등 아세트아미노펜 제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모든 부분을 자사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특히 종근당, 한림제약 등 9개 제약사가 콜마파마로부터 아세트아미노펜 서방형 제제를 공급받고 있는 만큼 고객사에서 물량 부족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생산량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태극제약은 위장 장애가 적고 체내 흡수가 빠른 액상형 해열진통제 ‘타이로펜 연질캡슐’을 출시했다.

타이로펜 연질캡슐은 네오솔(Neosol) 공법으로 제조한 액상형으로 위 내에 머무는 시간이 적어 위장 장애가 적고 체내 흡수율을 높은 것이 특징이다. 1캡슐당 아세트아미노펜 325mg을 함유했으며, 타르색소가 들어있지 않아 안심하고 복용할 수 있다.

삼진제약·부광약품, 생산량 확대

#삼진제약은 지난 6월 말 향남공장 내 ‘게보린쿨다운정’의 생산 제조단위를 2배 증설해 생산량 확대에 나섰다. 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 후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해열진통제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인데, 40대 이하 접종이 초읽기에 들어서면서 회사 측은 생산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게보린쿨다운정’은 비타민 함유 해열진통제로 아세트아미노펜과 비타민 B1(벤포티아민), B2(리보플라빈), C(아스코르브산)를 함유했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은 열을 빠르게 내려주고 오한과 근육통 증상을 완화하며, 벤포티아민은 피로감 개선, 리보플라빈은 인후통 완화에 도움이 된다.

삼진제약 관계자는 헬스코리아뉴스와 통화에서 “공장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제품을 찍어내는 대로 모두 나가는 상황”이라며 “생산라인 증설을 통해 ‘게보린쿨다운정’이 안정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약품은 자사의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인 ‘타세놀’을 자체 생산 최우선순위 품목으로 격상했다.

부광약품이 직접 생산 및 판매 중인 ‘타세놀’은 아세트아미노펜 단일성분 제제로, 최근 코로나 백신 접종이 이어지면서 수요가 급증했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부광약품에서 제조하는 ‘타세놀’에 대한 약국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타세놀 제품군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자사 공장의 생산역량을 ‘타세놀’ 제품군에 우선 집중한 것은 물론, 공급 속도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1차 접종률 51.2% … 완료율은 23.9%

여전히 ‘타이레놀’ 강세 … 얀센, 신규 품목 추가

국내 제약업계, 40대 이하 접종서 만회 기대

24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추진단)에 따르면 2월 26일부터 179일간 누적 1차 접종자는 2630만189명이다. 전체 인구(5134만9116명·2020년 12월 주민등록 거주자 인구) 기준 51.2%에 해당한다. 이 기간 권장 접종 횟수를 모두 맞은 접종 완료자는 1228만374명으로, 전체 인구의 23.9%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소비도 급증했는데, 현재까지는 얀센의 ‘타이레놀’이 특수를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타이레놀’과 ‘타이레놀’ 서방형 제제인 ‘타이레놀8시간이알’의 매출액(아이큐비아 기준)은 총 436억 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39.6% 증가했다. 제품별로 보면 ‘타이레놀’의 상반기 매출은 336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7.9% 늘었으며, 이 기간 ‘타이레놀8시간이알’의 매출은 1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7.0% 증가했다.

상반기 매출을 분기별로 나누면, 성장폭은 더욱 도드라진다. ‘타이레놀’의 올해 1분기 매출은 81억 원이었으나, 2분기에는 255억 원으로 한 분기 만에 215%나 증가했다. ‘타이레놀8시간이알’의 매출 역시 같은 기간 25억 원에서 75억 원으로 200% 성장했다.

그러나, 국내 제약사들의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들은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판매가 크게 늘지 않았다. 제약업계는 방역 당국이 지난 3월 “코로나19 예방백신 접종 후 발열 등 부작용이 발생하면 ‘타이레놀’을 복용하는 게 좋다”고 안내한 것이 시장 판도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오는 26일 18~49세 대상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그동안 저조했던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판매 성적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접종은 이달 26일부터 9월 30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이뤄진다. 접종 대상 인원은 1530만 465명에 달한다. 현재 접종 사전예약율은 65.6%(1003만 6800명)이지만, 다음 달 17일까지 추가 예약을 받는 만큼, 예약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더나의 백신 공급 물량 확대로 추석 이후로 접종을 예약했거나 아직 예약하지 않은 대상자들의 접종일정이 앞당겨질 전망이어서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제약업계는 단기간에 대규모 접종이 이뤄지는 만큼 ‘타이레놀’ 공급량이 시장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타이레놀’ 제조소인 얀센의 향남공장은 올해 철수를 앞두고 생산물량 축소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얀센 측이 공장 철수에 대비해 쌓아놓았던 ‘타이레놀’ 재고 5000만 정을 이미 시장에 공급한 상태여서 이번 40대 이하 백신 접종을 계기로 국산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판매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한 제약사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워낙 단기간에 대규모 접종이 이뤄지는 것이어서 (우리 회사도 아세트아미노펜 제제의) 판매 증대를 기대하고 있다”며 “이미 많은 제약사가 생산량을 확대한 상태다. 따라서, 국내 제약사 간 시장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