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순호] 삼아제약의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제 ‘씨투스정’(성분명: 프란루카스트나트륨)의 특허를 회피하는 데 실패한 동구바이오제약이 곧바로 새로운 심판 절차에 나섰다. 실익이 크지 않은 소송전으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특허도전에 빠르게 다시 나서 제네릭 상용화 시기를 조금이라도 앞당기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동구바이오제약은 29일 삼아제약의 ‘생체이용률이 개선된 프란루카스트 함유 고형 제제의 조성물 및 그 제조방법’ 특허(이하 씨투스정 제제 특허)에 대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특허심판원에 청구했다.

해당 특허에 대한 동구바에오제약의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 청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동구바이오제약은 지난해 1월 씨투스정 제제 특허에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으나, 지난 15일 특허심판원으로부터 각하 심결을 받았다. 당시 함께 특허도전에 나섰던 제약사들이 모두 청구성립 심결을 받은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아직 심결문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각하 사유는 확인되지 않지만, 특허심판원이 심판 청구를 기각하지 않고 각하한 것으로 미뤄 볼 때 동구바이오제약의 심판 청구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판단해 본안 심리 없이 심판 진행을 종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심판에서 진 동구바이오제약이 씨투스정 제네릭을 출시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심결에 불복해 소송전에 나서거나 다시 한번 심판 절차를 밟는 것이다.

다만 불복 소송의 경우 상급심에서는 특허심판원의 심리를 거치지 않은 특허 회피 여부를 다투지 못하고 특허심판원의 각하 심결이 적법한지만 따지게 될 공산이 크다. 불복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적법한 심판 청구라는 것을 인정받을 뿐, 특허심판원으로 다시 돌아와 심리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만큼 소송전은 시간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첫 번째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 각하 심결을 받은 동구바이오제약이 소송전에 나서는 대신 즉시 두 번째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씨투스는 삼아제약이 지난 2010년 허가받은 프란루카스트 성분의 기관지 천식 치료제다. 연간 매출은 500억 원대로 회사 연간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씨투스 패밀리는 정제 형태의 씨투스정과 과립상 건조시럽 형태의 ‘씨투스건조시럽’, 그리고 물에 녹여 먹는 현탁정 형태의 ‘씨투스현탁정’, 씹어 먹는 형태의 ‘씨투스츄정’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씨투스정의 처방액 규모가 가장 크고, 씨투스건조시럽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씨투스현탁정과 씨투스츄정의 처방액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씨투스정의 처방 비중은 씨투스 패밀리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지난해 1월 동구바이오제약을 포함해 다산제약, 동국제약, 한화제약, GC녹십자, 대웅바이오,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 등 7개 제약사가 씨투스정 제제 특허에 대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며 제네릭 우선판매품목허가 경쟁을 공식화했다. 해당 특허는 씨투스정이 보유한 유일한 특허로 알려졌다.

이 중 에이프로젠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6월 심판 청구를 취하하며 경쟁 대열에서 이탈했고, 동구바이오제약을 제외한 다산제약, 동국제약, 한화제약, GC녹십자, 대웅바이오 등 5개 제약사는 같은 해 10월에서 11월 사이 모두 청구성립 심결을 받아냈다.

아들 제약사는 특허 회피에 성공한 뒤 제네릭까지 출시한 상황이다. 이와 달리 동구바이오제약은 특허도전에 실패해 결국 두 번째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치르게 됐다. 동구바이오제약이 씨투스정 제네릭 시장 선점 경쟁에서 사실상 낙오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동구바이오제약은 지난 5월 씨투스정 제제 특허에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며 제네릭 후발주자로 나선 한국프라임제약보다 심판 청구가 늦어지는 모양새가 됐다”며 “시장 진입 시기 격차가 큰 만큼 선발주자 추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