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전공의단체가 환자단체를 방문, 1년 5개월 이상 길어진 의정갈등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불안에 떨었던 환자와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한성존 위원장과 위원들은 오늘(28일) 오후 12시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에 위치한 한국환자단체연합회(환연) 사무실을 방문해 70분 간 환자단체 대표들을 만났다.

이날 만남에서 양측은 참석자 소개와 한성존 위원장과 안기종 대표의 모두 발언까지 기자들에게 공개하고, 이후 시간은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한성존 위원장은 모두 발언을 통해 “1년 5개월 이상 길어진 의정갈등으로 인해 불편을 겪고 불안하셨을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의료계를 대표하고 이끄는 위치에 있었던 일부 의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서도 국민의 일원인 젊은 의사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오늘 환자단체연합회와의 만남이 환자와 의사 간의 유대를 회복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며 “의사로서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보다 나은 의료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환자단체 “전공의, 조건없이 자발적으로 복귀해야”

안기종 대표는 “1년 6개월째 의료공백 사태를 겪고 있는 환자 입장에서 전공의 복귀 소식은 다행스럽고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전공의 복귀는 1년 6개월 전 자발적으로 사직했을 때처럼, 조건 없는 자발적인 복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피해를 본 환자 중에는 질환이 악화하거나 심지어 사망한 경우까지 있었으므로, 이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 그리고 다시는 환자의 생명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공개 시간에는 앞서 모두 발언에서 나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대국민 사과의 의미, 전공의 복귀 관련 대정부 3대 요구안 중 하나인 ‘전공의 수련 연속성 보장’의 범위에 관한 사실 확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의 입법 요구사항 중 하나인 ‘필수의료 공백 방지법안’의 필요성에 관한 의견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비대위의 대국민 사과가 늦어진 배경에 대해 질의응답이 있었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윤석열 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에게 업무개시명령 등을 동원해 심각한 압박을 가해왔는데, 이에 대한 정부의 유감 표명이나 사과가 없는 상황에서 전공의가 사과하는 것이 내부적으로 민감하고 복잡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 복귀 관련 대정부 3대 요구안 중 하나인 ‘전공의 수련 연속성 보장’의 범위와 관련해 환연은 “특혜성 조치를 조건으로 전공의가 복귀하는 것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언론에 알려진 ‘수련 기간 단축, 입영 연기 특례, 전문의 시험 추가 시행’ 요구는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양질의 수련을 위해 수련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수련기간 단축을 요구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비대위는 “의료공백 재발 방지를 위한 입법을 요구하는 환자단체연합회의 활동에 대해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것을 입법을 통해 규제를 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환연은 이번 만남이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사태 이후 1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이루어진 전공의 단체와 환자단체 간의 대화라는 점, 그리고 국회나 정부의 중재 없이 비대위가 직접 환연 사무실을 방문해 국민께 사과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비대위와 환연은 오늘의 만남을 발전적 방향으로 이어가기 위해 8월 또는 9월 중 두 번째 만남을 갖기로 했다.

한편, 이번 만남은 한성존 위원장이 지난 24일, 환연과 소속 10개 환자단체가 진행 중인 릴레이 1인시위 현장을 방문해 제안하면서 이뤄졌다. 환자단체는 지난 7월 22일부터 국회 정문 앞에서 의료공백 피해 구제 및 재발 방지를 위한 3법(환자기본법안, 의료대란 피해보상 특별법안, 환자피해 의무조사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안) 심의와 필수의료 공백 방지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 발의를 촉구하며 1인 시위를 진행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