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창용] 최근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비대면 진료는 재진 환자에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김진숙 전문연구원은 7일 열린 의료정책포럼에서 초진 단계에서 비대면 진료를 하는 것에는 안전성 문제가 따른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진료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여 환자에게 진단, 상담, 처방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비대면 진료는 감염병 유행 시기인 2020년부터 전화 상담·처방 형태로 한시적으로 허용되었고, 2023년 6월 이후 현재까지 시범 사업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진료가 재진이 아닌 초진 환자에까지 적용되는 것에는 안전성 문제가 있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설명이다.

환자가 스스로 측정한 건강 정보를 믿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그리고 시진(눈으로 보며 하는 진료)이나 청진(귀로 들으며 하는 진료)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의사가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한 비대면 진료는 의사와 환자 사이의 의사소통을 어렵게 할 수 있다.

법적 측면에서도 비대면 진료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의료사고의 책임은 의료인에게 귀속된다. 정보통신기술의 결함이나 해킹 등 기술적 문제가 발생해도 그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는 점에서, 법적 부담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소아 대상 비대면 진료에 대한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발열·호흡곤란·경련·발진·복통 등 비정형적인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소아는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귀로 듣는 진료가 필수지만 비대면 진료에서는 이를 수행할 수 없어 오진과 진료 지연이 일어날 위험이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유행 당시, 비대면 진료로 인해 사망한 소아 환자 사례가 보고된 바 있으며, 이후에도 응급 상황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생명이 위태로웠던 사례가 발생했다.

한편, 의료법 개정안을 통해 초진 허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이 최근 검토되고 있는데, 그 대상자 범위가 필요 이상으로 넓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안은 섬벽지와 응급의료취약지 거주자, 재소자 및 군인,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약 800만 명) 또는 65세 이상 인구(약 1000만 명), 감염병 환자, 휴일·야간 진료 불가피 환자 등을 초진 허용 대상으로 포함했는데, 이는 사실상 전국민을 포함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몇 가지 조건을 따른다면 비대면 진료도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김 연구원의 주장이다.

김 연구원은 그 조건으로 재진 원칙 기반 초진은 예외적 허용 주기적인 대면진료를 강조한다.

여기서 예외적 초진 허용이란, 섬벽지 등 의료기관까지 거리를 고려하여 보건복지부령에서 정한 지역 거주자·재소자 및 군인·대리수령자가 처방전을 받을 수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초진을 허용함을 가리킨다.

김 연구원은 이밖에도 “비대면 진료는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 하고, 지역적 접근성을 고려한 범위 내에서 시행해야 한다”며, “화상 시스템(환자와 의사가 화면으로 서로를 볼 수 있는 시스템)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 안전성 확보 방안으로 “비대면 진료 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불가항력 사고에 대한 국가 차원의 피해보상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비대면 진료에 한정해 의사의 진료거부권 인정과 비대면 진료 사전동의서 확보 등도 포함되어야 할 요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