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유전성 혈관 부종(HAE) 발작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예방제가 미국에서 탄생했다. 호주 CSL 베링(CSL Behring)의 ‘안뎀브리’(Andembry, 성분명: 가라다시맙·garadacimab)가 그 주인공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18일(현지 시간), 12세 이상 HAE 환자를 위한 월 1회 예방제로 ‘안뎀브리’를 허가했다. 투약주기가 1주 1회, 2주 1회 예방제는 기존에도 있었으나, 월 1회 투약 예방제가 허가를 받은 것은 이 약물이 세계 처음이다. 무엇보다 ‘안뎀브리’는 기존의 단순 예방제와 달리, 근본적 예방제로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안뎀브리’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 호주, 영국, 일본, 스위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에서도 허가를 취득했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올해 2월 13일(현지 시간) ‘안뎀브리’를 성인 및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의 유전성 혈관부종 예방제로 허가했다. 12a 인자(Factor XIIa)를 표적하는 최초이자 유일한 월 1회 투여 주사제로 승인한 것이다.

FDA의 허가는 CSL 베링 측이 실시한 임상 3상 시험(시험명: VANGUARD)의 결과를 근거로 했다. 해당 시험은 HAE 환자를 대상으로 ‘안뎀브리’와 위약의 유효성 및 안전성을 평가한 것이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안뎀브리’ 투약군은 대조군 대비 평균 발작 발생률이 86.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뎀브리’ 투약군 중 61.5%는 HAE 관련 발작을 전혀 경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참고로 HAE은 혈관벽이 과도하게 부풀어 오르는 유전성 희귀 질환으로, HAE 관련 발작은 HAE 환자에게서 갑작스럽고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심한 부종 증상을 뜻한다.

‘안뎀브리’는 과도하게 활성화된 혈장단백질인자 XIIa(plasma protein Factor XIIa, FXIIa)를 선택적으로 저해하는 단일클론항체 약물이다.

타깃인 XIIa 인자는 혈관 내에서 브래디키닌(bradykinin)이라는 물질을 생성하는 경로의 초기 단계에서 작용하는 효소다. 브래디키닌은 혈관의 투과성을 증가시켜 조직에 부종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안뎀브리’는 이러한 XIIa 인자를 저해하여 브래디키닌 생성 경로를 상류 단계에서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이다. 이를 토대로 혈관 부종을 유발하는 연쇄 반응 자체를 차단하여 HAE 관련 부종 발작을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이번에 ‘안뎀브리’ 허가의 근거가 된 VANGUARD 연구는 미국, 캐나다, 독일, 헝가리, 일본, 이스라엘, 네덜란드 등 7개국에서만 실시된 만큼, 우리나라 도입은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자국 임상을 하지 않았는데도 시판을 허가한 영국, 호주, 스위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은 VANGUARD 연구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