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제일약품의 표적 항암제 후보물질 ‘네수파립’(Nesuparib, JPI-547·OCN-201)의 췌장암 치료 가능성을 가늠하는 임상 연구의 청사진이 공개됐다.

제일약품의 신약개발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5월 30일부터 6월 3일까지 미국 시카고에서 개최되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 참석하여 췌관선암(PDAC)에서 ‘네수파립’을 평가한 임상 1b상 시험 결과를 발표한다.

미국 종양학회지(Journal of Clinical Onconlogy)는 지난 5월 28(현지 시간) 해당 연구의 배경을 설명한 논문 초록을 먼저 공개했다.

초록에 따르면, PDAC은 췌장의 췌관 세포에서 발생하는 종양으로, 전체 췌장암의 약 90%를 차지한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렵고 선별 검사법도 아직 개발되지 않아 대부분 질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진단된다.

이로 인해 진단 시 환자의 40~50%는 이미 원격 전이가 발견된다. 설령 원격 전이가 없더라도 PDAC은 매우 악성도가 높은 종양인터라 빠르게 진행돼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PDAC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완전한 외과적인 절제술이나 절제술은 전체 PDAC 환자의 20~25% 남짓만 가능하다. 절제술이 부적합한 환자군의 경우 평균 생존 기간은 현저히 짧아 치료 예후가 불량한 편이다.

따라서 절제술이 부적합한 PDAC 환자를 위한 치료법은 증상을 완화시키고 생존기간을 최대한 연장시킬 수 있는 약물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중 당중합효소(PARP) 억제제 ‘린파자’(Lynparza, 성분명: 올라파립·olaparib)가 대표적인 약물이다.

‘린파자’의 타깃인 PARP는 DNA를 복구하는 인자인 BRCA1 및 BRCA2의 활성을 유도하는 단백질이다. BRCA 1·2은 상동 재조합 결핍(HRD) 단백질군에 속하는 하위 유형으로, 암세포의 DNA 복구를 촉진하는 역할이다.

‘린파자’는 PARP에 선택적으로 작용하여 BRCA 1·2와의 상호 작용을 차단하고, 이를 토대로 암세포가 손상된 DNA를 복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전이다.

‘린파자’와 같은 단일 PARP 억제제는 BRCA 1·2 변이 췌장암에는 매우 효과적이다. 그러나 BRCA 1·2가 아닌 HRD 양성의 나머지 환자군에서는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다.

초록은 이와 관련 “‘린파자’는 BRCA1·2 변이가 확인된 전체 췌장암 환자의 약 5~7%에게만 유익하다”며, “특히 전체 췌장암의 약 15%를 차지하는 HRD 양성 환자에게는 치료 혜택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제일약품이 1b상에서 췌장암에 대한 ‘네수파립’의 효과를 평가한 까닭이다. ‘네수파립’은 PARP에 더해 TNKS1까지 이중으로 저해하는 키나아제 억제제 후보물질이다. 타깃 가운데 하나인 TNKS1은 쉽게 말해 BRCA1·2의 활성 경로를 차단하는 기능이다.

따라서 ‘네수파립’은 ①TNKS1을 저해하여 BRCA1·2 단백질이 부족한 암세포에서 BRCA1·2 경로를 간접적으로 활성화시키고 ②PARP 저해 기능을 더해 암세포 사멸을 더욱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전임상 실험에서 ‘네수파립’은 단독요법으로도 종양 성제 억제 효과를 보였다. 과거에 진행된 임상 1상 시험에서도 말기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전체 반응률(ORR) 28.2%, 질병 조절률(DCR) 64.1% 등의 유망한 항종양 활성을 입증한 바 있다

제일약품은 이제 적응증 범위를 췌장암으로 좁히면서 본격적으로 치료제 가능성 검증에 나선다. 만약 ‘린파자’보다 우수한 치료 효과를 입증한다면, ‘네수파립’은 췌장암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해당 1b상은 국소 진행성 및 전이성 PDAC 환자를 대상으로 ‘네수파립’과 췌장암 표준 치료법인 폴피리녹스(FOLFIRINOX) 및 젬시타빈·나브파클리탁셀(GemAbraxane)을 병용 투여했을 때의 안전성과 내약성을 평가하는 것이었다.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022년 1월 해당 연구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