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임도이] 폐암의 유전위험점수가 동일 수준이더라도 ‘30년 이상, 20갑년 이상’ 흡연을 한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소세포폐암 발생위험이 54.49배 높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소세포폐암 발생에 흡연이 기여하는 정도는 98.2% 수준인 것으로 밝혀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연구원(원장 장성인)과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 연구팀의 공동 연구결과다.

연구팀은 2004~2013년까지 10년 동안 전국 18개 민간검진센터 수검자 13만 6965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및 유전위험점수(PRS) 자료, 중앙암등록자료, 건강보험 자격자료를 연계하여 2020년까지 추적 관찰 및 분석했다. 분석대상 암종은 폐암(전체, 소세포폐암, 편평세포폐암, 폐선암)과 후두암(전체, 편평세포후두암)이었다.

연구결과, 연구 대상자의 일반적 특성과 폐암 및 후두암의 유전위험점수가 동일 수준이더라도 ‘30년 이상, 20갑년 이상’ 흡연자인 경우 비흡연자에 비해 소세포폐암은 54.49배, 편평세포폐암은 21.37배, 편평세포후두암은 8.30배 발생위험이 유의하게 높았다.

반면 흡연력이 동일한 조건에서는 유전위험점수가 높을 경우 낮은 사람에 비해 전체 폐암과 편평세포폐암에 한해서 각각 1.20~1.26배, 1.53~1.83배 유의하게 암 발생위험이 높았다. 이는 흡연이 폐암과 후두암 발생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폐암, 후두암 발생 기여위험도 분석에서는 ‘30년 이상, 20갑년 이상’ 흡연자인 경우 소세포폐암 발생에 기여하는 정도가 98.2%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유전요인의 영향은 유의미하지 않았다.

그 외 흡연의 암 발생 기여도는 편평세포후두암 88.0%, 편평세포폐암 86.2%였다.

유전요인은 전체 폐암 및 편평세포폐암에 한해 암 발생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그 정도는 각각 0.7%, 0.4% 수준에 불과했다.

이번 연구는 폐암 및 후두암 발생 원인 분석에서 국내 최초로 유전정보를 활용해 유전요인의 영향이 없거나 극히 미미함을 밝혀내, 흡연의 유해성을 재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소송대상 암종인 소세포폐암, 편평세포폐암, 편평세포후두암의 발생위험이 여타 암종에 비해 높았는데, 이는 과거흡연자에 비해 현재흡연자에서, 그리고 흡연력이 높을수록 발생위험이 커지는 경향성을 보였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엄상원 교수는 “폐암은 선천적 요인 보다는 흡연 등과 같은 후천적 요인에 의한 체세포 돌연변이가 주요 발병 원인임이 알려져 왔다”며 “이번 연구는 국내 최초로 선천적 유전요인이 폐암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미미함을 과학적으로 규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연구원 이선미 건강보험정책연구실장도 “이번 연구는 흡연과 폐암 및 후두암 발생 간의 인과성 분석에서 국내 최초로 유전요인의 영향을 통제한 것은 물론, 나아가 유전요인이 폐암 및 후두암 발생에 기여하는 정도까지를 규명한 연구”라며 “유전요인은 폐암 및 후두암 발생과 개연성이 없거나 극히 낮은 반면, 흡연은 암 발생의 강력한 위험요인임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선미 실장은 특히 “법원은 지난 1심 판결에서 흡연과 폐암, 후두암 발생 간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공단이 담배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며 “공단은 건강보험 빅데이터 기반의 다양한 실증분석을 통해 흡연의 유해성 및 인과성을 재입증하고, 담배소송에 필요한 결정적 증거들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