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대사 작용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간에 약물을 직접 전달하기 위한 혁신적인 시도가 한미약품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본지 취재 결과, 한미약품은 미국 특허청(USPTO)에 ‘간 표적 약물 및 그 용도(LIVER-TARGETED DRUG AND USE THEREOF)’에 대한 특허 등록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특허는 2022년 12월에 출원되었으며, 올해 4월 10일 공개됐다.

특허 내용은 간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 개발 및 간에서의 약리 작용을 필요로 하는 질병 치료 방법에 관한 것이다. 쉽게 말해 약물을 간에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에 관한 것이다.

간은 해독과 대사를 담당하는 장기로, 다양한 약물의 흡수를 담당한다. 따라서 기존의 약물은 일반적으로 간에서 대사되고 전신으로 퍼진 다음, 표적 조직에 도달하여 작용하도록 설계된다.

그런데 간질환의 경우, 약물이 간에서 대사된 후 다시 간에서 작용하도록 유도하는 과정은 마치 원을 그리듯 반복되는 모순적 구조처럼 보인다. 이는 결국 간질환 치료제의 생체 흡수율 감소 혹은 부작용을 수반한다.

한미약품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고도화된 약물 전달 기술을 도출했다. 명세서에 따르면, 해당 기술은 약물이 간세포 수용체에 결합하여 간에 보다 효과적으로 잘 전달되고 분포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약물은 보통 간세포 내 효소에 의해 대사되어 분해된다. 하지만 약물이 대사되기 전 간세포 표면의 수용체에 먼저 결합하면 무분별하게 분해되기보다 간 조직에 보다 안정적으로 분포하며 효과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미약품 기술의 장점은 약물이 간 조직에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로 도달하여 간질환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체내에서 약물의 효율적 전달을 통해 전신 부작용을 줄이고, 환자의 약물 복용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

실제로 한미약품이 실시한 동물 실험에서, 해당 전달 기술이 적용된 약물은 간에 7일 동안 안정적으로 고르게 분포하며 지속적이고 균일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회사 측은 실험 결과, 이 기술이 간경변, 간염,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등 다양한 간 질환의 치료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약품은 해당 기술 적용을 염두해 둔 약물 유형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 회사가 현재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형(GLP-1) 기반 MASH 치료제 후보물질 ‘에피노페그듀타이드’(efinopegdutide, 코드명: MK-6024)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기에 적용할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GLP-1 작용제는 포만감 조절과 인슐린 저항성 개선에 더해, 지방 축적에 의한 대사성 염증 반응에도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MASH에서 유망한 치료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약물의 간 전달 효율이 다소 떨어져 현재까지 임상 시험 단계에 머물러 있을 뿐, 여전히 MASH 치료제로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