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리아뉴스 / 이충만] 투약이 불편한 유전자 치료제의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 유전자 치료 물질을 몸속에서 직접 조합할 수 있는 생체 내(in vivo) 유전자 편집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유전자 치료제는 환자의 체내에서 결핍되었거나 이상이 있는 유전자를 대체하기 위해, 환자의 세포를 체외로 채취한 뒤 질환을 치료할 수 있도록 유전자를 재조합하고, 이를 다시 체내에 투여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원샷 치료제로 잘 알려진 CAR-T 치료제 또한 유전자 치료제의 일종이다. 환자의 T세포를 통해 암세포 표면의 특이적인 부분을 능동적으로 찾아내어 파괴할 수 있도록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하여 재조합하는 방식이다.

유전자 치료제는 각종 희귀 유전자 질환을 1회 투약으로 거의 완치시키는 극적인 치료 효과를 보이면서 질병 완치제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하나 단점이 있는데, 바로 투약 과정이 매우 번거롭다는 것이다. 모든 유전자 치료제는 정맥주사를 통해 30분~1시간 가량 투여해야 하며, 일부 치료제는 기존 유전자가 새로 투여된 재조합 유전자의 작용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고강도의 항암화학요법을 통해 기존 유전자를 제거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선행해야 한다.

가령 유전자를 원하는대로 편집할 수 있는 미국 버텍스(Vertex)의 유전자 편집 치료제 ‘카스거비’(Casgevy, 성분명: 엑사감글로진 오토템셀·exagamglogene autotemcel)는 편집된 유전자를 주입하기 전 항암화학요법을 통해 환자의 골수를 제거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따라서 업계는 유전자 치료제를 보다 간편하게 투약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해법 중 하나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생체 외(ex vivo) 방식이 아닌, 생체 내(in vivo) 유전자 편집 기술이다.

현재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유전자 치료제는 환자에게서 유전자를 수집한 후 실험실(in vitro)에서 재조합하고, 이를 다시 체내에 투입하는 생체 외(ex vivo) 방식을 사용한다. 반면, 생체 내(in vivo) 방식은 유전자 치료 물질과 전달 기술을 결합하여 체내에서 직접 유전자를 수정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핵심은 몸 속에서 정확한 유전자에 도달해 그 유전자를 원하는대로 수정하기 위한 정교한 전달 기술이다. 그렇지 않으면, 엉뚱한 유전자에 작용하여 오히려 부작용의 위험성만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①첫번째 기술은 지질나노입자(LNP)다. LNP는 지질로 구성된 나노 크기의 입자로, mRNA 혹은 CRISPR-Cas 유전자 편집 도구같은 유전 물질을 보호하면서 세포 안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유전자 편집 도구를 운반할 수 있는 LNP이지만 기존에는 간 등 제한된 장기에서만 작용 가능했다. 하지만 미국 바이오 벤처 기업 레너게이드(ReNAgade)는 LNP 전달 능력을 개선시켜 간 이외의 조직에도 유전자 편집 도구를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LNP 전달 기술을 설계했다.

‘카스거비’의 낮은 환자 접근성으로 인해 고심을 안고 있는 버텍스 측은 이를 놓치지 않고 새로운 LNP 기술 도입을 시도했다. 지난 1월 레너게이드 측과 차세대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은 바 있다.

②두번째 기술은 AAV 캡시드(Capsid, 바이러스를 둘러싼 껍질)다. AAV가 감염 위험을 제거한 바이러스 그 자체라면, AAV 캡시드는 AAV가 세포의 수용체에 결합하고 유전자로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여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간 AAV 캡시드만으로는 유전자 물질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의 상가모 테라퓨틱스(Sangamo Therapeutics)는 AAV 캡시드만을 이용해 유전자 치료제를 전달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을 통해 개발된 약물 후보물질은 ‘STAC-BBB‘이다. 이 약물의 가장 큰 특징은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해 표적 유전자에 정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도 뇌 관련 유전자 치료제는 두개골을 열고 직접 AAV 치료제를 투여하는 방식이지만, ‘STAC-BBB‘는 두개골 절개 없이 BBB를 통과하여 생체 내에서 재조합 유전자를 전달하도록 설계되었다.

일본 아스텔라스(Astellas)는 이러한 ‘STAC-BBB‘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며 지난 2024년 12월 상가모 측과 ‘STAC-BBB‘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의 규모는 최대 13억 달러(한화 약 1조 8000억 원)다.

③세번째 기술 또한 BBB를 겨냥하는 것이다. 다만 상가모의 ‘STAC-BBB‘와 달리 AAV 캡시드가 아닌 뇌혈관에 존재하는 특정 수용체를 활용해 약물을 뇌세포까지 전달하는 기술이다.

해당 기술은 바로 2021년 설립된 미국 알리다 테라퓨틱스(Aliada Therapeutics)의 모델(MODEL) 플랫폼 기술이다. 뇌혈관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하여 약물이 뇌 안으로 효과적으로 전달되도록 약물을 설계할 수 있다.

당초 이 기술은 미국 얀센의 연구원들이 설계한 것이었지만, 이후 알리다 측에 권한이 인수되었다. 알리다는 이를 활용하여 베타 아밀로이드의 변형된 형태인 피로글루탐산 아밀로이드-β를 표적하는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 ‘ALIA-1758’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애브비(Abbvie)는 해당 플랫폼 기술에 눈독을 들이며 지난 2024년 12월 약 14억 달러(한화 약 2조 원) 규모로 알리다 측을 최종적으로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