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신문·일간보사=차원준 기자]전라남도의 오랜숙원인 국립의과대학 및 대학병원 설립이 전남도가 추진하는 '통합의대' 방안으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순천과 목포 중 특정 지역을 선정하지 않은 통합의대 정책이 정부의 '1개 지역 1개 의대' 원칙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전라남도의회 의원들은 도민의 염원을 외면한 용역 과정과 투명성 부족한 정책 추진을 강하게 질타하며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전경선 의원(더불어민주당·목포)은 지난 6월 10일 제391회 전라남도의회 정례회 기획행정위원회 회의에서 전남도가 10억 원 예비비를 투입한 '전남 국립의대 및 대학병원 신설 정부 추천 용역' 결과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용역은 독립적인 국립의대 설립을 목표로 시작됐으나, 도의 의도에 맞춰 통합의대라는 왜곡된 결론을 도출했다"며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전 의원은 "35년간 180만 도민이 염원한 것은 전남에 독립적인 국립의대와 대학병원 설립이었다"며 "정부는 1개 지역에 1개 의대만 허용하는데, 순천과 목포 중 지역을 선정하지 않은 통합의대 방안은 도민의 뜻을 무시하고 실현 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비판했다. 그는 "도가 지역 간 경쟁을 갈등으로 오인하고 이를 회피하려 통합의대를 추진하면서 유치의 결정적 시기를 놓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10억 원이 투입된 용역이 도민 의견을 배제하고 지역 선정 문제를 외면한 것은 심각한 행정 왜곡"이라며 "도민의 뜻에 따라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독립적 국립의대 설립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정환 의원(더불어민주당·함평)도 같은 날 2024년도 결산 심사에서 전남도의 의대 유치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30년간 도민의 간절한 염원이었던 국립의대 유치가 도의 무책임한 정책으로 물거품 될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는 특정 대학과 지역을 정해야 의대 신설을 추진한다고 밝혔으나, 통합의대는 지역 선정을 회피한 모호한 방안"이라고 비판했다.

모 의원은 "순천과 목포 중 한 곳을 선정해야 하는 현실을 외면한 이 결정은 누구를 위한 것이냐"며 "정치적 행보가 아니냐"고 개탄했다. 그는 "동부와 서부의 이견을 조율하고 장기적으로 특정 지역 중심의 유치 방안을 모색했어야 했다"며 "근시안적인 통합의대 추진은 정부의 1지역 1의대 원칙에 맞지 않아 설립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인천, 전북, 경북 등 이미 의대가 있는 지역도 추가 유치를 추진하는데, 전남은 지역 선정조차 하지 않아 기회를 잃고 있다"며 "전남도는 어디에 의대를 유치하려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공무원은 국민에 봉사하며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도민의 뜻을 저버리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강종철 인재육성교육국장은 "통합의대가 가장 빠르게 유치할 수 있는 정책적 판단이었다"며 "2027년까지 통합 의과대학 설립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선정 문제 등 구체적 실행 방안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의원들의 비판을 잠재우지 못했다.

전경선 의원과 모정환 의원은 전남도가 도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정부의 1지역 1의대 원칙에 부합하는 특정 지역 중심의 의대 유치 정책을 재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