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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심장혈관 흉부외과의 의료인력 문제 진단

-의료산업 뉴노멀 대비하자-

언론사

입력 : 2025.04.01 18:01

[의학신문·일간보사]

정의석 강북삼성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심장혈관흉부외과 기획홍보위원장

2025년도가 아무 문제없이 지나고, 연말이 다가 온다면, 우리는 인터넷 주요 포털에서 "2026년 심장혈관흉부외과 신규 전문의 전국 1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게 될 것이다.

반나절 정도 이 주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 것이다. 몇몇 언론은 제법 심각하게 보도 할 것이다. 연말 기획, 의정 갈등 기사의 한 꼭지도 될 수도 있고, 분석기사도 연달아 나올 것이다. 유일한 신규 흉부외과 전문의는 공중파 인터뷰를 하게 될 지도 모른다. 기사 끝 자락에는 "앞으로는 심장이나 폐암 수술을 외국 의사에게 받아야 할지도 모릅니다"라는 상투적 멘트도 덧붙여 질 것이다. 여기 까지는 놀라운 일은 아니다. 30년 이상 매년 반복되는 연말 보건영역의 클리세가 올해는 의정사태로 조금 더 커졌을 뿐이니까.

대한민국에서 심장수술을 시행하고, 폐암 수술을 집도한 지는 60년 밖에 되지 않았다. 그 동안 흉부외과 의사의 도전들이 용기 있다며 박수를 받은 적도 있었지만, 무모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물론 사회적 관심을 받은 적도 있었다. 심장병 어린이들이 이슈가 되던 80년대 심장수술은 '외과 계의 꽃'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뿐 이었다. 꽃은 금방 시들기 마련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남은 것은 필수의료란 허울에 쌓인 기피 과의 형상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흉부외과 영역의 질환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었다. 흉부외과가 최악의 위기에 빠져 있어도 심장과 폐암 수술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났다. 증가하는 질병수요와 감소하는 흉부외과 의사의 절대 수 사이의 간극을 해결하는 쉬운 해법은 의사 개인의 희생에 모든 것을 의존하는 방법이었다. 자신 개인의 삶은 포기한 채 병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을 사는 의사가 흉부외과 영역에 쌓여갔다. 그들이 늘어갈수록, 후배들은 같은 길을 걸으려 하지 않게 되었다. 흉부외과 위기의 시작이었다.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명제가 있다. 흉부외과의사들은 어리석게도 위기가 기회로 바뀔 것이라고 믿었다. 밤새 수술을 하고 중환자실의 환자를 보고 당직비조차도 신청할 수 없어도, 보호자에 멱살을 잡히며 온갖 욕설을 들어도, 내일은 오늘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여겼다. 신입 전공의가 20명 미만으로 감소했을 때에도, 수술을 함께 할 동료 의료인들이 없을 때에도 '위기는 기회'라고 흉부외과 의사들은 중얼거렸다. 당직 실에 앉아, 논문을 찾아보고, 술기를 연습하다 보면, 언젠가는 세상에서 우리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전국 100명내외의 전공의 교육을 위해 전공의 숫자보다 훨씬 많은 전문의들이 일년에 몇 번이고 한 장소에 모여 함께 숙박을 해가며 수술기술을 전수했다. 제도조차 없어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심장수술과 에크모를 담당하는 체외순환인력을 공식화 하기 위해 학회 내 공식 교육기관을 만들고 인증제도도 도입했다. 함께 환자를 돌보는 간호인력을 위한 교육체계도 10년전부터 도입했다. 모든 기간 의학회중 유일했다.

항상 위기였기 때문에 기회는 우리 주변에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의 미래인 전공의들이 우리의 과거와 같이 24시간 병원에서 숙식을 하며 살아가지 않으며, 안정된 제도와 상황에서 수련할 수 있는 실질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쉽지 않았다. 그런 교육이 도움이 되냐는 비아냥도 들었다. 고발을 당하기도 했다. 필요 없는 노력을 한다고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흉부외과를 살리자고 국정감사장과 방송에도 나가 소리쳤지만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었다. 소리질러도 듣지 않는 사람들은 늘 있게 마련이었다. 위기는 위기일 뿐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10년이 지나니 이상한 일이 생겼다. 선배들이 피와 목숨으로 만들어 놓은 과거가 흉부외과의 현재를 구원하는 것 같았다. 2023년 흉부외과 신규 전공의 지원이 20년만에 40명을 넘어 섰다. 눈 빛이 반짝거리는 후배들이 환자를 위해 기꺼이 인생을 걸겠다며 말했다. 가슴이 뛰는 시간이 시작되는 줄 알았다. 코로나19 대유행에도 흉부외과의 진료 능력은 감소되지 않았다. 10년간 준비한 체외순환인력이 우리를 도왔다. 힘이 들어도 에크모를 앞세우며, 코로나19 치료의 가장 앞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흉부외과 의사들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위기가 곧 기회다"라고.

신념이 착각이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2년이면 충분했다. 2025년 우리가 원하지 않았지만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명분이 갑자기 세상의 화두가 되었다. 그리고 의정 갈등이 시작되었다. 갑자기 100여명의 전공의가 사라졌다. 정신을 차려보니 2025년의 뜨거운 여름이었고, 전국에는 단 12명의 흉부외과 전공의 만이 남아 있게 되었다. 전국이 흉부외과 전공의가 없는 진공상태가 되었다. 50년 넘게 쌓아온 시스템과 10년간의 개선의 노력은 한 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과거의 위기가 사치스러운 상태로 느껴지는 상태가 끝없이 지속되고 있다.

물론 수술은 지속된다. 환자는 끊임없이 병원을 방문한다. 밤을 새며 수술을 하고, 24시간 병원을 뛰어다니고 병원의 연락을 못 받을까 핸드폰을 베게 밑에 두고 쪽 잠을 잔다. 밀려오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은 지속된다. 어디에 있던, 어떤 시간이던 연락이 오면 병원을 향해 전속력으로 뛰어간다. 현재에 급급하고 매일을 살아가기도 숨이 가빠지고 있다.

2025년 전공의는 이제 전국에 8명이 남았다. 2명의 신입 전공의가 들어왔다. 춘계학회에 방문할 8명의 전공의를 위해 흉부외과의사들은 학회를 준비한다. 큰 변화가 없는 한 2026년 3월에는 전문의 1명만 배출될 것이다. 우리는 견뎌내지 못할 위기 속에서도 하루하루 현재의 환자를 위해 살아가기가 급급하다. 과거에 우리가 목숨을 걸고 만들어 놓은 현재 덕분에 오늘을 버텨낼 수 있을 뿐이다. 우리가 달려가던 미래는 사라졌다. 누군가 투척해버린 결여된 현재가, 우리들의 미래를 완전하게 파괴했다. 30년 넘게 집계해온 신규 전공의 현황도 매년 확인하였던 은퇴 전문의 상황도 의미가 없는 통계가 되었다. 수 십년 소중히 간직하던 노 교수의 수술법도 전수할 대상이 없다. 과거의 우리가 오늘을 만들었지만, 오늘의 우리는 현재를 유지할 뿐이다. 타인에 의해 강요된 현재는 흉부외과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모든 것이 무너진 위기는 기회가 될 수 없다. 임계점은 이미 지났다. 우리는 지금도 무너진 현실 속에서도 눈 앞의 환자를 향해 발버둥 치고 있다. 아마도 가장 마지막까지 우리는 환자를 향해 움직여 갈 것이다. 강요된 현재가 모두의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 누가 무엇을 할 것인가? 더 늦지 않도록 지금부터라도 움직여야 한다. 조심스럽게 흉부외과의 미래를 위해, 필수의료의 생존을 위해, 혁신적이고 빠르게 지원하고 다시 설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줘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우리의 미래가 없다면, 모두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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