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양정의 기자] 희귀질환 치료 전문기업 CSL 코리아는 프랑스 전역 29개 혈우병 치료센터에서 진행된 B형 혈우병 치료제 '아이델비온'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 리얼월드 연구인 ORPHEE의 중간 분석 결과가 지난 3월 유럽 혈액학회지에 게재됐다고 23일 밝혔다.

CSL 코리아가 발표한 ORPHEE 연구는 2021년 12월부터 2024년 2월까지 아이델비온으로 예방요법을 받은 12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 환자 7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환자의 81%는 중증 혈우병 환자였으며, 71%는 이전에 rFIXFc 등 다른 예방요법을 받고 있던 환자들이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델비온 투여 후 연간출혈률(ABR)은 평균 1.3회, 연간자연출혈률(AsBR)은 0.7회, 연간관절출혈률(AjBR)은 0.6회로 모두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환자의 48%는 어떠한 출혈도 경험하지 않았으며, 95%의 환자가 아이델비온의 예방효과를 '매우 우수' 또는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투여 간격과 관련된 결과다. 전체 환자의 52% 이상이 14일 이상의 간격으로 예방요법을 시행했으며, 모든 투여 간격에서 임상적으로 유의한 혈중최저농도를 유지했다. 투여 간격별 혈중최저농도는 7일 간격에서 17 IU/dL, 10일 간격에서 15 IU/dL, 14일 간격에서 7 IU/dL, 21일 간격에서 4 IU/dL로 나타났다.

기존 반감기 연장 제제인 rFIXFc에서 아이델비온으로 전환한 환자들에서도 뚜렷한 개선이 확인됐다. 투여 간격은 중앙값 기준 7일에서 14일로 연장됐으며, 주간 응고인자 사용량은 평균 63 IU/kg에서 45 IU/kg으로 약 28% 감소했다(p<0.0001). 전환 환자 중 51%는 투여 간격이 늘어났고, 77%는 주간 응고인자 사용량이 감소했다.

출혈 지표에서도 개선이 관찰됐다. rFIXFc 사용 시 연간 총 출혈 횟수는 평균 2.0회였으나, 아이델비온 사용 후에는 평균 1.7회로 감소했다. 출혈이 전혀 없었던 환자의 비율도 35%에서 39%로 증가했다. 자발성 출혈이 없었던 환자 비율은 53%에서 68%로, 관절 출혈이 없었던 환자 비율은 58%에서 68%로 각각 증가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아이델비온은 양호한 프로파일을 보였다. 약물 관련 이상반응은 3건에 불과했으며, 모두 중등도 또는 경증 수준이었다. 중화항체 형성이나 혈전증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아이델비온은 성인 및 소아 B형 혈우병 환자에서 출혈의 억제 및 일상적인 예방요법과 수술 전후 관리에 허가받은 약제로, 관련 급여기준에 따라 보험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단순한 출혈률 개선을 넘어 현대 혈우병 치료의 방향성과도 일치한다.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혈중최저농도가 3~5 IU/dL 수준일 경우 출혈을 완전히 예방하기에 불충분하며, 장기적으로 관절 질환의 진행을 유발할 수 있다.

ORPHEE 연구에서 아이델비온 투여 환자의 87%가 혈중최저농도 5 IU/dL 이상을 유지한 결과는 중등도 또는 중증 혈우병의 임상 양상을 경증 수준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개발되었으며 출혈예방을 넘어 장기적인 관절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CHESS 플랫폼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에서도 혈액응고인자 수치가 1% 증가할 때마다 연간 출혈률이 평균 0.08 감소한다는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된 바 있다. 이느 혈약응고인자 수치의 향상이 실제 출혈 예방효과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