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양정의 기자] 김나영·최용훈 교수가 이끄는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연구팀은 혈청 펩시노겐 수치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 여부를 동시에 검사하는 방식으로 위암 고위험군을 효과적으로 식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4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를 지원하는 국가암검진제도는 위암의 조기 발견과 치료 성적 향상에 크게 기여해왔다. 그러나 40세 미만 젊은 층의 위암 발병이 증가하고, 70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신체적 부담으로 정기 검진을 받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환자들이 많아지는 사례가 늘면서 제도적 빈틈이 노출되고 있다.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위내시경과 혈액검사를 동시에 받은 2,200여 명의 환자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펩시노겐Ⅰ을 펩시노겐Ⅱ로 나눈 수치(펩시노겐Ⅰ/Ⅱ 비율)가 5.3 이하로 낮아진 경우 위선종과 위암 발병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발견은 펩시노겐Ⅰ/Ⅱ 비율이 5.3 이하이면서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음성인 환자들에서 위선종 발병 위험이 일반인 대비 3.36배, 위암은 2.25배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헬리코박터균 음성이 단순히 긍정적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심각하게 진행된 상태를 의미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헬리코박터균은 초기에 위 점막 손상을 유발하지만, 위 환경이 심각하게 악화되면 스스로 생존하기 어려워 사멸하는 특성을 활용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위암 조기선별의 새로운 도구로서 혈청 펩시노겐 검사와 헬리코박터 감염 여부의 병합 해석이 가지는 가능성을 실증한 결과로서 의미가 깊다.

연구팀은 최근 다른 연구에서도 펩시노겐 II와 헬리코박터 감염력의 조합으로 젊은 여성의 미만형 위암 고위험군을 식별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연구들을 종합하면 혈액검사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검진 전략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나영 교수는 "정기적인 내시경 검진이 어려운 고령층이나 아직 국가검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젊은층의 경우 위암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를 놓치기 쉽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이들 사각지대 환자에게 혈액검사 기반의 선별 전략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임상적 근거"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학 분야 국제학술지 'Gut and Liver'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