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김미경 기자]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나 시야 장애는 단순한 눈의 피로가 아닌 심각한 건강 문제의 신호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증상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의 첫 징후로 나타날 수 있어 즉각적인 의료 조치가 필요하다.

가천대 길병원 안과 신영인 교수는 "급성 시력 저하는 눈뿐 아니라 여러 기관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의학계에 따르면, 시력 저하나 시야장애는 주로 시신경, 뇌혈관, 뇌종양 등 중추신경계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신경안과 영역에서는 이러한 증상이 뇌졸중, 자가면역 질환, 뇌종양의 첫 징후로 나타나기도 한다.

급성 시력 저하가 발생하면 원인 기관과 질환을 파악한 후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검사 이전에 증상의 발현 시점, 상황, 통증이나 구토 같은 동반 증상 등 임상적 소견을 점검하는 것이 진단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급성 시력 저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시신경염'이다. 가장 흔한 형태인 급성 탈수초시신경염은 별도 치료 없이도 좋은 경과를 보이며,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로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 시력 경과는 치료 유무와 관계없이 큰 차이가 없다.

주목할 점은 동양인의 경우 서양인보다 다발경화증 발병률은 낮지만, 시신경척수염 발병률은 높다는 것이다. 시신경척수염 관련 시신경염은 증상이 심각하고 자연회복이 드물며, 뇌신경을 침범해 다른 신경학적 장애를 동반할 수 있어 초기 적극적 치료가 필수적이다.

또 '앞허혈시신경병증'이 있다. '앞허혈시신경병증'은 눈으로 가는 혈류가 갑자기 차단되어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비동맥염성 앞허혈시신경병증은 40세 이상에게 흔하며,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흡연 등 혈관질환 위험인자가 있을 때 발생한다. 진단 후에는 반대쪽 눈의 유사 증상 예방을 위해 위험인자 관리가 중요하다.

동맥염성 앞허혈시신경병증은 70세 이상 고령자에게 주로 발생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두통, 두피압통, 턱관절파행 등의 전신 증상과 함께 심각한 시력 저하를 유발한다. 의심 소견이 있으면 응급 혈액검사와 필요시 혈관 조직검사를 시행해야 하며, 확진 시 신속한 스테로이드 투여와 수액 공급이 필요하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압박 시신경병증'이 있다. '압박 시신경병증'은 뇌하수체 종양이나 동맥류가 시신경을 압박해 시야가 갑자기 좁아지는 증상이다. 특히 뇌하수체종양에 출혈이나 경색이 발생한 '뇌하수체졸중'은 심한 두통과 의식 변화를 동반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뇌 MRI와 즉각적인 전진 스테로이드 투여가 필요하며, 대부분 수술적 치료가 요구된다.

'동명성 시야장애'도 원인일 수 있다. '동명성 시야장애'는 양쪽 눈의 같은 방향 시야가 동시에 보이지 않는 현상으로, 주로 후두엽경색이 원인이다. 색전이 가장 흔한 원인이며, 이는 심장에서 유발되는 경우가 많아 심장질환 환자에게 시야 결손이 생기면 응급 심전도 검사가 필요하다.

의료 전문가들은 눈이 외부 신경 이상을 가장 빨리 반영하는 기관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 시야 일부 차단, 눈통증과 구토, 양쪽 눈의 동일 방향 시야장애, 심한 두통이나 의식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