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투데이=이재혁 기자] 위험도가 높아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지방 줄기세포 채취 수술을 비의료인인 응급구조사 등이 오랜 기간 동안 수시로 해왔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병원은 바로 현재 대리·유령수술 혐의로 재판을 받는 Y병원으로, 이 병원에 의료기를 공급하고 지방 줄기세포를 보관했던 회사 소속 직원이었던 제보자 2명이 지난 9일 마포구 한 장소에서 제보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사실을 폭로했다.
국민연대 이근철 상임대표는 지난 13일 “Y병원 K병원장 등 12명을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본지 2024년 11월 21일자 서민민생대책위원회 “연세사랑병원, 시민단체 통해 대리수술 관련 고발 취소 회유” 기사 참고>
이 상임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방배경찰서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오랫동안 조직적으로 비의료인이 인공 관절 수술, 근위경골절골술 등 수술에 참여한 무면허 의료행위를 해왔고, K 병원장의 지시로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나 응급구조사가 반복적으로 지방줄기세포 채취 수술을 한 혐의”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K 병원장은 자신이 수술에 전혀 참여하지 않거나 중간에 이탈했음에도 마치 본인이 집도한 것처럼 수술 기록지, 마취 기록지 등을 거짓으로 기재한 혐의도 포함될 것”이라고 고발장에 적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Y병원의 재판 건에서 검찰이 특정한 공소사실 외에도 광범위한 대리·유령수술이 진행된 것으로 보고 보다 철저한 수사와 함께 대국민 불법 대리 수술근절을 위한 서명운동 및 피해자 신고센터를 만들어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공익 제보자는 Y병원에 처음 출근한 2018년경에도 무자격자에 의한 대리·유령수술이 이미 고착화되어 있었고, 심지어 2021년경 대리수술 등 혐의로 병원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빈도만 줄였을 뿐 이 같은 불법행위는 끊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보면 Y병원은 약 10여 년 전부터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환자에게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자행해왔다고 판단되는 만큼, 현재 재판 중인 공소사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기 때문에 보다 폭 넓고 면밀히 조사해 엄중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이 대표는 수사기관의 수사와는 별도로 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감독기관의 더욱 철저한 실태조사와 행정조치도 요구하고 나서면서 감사원의 공익감사 청구, 보건복지부·건강보험공단·서초보건소 등에 관련된 사항을 신고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대표는 “대리수술 등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감독기관이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조사가 아니라 실효성 있는 철저한 조사와 강력한 행정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해당 관련기관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9일 마포구 소재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에서 녹화와 함께 진행된 기자회견에 참석한 제보자들은 당시 K 병원장이 지분을 100%로 보유했던 회사로 알려져 있던 의료기 회사에 소속된 영업사원들이었다.
이들은 각각 약 6년, 4~5년 정도 이 회사에 근무했는데, 매일 Y병원으로 출근해 인공관절수술 등을 보조하는 일을 하다가 퇴사했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들은 이와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회사에 근무하던 기간 동안은 거의 매일 병원에 상주하며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평균 12~16건의 인공관절치환술, 근위경골절골술 등의 대리수술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 과정에서 Y병원이 지방줄기세포 채취 수술을 의사가 아닌 간호사가 수시로 해왔던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방 줄기세포 채취 수술은 환자의 복부나 둔부, 허벅지 등에 약 30cm에 달하는 쇠꼬챙이 형태의 탐침봉과 금속 삽입관을 넣어 피하지방조직을 채취하는 수술이다. 조금만 실수해도 장기에 천공이 생길 수 있고 수술 후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의료행위다. 이 때문에 제대로 된 지방세포를 안전하게 채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의사가 직접 시행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병원은 간호사의 손에 환자의 지방 줄기세포 채취를 맡겨왔던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사실은 현재 진행 중인 Y병원 K 병원장 등에 대한 대리·유령수술 재판 공소장에도 일부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이 지난해 5월 29일 기소한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K병원장은 2021년 6월 28일부터 8월 2일까지 35일간 109건의 지방 줄기세포 채취 수술을 본인이 아닌 ‘성명불상자’가 수술을 집도했음에도 마치 본인이 한 것처럼 수술 기록지 및 마취 기록지를 허위 작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제보자들의 증언에 비춰보면, 검찰이 특정하지 못한 ‘성명불상자’는 의사가 아니라 바로 무자격자인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응급구조사였던 셈이다. 실제로 본 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 중 한 명인 응급구조사는 평소에 제보자에게 “내가 우리 병원에서 지방 채취 시술을 제일 잘한다”라고 자랑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을 종합해 보면, 검찰이 특정한 단 35일간에도 109건의 불법 지방 줄기세포 채취 수술이 이뤄졌는데, 이번 폭로를 통해 Y병원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의사가 아닌 일반인에게 수많은 환자의 지방줄기세포 채취 수술을 맡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Y병원의 불법 지방줄기세포 채취 수술 피해자도 나서서 해당 병원을 13일 고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환자의 경우 K 병원장을 집도의로 알고 수술을 받았지만, 확인해 보니 수술 기록지, 마취 기록하지 않고 차트에 ‘연부조직제거’라고 허위로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방 줄기세포를 채취 후 수백만 원의 보관료를 지급했고, 주사를 맞았지만 증상이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고생만 더해 육체적·금전적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국민연대는 Y병원에서 불법적인 지방줄기세포 채취 수술을 받은 피해자의 규모가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피해자들의 피해 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인다는 방침이다.
국민연대는 공소사실로 드러난 2021년 6월 28일부터 8월 2일까지의 기간은 물론 그 이전과 이후에 Y 병원 K 원장에게서 지방줄기세포 채취 수술을 받은 후 부작용이나 후유증을 겪은 피해 사례를 찾고 있다. 접수된 건에 대해 진료기록부 등을 확인, 불법적인 내용이 확인되면 병원을 상대로 민·형사상의 집단 소송 등을 진행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에 따르면 피해 부작용이 없어도 무자격자가 수술한 사실이 밝혀지면 사기죄에 해당될 수 있고, 만약 그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손해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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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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