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성 유방암을 극복한 이혜진(40·서울 강서구)씨의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유방암을 이겨낸 후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마음 돌봄 클래스를 열고 위로가 될 만한 저서를 출판하는 등 다른 환자들을 돕는 삶을 살고 계십니다. 그의 주치의인 대림성모병원 김성원 원장도 함께 만나 이야기 나눴습니다.
젊은 나이에 유방암 진단
2018년 7월, 이혜진씨는 목욕탕에서 유두에 피가 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몸이 이상함을 감지했습니다. 곧바로 직장 근처 병원에 내원해 초음파 및 조직검사를 받았는데, 검사 결과 암 일수도 있다는 소견을 들었습니다.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위해 대림성모병원에 내원했습니다. 종양이 양쪽 유방과 림프절에 다발성으로 퍼져있어 3~4기까지 의심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진단 후 돌이켜보니 양쪽 가슴 크기가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차이 났던 점이 암의 징후 중 하나였습니다. 단순히 살이 찌고 있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당시 이씨는 34세 사회초년생으로, 매일 바쁘게 일하는 직장인이었습니다. 일에 몰두해서 지내는 그야말로 ‘워커홀릭’이라 야근과 밤샘이 일상이었다고 합니다. 20대 후반부터 가슴에 혹이 있어 6개월마다 추적관찰을 해야 했는데, 바쁜 나머지 2년간 검진을 건너뛴 게 화근이었습니다. 암 가능성을 들었을 때부터 두려운 마음이 들었고, 주위 사람들이 이 소식으로 인해 힘들어질까봐 걱정이 됐습니다. 평소 본인 건강보다도 가족을 우선시한 그였습니다. 오히려 그 생각이 계기가 되어 가족을 위해서라도 치료 잘 받고 꼭 건강해져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진단 당시 촬영된 MRI를 보니 양쪽 가슴에 하얀 점이 가득해 일반인이 봐도 몸이 많이 망가졌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양측 유방 전부 잘라내
검사 후 보름만에 양측 유방을 전부 잘라내는 전절제술과 가슴 모양대로 보형물을 삽입하는 재건술을 함께 받았습니다. 대림성모병원 김성원 원장은 “현재 유방암은 치료를 최소화하되 치료 효과는 동일하게 유지하는 추세라 전절제술이 예전만큼 많이 진행되지는 않는다”며 “이혜진씨의 경우, 암세포가 유두를 포함한 유방 곳곳에 퍼져있어 전절제술이 불가피했다”고 말합니다. 김 원장은 가슴을 전체 절제해야 된다는 사실에 주저하고 불안해하던 이씨에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이씨는 김 원장의 ‘씩씩하게!’라는 한 마디에 정신이 번쩍 들어 의료진을 믿고 치료를 잘 받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어떤 과정으로 무슨 치료를 받게 되는지 유방센터 간호팀에서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준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술 후 정확한 병기 진단 결과, 오른쪽 유방은 1기 왼쪽 유방은 상피내암으로 0기였습니다. 림프절 전이 소견이 있었으나 다행히 전이가 아닌 부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비교적 초기에 진단돼 종양의 크기가 1cm 미만이라 5년 생존율이 90% 이상으로 예후가 좋은 상태였습니다. 양측성 유방암 발병률은 전체 유방암의 15%에 해당하며, 종양이 더 진행된 유방의 병기가 예후를 결정합니다. 이씨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으로, 호르몬 억제 치료에 잘 반응해 예후가 비교적 좋은 암 종이었습니다. 단, 34세의 젊은 나이에 발병했기 때문에 추후 재발, 전이 위험을 고려해야 했습니다. 젊은 유방암 환자는 다른 나이에 발병한 환자보다 암 성장 속도가 빠르거나 암 발병 위험요인이 있을 확률이 높아 예후가 나쁩니다. 따라서 재발 방지 목적으로 수술 후 8월부터 10월까지 항암 치료를 4회 받았습니다.
수술 후 상실감과 치료 부작용 시달려
이씨는 유방 전절제술 후 여성으로서의 매력이나 가치, 존재감이 훼손된 것 같다는 생각에 괴로웠습니다. 복원 수술을 받긴 했지만 당시에는 ‘이것은 가짜고, 내 원래의 것이 없어졌다’는 상실감이 무척 컸습니다. 힘들어하던 이씨의 곁에서 남편이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남편은 이씨의 존재를 똑같이 인지하며 배려해줬고 덕분에 부부관계가 오히려 더 돈독해졌습니다. 이씨는 남편 덕분에 신체의 변화가 부부사이의 관계나 여성성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나 암과의 작별은 쉽지 않았습니다. 항암 치료를 받자마자 울렁거림, 구토 등 부작용에 시달렸습니다. 침대에서 화장실로 달려가길 무한 반복하다보니 처음으로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합니다. 항암 치료로 조금씩 빠지는 머리카락을 볼 때마다 이제 머리카락이 전부 빠지면 어쩌나하는 걱정이 드는 것도 괴로웠습니다. 남편과 의료진이 없었더라면 이겨낼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폐경 전 여성은 월경이 여성호르몬 수치를 높여 유방암 재발 위험을 높입니다. 그래서 항암 치료 후부터 난소 기능 억제제인 졸라덱스를 2년간 투여했습니다. 유방에서 여성호르몬이 작용하지 않게 하는 타목시펜 치료를 시작해 현재까지 복용중입니다. 호르몬 치료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3년 동안은 각종 신체 이상반응이 나타나 재발을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급격한 체온 및 감정 변화, 산부인과 질환, 피부질환, 신경계 질환 등을 번갈아 겪었는데 그때마다 혼자 불안해하지 않고 병원에 내원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으며 이겨냈습니다.
‘제 2의 삶’ 시작
현재 이씨는 진단 후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재발, 전이 없이 건강한 상태입니다. 일에 치중해 건강을 돌보지 않던 예전과 달리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직업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업무 강도가 높았던 직장생활에서 벗어나 지식창업가라는 삶의 전환을 통해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과 달리 본인이 할 수 있는 만큼만, 무리하지 않고 편안하게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투병 경험을 녹여 책도 출간했습니다. 이씨는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블로그에 느꼈던 감정과 상황 등을 빠짐없이 기록했습니다. 치료 과정 동안 글이 여러 개 쌓였고, 어느 날 한 편집자로부터 책 출간 제의를 받게 됐습니다. 그렇게 작가로서의 새로운 삶도 시작되었습니다.
<이혜진씨>
-요즘은 어떻게 지내세요?
“심리상담가로 일하고 있고,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최근 교육학 박사 과정도 시작했습니다. 나머지 시간에는 글을 쓰면서 두 권의 책 출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하면서 몸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예전에 저희 남편이 일에 몰두하느라 건강을 돌보지 않는 제 모습을 보고 ‘other body syndrome’이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적이 있는데요. 남편의 말마따나 남의 몸을 갖고 있는 사람처럼 제 몸을 신경 쓰지 않았었습니다. 암 투병 후에는 그 태도가 180도 바뀌어서 몸도 돌보고 마음도 가꾸며 몸과 마음이 연결된 삶을 살고 있어요. 야식, 음주, 패스트푸드를 전부 끊고 꾸준히 운동하며 지냅니다. 그전에는 시간이 없어서 못했다면 이제는 시간이 없어도 꼭 운동을 하는 사람이 됐어요. 헬스, 요가, 필라테스 등 다양한 운동을 1주일에 최소 3회 이상은 합니다.”
-어떤 책을 내셨나요?
“지금까지 세 권의 책을 냈는데요. 제가 처음으로 출간한 책은 ‘나를 아프게 한 건 항상 나였다’입니다. 나 스스로를 돌보고 힘들게 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담은 책입니다. 살다보면 스스로를 아프게 하는 주위의 자극들이 되게 많잖아요. 거기에 자기 자신도 본인을 돌보지 않고 함부로 대하거나 아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만은 하지 말자는 내용입니다. 물론 유전적으로 암이 생긴 분들도 있겠지만, 이외에 평소 저처럼 스스로를 돌보지 않았던 분들도 있으니 다들 본인을 되돌아보고 자신을 잘 알게 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달에 유방암 환우들을 대상으로 대림성모병원에서 마음 돌봄 클래스를 진행했습니다. 책 내용을 기반으로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공감하고 위로를 얻으셨고 저 역시 그분들로 인해 감동을 크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투병 과정에서 수차례 힘든 순간이 있었다고요?
“네. 그걸 극복하는 데에는 남편의 도움이 가장 컸습니다. 우선, 현실적으로 암 치료 과정에 필요한 재정적인 부분을 담당해줬어요. 수술 직후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제가 어쩔 수 없이 일을 쉬게 되니까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혼자 노력해준 부분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남편도 심리학을 전공했는데, 그래서인지 서로의 마음을 더 잘 돌보고 힘듦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남편과 함께 암 환자로서, 그리고 암 보호자로서 서로 힘든 점을 터놓고 얘기하다 보면 함께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암 진단 전후로 저를 똑같은 사람으로 대해주며 잠시 잃어버릴 뻔했던 제 가치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무척 애써줬어요. 의료진들에 대한 신뢰도 저를 건강하게 만들어줬어요. 불안한 마음이 들지 않게 모든 치료 과정을 상세히 설명해줬고, 유방센터 팀이 구성돼 제 회복을 도왔습니다. 김 원장님은 저뿐 아니라 여러 환자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많이 하시는데, 덕분에 편안하게 치료에 임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매번 병원에 올 때마다 구조 등이 조금씩 바뀌어있는데 환자 동선 최적화 등 여러 편의를 고려한 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인지 병원에 들어서면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지곤 했어요.”
-지금도 유방암과 싸우고 있는 다른 환자들에게 한 마디.
“암 진단 당시에는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돌아보면 제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준 계기인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은 이유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걸 고치면 치유가 되는 거고, 이를 통해서 제가 또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투병 당시에 몸과 마음을 잘 회복하기 위해 고민하고 많이 노력했어요. 암 자체만으로 많이 힘들겠지만, 내가 내 몸을 돌볼 수 있는 멈춤의 시기라고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집중해 보는 건 어떨까요? 치료 과정에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의료진과 소통하고 함께 극복해나가는 것도 무척 중요합니다.”
<대림성모병원 김성원 원장>
-젊은 유방암 환자의 예후가 더 불량하다고요?
“암은 노화의 과정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노화에 의해 10~20년에 걸쳐 암이 발생하는데, 젊은 시절에 암이 발병했다는 것은 종양 성장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암에 걸릴만한 소인을 많이 가지고 있다는 의미기도 하고요. 따라서 유방암을 비롯한 젊은 나이에 생기는 암은 나이 들어서 생기는 암보다 예후가 나쁜 게 특징입니다. 최근, 국내 젊은 유방암 환자가 증가 추세인데 서구화된 식습관, 유전 등이 발병 원인으로 꼽힙니다. 그 중에서도 이씨가 겪은 젊은 여성의 양측성 유방암은 환경적인 요인보다 유전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듯 유전적 고위험군인 환자들을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가 진행됩니다. 여성의 경우 ▲30~40세 이전에 발병한 양측성 유방암 ▲유방암, 난소암 동시에 발병 ▲유방암, 난소암 가족력 남성의 경우 췌장암, 전립선암 가족력이 유전자 검사의 대상이 됩니다.”
-현재 이혜진씨는 완치 상태인 건가요?
“현재 신체 이상 없이 매우 건강한 상태지만, 완치라는 표현은 좀 조심스럽습니다. 5년이 지나면 완치 판정을 받는 다른 암과 달리, 유방암은 10년 뒤에 완치 판정을 내리기 때문입니다. 유방암의 10~20%는 암 발병 후 10년 내 재발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따라서 이씨 역시 지금까지도 재발 방지를 위해 타목시펜을 복용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타목시펜을 5년간 복용했으나, 최근 10년간 복용하는 게 예후가 더 좋다는 연구들이 많이 나와서 이에 따른 치료법이 적용되는 추세입니다. 항암 치료 후에는 4주에 한 번씩 난소 기능 억제제 치료를 추가해 여성호르몬 수치를 낮춰 유방암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재발 위험을 낮춘 바 있습니다.”
-이씨가 기억에 남는 환자 중 한 명이라고요?
“워낙 밝은 성격의 소유자셨고, 본인의 병을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했습니다. 처음부터 의료진에 대한 강한 믿음을 드러내며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해준 덕분에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호르몬 치료를 받아 일찍부터 폐경 증상을 겪는 등 힘든 순간이 몇 차례 있었음에도 의연하게 잘 이겨내기도 했습니다. 또, 과거에 비해 이혜진씨 개인적으로 점차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주치의로서도, 인생 선배로서도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유방암 환자가 꼭 지켜야 할 것은?
“옳은 정보를 선택적으로 잘 받아들이는 것이 우선입니다. 많은 환자들이 암 재발에 대한 불안, 완치돼야 한다는 압박 등으로 인터넷 카페, 유튜브 등에서 정보를 찾아보는데요. 그 중에는 잘못된 정보가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이로 인해 잘못된 믿음을 갖게 되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운동을 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고 체중을 감량하는 것이 유방암 재발을 막는다는 명확한 근거가 있습니다. 운동은 환자가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건강 유지법이니 꼭 지키셨으면 좋겠습니다. 의료진을 믿고, 가족과 함께 노력하다보면 꼭 완치에 이를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