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여행기 ⑦] ‘올드 밀리터리 로드’를 걷고 포트윌리암에 입성

입력 2018.12.06 10:01

헬스조선 비타투어의 아일랜드-스코틀랜드 트레킹 답사 여행기 ⑦

누렇게 옷 갈아입은 키 낮은 잡목과 양치식물의 대지가 풍만한 여인의 곡선처럼 하늘 밑까지 펼쳐져 있다. 올드 밀리터리 로드는 하이랜드의 황량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 고산 대지를 호위하듯 도열한 봉우리와 낮게 드리워진 진회색 구름은 판타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신비롭게 트레커를 맞이한다. 카메라로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광대하기에 이곳을 걷는다면 귀와 눈을 충분히 열어두어야 할 일이다.

길과 하늘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로드 트립의 완결판이라 불리는 올드밀리터리 로드. 광활한 목조지와 굴곡진 산들이 펼쳐진 드넓은 대지는 하이랜드 자연을 집약해놓은 듯하다. /사진=셔터스톡

광대한 하이랜드 자연 속으로, 올드 밀리터리 로드

아침에 일어나니 호텔 바로 앞 호수에 환상적 물안개가 드리워져 있다.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새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산골마을의 고즈넉함과 물안개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올드밀리터리 로드는 제임스 2세의 복위를 위한 자코바이트 반란(1688~1746년) 과정에서 고지대의 반란 세력을 신속히 제압하기 위해 건설한 군사용 도로인데 지금은 전 세계 트레커들의 사랑을 받는 하이랜드 대표 산악 트레일이다. 포트윌리엄스까지 연결된 154.5km의 이 트레일은 완주하는데 보통 일주일 정도 걸리는데 우린 시간이 없다. 시작 부분이 가장 웅장하고 하이랜드의 전형적인 지형을 볼 수 있다고 해서 우린 첫째 구간만 걷기로 했다. 트레일을 안내하는 기둥에 하이랜드 트레일 공식마크가 새겨져 있는데 엉겅퀴 문양이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가 전쟁을 할 때 잉글랜드 군을 엉겅퀴가 서식하는 습지로 유인하여 대승을 거두었다는 전설에 기안해 트레일 마크를 엉겅퀴로 삼았다고 한다.

트레일은 산을 넘어 가는 코스라 시작부터 제법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나무 하나 없이 잡목과 양치류 식물만 있는 누런 산을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간다. 오랜만에 해도 쨍하게 나서 모자와 선글라스까지 꺼내야 했다. 초등학생 키 만한 배낭을 메고 무리를 지어 올라가는 현지인들도 꽤 많다. 그들 중 일부는 반팔 차림이다. 조금만 쉬면 금방 추워질텐데…. 이 사람들 체질은 확실히 우리와 다른 것 같다.

1.5km 남짓 올랐더니 갑자기 고원 평지가 눈앞에 나타난다. 지금까지의 풍경과 비슷한 듯 다른 지형이다. 빛바랜 황금색 옷으로 갈아입은 키 낮은 잡목과 고사리 등 양치식물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모습은 지금까지와 같다. 그러나 이곳은 해발 400~600m 고원. 저 멀리 1000m에 가까운 높은 산들이 호위 무사처럼 고원 평지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압도적이다. 멀리 보이는 산들은 저마다 진회색 구름 치마를 두껍게 껴입고 있어 신비감이 느껴진다. 여기서부터는 평지 같은 내리막 구간인데다 군대가 횡대로 행진할 만큼 길 상태도 좋아 발밑을 조심할 필요가 없다. 하이랜드의 광대한 스케일에 정신이 팔려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걷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하루쯤 더 걸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 길에 있는 사람들
머리 위로 솟아오른 큰 배낭을 메고 올드밀리터리 트레킹을 즐기는 트레커들. /사진=헬스조선 DB

서부 하이랜드 도보여행의 중심지 포트윌리엄

이곳에서 이삼일 푹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포트윌리엄는 예쁜 도시다. 차가 다닐 수 없는 600~700m 메인 스트리트 양 옆으로 늘어선 2~4층 중세풍 건물 안에 각종 레스토랑과 바, 커피숍, 기념품점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스코틀랜드 최고봉 벤네비스산(1343m)을 등산하는 사람이 많은지 군데군데 등산용품점도 보인다. 길가에 백파이프 오르간을 연주하는 소년이 여기가 스코틀랜드임을 실감케 한다. 메인 스트리트 끝에는 작은 공원이 있고 그 바로 뒤에 중세 성 같은 멋진 건물이 있다. 호텔이라고 한다. 저 호텔에 투숙한 뒤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어슬렁거리며 거리 구경을 한 뒤 아무 바나 레스토랑에 들어가 저녁을 먹고 맥주 한잔 하면 손님들이 참 좋아할 것 같다. 채 사장도 같은 느낌인지 손님들이 저 호텔에 숙박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짜겠다고 한다. 우리 일행은 스카이섬 트레킹을 마치고 돌아오는 날 이 호텔에 숙박하기로 했다.

외곽의 호텔에서 조금 일찍 체크인하고 뜨거운 물 샤워를 했더니 깜빡 잠이 들었나 보다. 시계를 보니 오후 5시다. 늦은 점심을 배불리 먹었으니 저녁을 먹으려면 배를 꺼뜨려야 한다. 주변 산책이나 할까 창밖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다. 갑자기 마음이 추워졌다. 조금 있다 다시 창밖을 보니 비가 그쳐 있어 두꺼운 옷으로 갈아입고 호텔 밖으로 나왔다. 뒤로 돌아가니 뜻밖에도 운하가 있다. 아마 산 위 호수와 바다를 연결하는 운하인 것 같다. 대략 100m 정도마다 갑문이 있고 운하 주변으로 주택들이 열 지어 있다. 어느새 날이 어둑어둑해져 창문에 노란 불빛이 켜지고 갈탄 태우는 냄새와 함께 흰 연기가 굴뚝에서 피어오른다. 아! 저 집에 사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 나도 이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건물과 길, 작은 성당
포트 윌리엄는 하이랜드 서부를 돌아보는 도보 여행자들의 거점 도시다. 에일 호수 북쪽에 위치한 작은 마을 포트윌리엄은 도심 곳곳이 예쁘다. /사진=헬스조선 DB

※ 헬스조선 비타투어의 아일랜드-스코틀랜드 트레킹 답사기는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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