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여행기 ⑥] 아일랜드를 떠나 스코틀랜드로

입력 2018.11.30 14:26

헬스조선 비타투어의 아일랜드-스코틀랜드 트레킹 답사 여행기 ⑥

6일째, 아일랜드를 떠나 스코틀랜드로 날아간다. 영원히 소년으로 남기 원했던 피터팬은 시간이 멈추는 ‘네버랜드’로 날아간다. 오늘 목적지 하이랜드가 네버랜드일 것으로 영국인들은 믿고 있다. 하이랜드의 중심에 작고 한적한 글렌코 마을이 있다. 글렌코로 가는 길은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거대한 빙하가 무지막지한 힘으로 산먁을 두 동강내며 아름답고 장대한 계곡길을 만들어 놓았다. 세 자매봉의 자태에 취해 차를 세우고 간단한 산책을 한다. 이곳에 머물면 정말 시간이 멈추고 늙지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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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는 피터팬이 살고 있을까. 빙하가 깎아 놓은 깊은 산들을 보면 마치 동화 속에 와 있는 듯하다. /사진=셔터스톡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아일랜드 트레킹은 경탄, 몽환, 행복, 황량 등의 몇 단어로 집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아일랜드를 떠나 스코틀랜드로 이동하는 날. 새벽 일찍 벨파스트 공항에 도착했더니 우리 비행편이 보이지 않는다. 순간 밀려드는 불길한 예감. 이 공항이 아니라 도심 공항으로 가야한다고 한다. 지금껏 운전, 호텔 및 식당 예약 등 110% 역할을 담당했던 최진우 과장이 실수한 것이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다는데 하필이면 오늘이 그날일 줄이야…. 택시를 타서 기사에게 빨리 가 달라고 재촉하자 과속에 끼어들기를 무리하게 감행해 무사히 시간 안에 도착했다. 역시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우린 “땡큐!”를 연발했고, 채 사장은 딱 미터기에 나온 요금만큼만 지불했다. 나 같으면 몇 십 파운드 더 얹어줬을 텐데, 역시 프로는 프로다.

일은 자꾸만 꼬인다. 글레스고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리러 떠난 최 과장이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다.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한참 졸다 창밖을 보니 최 과장이 우리 쪽으로 오지 않고 저쪽으로 간다. 후다닥 일어나 나가 최 과장을 불렀더니 저쪽에서 누군가와 전화를 하고 있다. 뭔가 단단히 화가 난 분위기다. 예약이 잘못된 것이다. 이럴 때는 모르는 척 기다려주는 것이 좋다. 그것이 가장 빠른 길이다. 다시 스타벅스로 돌아와 한 시간 정도 더 기다렸더니 씩씩거리며 들어온다. SUV승용차가 없어 소형 BMW 승용차를 빌렸다고 한다. 시간은 벌써 예정보다 1시간 30분 이상 지체됐고, 오후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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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가장 아름다운 길’ 글렌코 계곡길을 걸어보기 위해 하이랜드 세 자매 봉 근처에 차를 세웠다. /사진=셔터스톡

‘피터팬의 나라’ 하이랜드로

피터팬은 내일이면 어른이 된다는 웬디의 이야기를 듣고 시간이 멈춰 영원히 어른이 되지 않는 네버랜드로 떠나자고 제안한다. 요정 팅커벨이 지팡이로 가루를 뿌리자 피터팬은 그의 동생들과 웬디와 함께 네버랜드로 날아간다. 영국인들은 스코틀랜드 북부 하이랜드가 바로 그 네버랜드라고 생각한다.

하이랜드는 영국의 대표적 트레일이지만 한국 트레커들의 반응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 끝도 없이 펼쳐진 황량한 고원 풍경이 분명 이색적이긴 하지만 너무 단조롭고 밋밋해 하루나 이틀만 걸어도 충분하다는 평이 많다. 확실히 한국인은 무엇인가 새롭고 놀라운 게 있어야 좋아하는 것 같다. 한편으론 끊임없이 새 것, 더 좋은 것을 찾아야 하므로 피곤하겠지만, 한편으론 그런 역동성이 지금 한국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됐을 것이다.

글래스고에 도착 직후 하이랜드로 와서 오후 트레킹을 하려했는데 렌터카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바로 숙소로 가기로 했다. 스코틀랜드 지형도 기본적으로 아일랜드와 비슷하다. 아일랜드의 ‘보그랜드’가 영국의 ‘무어랜드’일까? 두 가지 개념이 정확하게 일치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눈으로 보기에 아일랜드의 지형과 스코틀랜드의 지형은 거의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1시간쯤 달리자 생소한 지형이 나타난다. 1주일간 뾰족한 산 모습을 보기 어려웠는데 비로소 우리가 산이라고 부르는 그런 지형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 저쪽 산을 보니 산 중턱에 구름이 걸려 비를 뿌리고 있다. 얼마나 높이 올라왔나 고도계를 보니 겨우 300m다. 첫째 이곳에선 300m도 높은 산이며, 둘째, 구름이 워낙 낮게(느낌상으로는 50m~100m) 드리워지므로 300m 산에도 구름이 걸려 비를 뿌린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산 옆의 집들
글렌코는 웨스트하이랜드의 중심이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아담한 마을이다. / 사진=Joe Dunckleyⓒ셔터스톡​

스코틀랜드의 가장 아름다운 길

하이랜드의 중심지는 ‘글렌코’란 아주 작고 조용한 마을이다. ‘글렌’은 게일어(켈트의 옛 언어이자 아일랜드어)로 ‘계곡’을 뜻하니, 글렌코는 ‘계곡 마을’인 셈이다. 글렌코로 가다보니 도로 양 옆으로 제법 웅장한 산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산과 산 사이 거리가 1~2km쯤 될까? 그보다 더 될까? 얼마나 거대한 빙하가 얼마나 거칠고 강한 힘으로 산을 깎았는지 수직에 가까운 산들이 양 옆으로 도열해 있다. 빙하가 깎은 약 15km의 이 계곡길이 하이랜드를 두 쪽으로 나누고 있는데,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고 한다. 영국 BBC 자연탐사 팀 수석 프로듀서 마이클 브라이트는 그의 저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자연절경’에서 글렌코 계곡 길을 그 절경으로 소개하고 있다. 너무 아름다워 '세자매봉(three sister rock)' 앞에 차를 세우고 한 시간 정도 트레킹을 즐겼다.

글렌코에 도착하니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다. 호텔 몇 곳과 식당 한 두 곳이 있는 이 초미니 마을이 웨스트하이랜드 액티비티의 중심이라고 한다. 우리가 묵을 곳은 오래된 목조 2층 호텔. 여인숙처럼 느껴지는데 문 옆에 별 네 개 표시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삐걱거리는 마루에 할머니 리셉셔니스트가 반긴다. 로비를 대신하는 응접실이 있고 한 켠에 맥주나 위스키를 마실 수 있는 간단한 바가 있다.

응접실 모습이 정겹다. 불을 때지 않았는데도 마치 패치카를 땐 듯 아늑함이 느껴진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삐걱거리는 계단으로 무거운 짐을 옮긴다. 한 뼘 길이 쇠 자물쇠로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잘 정돈된 침대에 수건이 반듯하게 올려져 있다. 오래되고 작지만 깨끗한 방에는 샤워시설을 비롯해 있어야 될 것은 다 있다. 아, 나는 이런 분위기가 너무 좋다! 저녁식사까지 시간이 남아 응접실 바에서 맥주 한 잔을 시켜 마시는데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 거대한 산에 나 혼자만 있는 듯한 적막감을 즐긴다.

※ 헬스조선 비타투어의 아일랜드-스코틀랜드 트레킹 답사기는 매주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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