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희귀질환 관리 종합계획에 따라 기존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질환에 대한 지원 확대를 약속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3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함께 ‘제2회 희귀질환 극복의 날’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5월 23일은 정부가 지정한 ‘희귀질환 극복의 날’이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질병관리본부 안윤진 희귀질환과장은 “2017년 희귀질환관리 종합계획이 발표됐고, 현재 이 계획에 따라 희귀질환관리 사업이 착수되고 있다”며 “총 2390개 희귀질환을 검토했고, 기존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던 280개 질환을 추가 조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질환을 대상으로 희귀질환 등록 통계사업을 진행, 국가 정책의 근거자료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희귀질환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2013년과 2015년 각각 위험분담제와 특례제도를 도입하며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입증이 어려운 신약의 재정 위험을 제약사와 분담하키로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문재인 케어)’의 일환으로 조만간 ‘선별급여’ 대상으로 적용할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도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올해 발표 예정인 선별급여 대상은 48개 품목에 그친다. 희귀질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후속조치 중 하나로 제안된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도 환자당 지원액이 연간 20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환자별로 추가 지원이 가능하지만, 기준과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희귀질환자를 위한 ‘산정특례제도’ 역시 유전자 검사, 조직검사 제출 등 지원절차가 복잡하고 기준도 까다로운데다 갱신 때마다 요구되는 조건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건강보험 급여의 ‘속도’다. 여전히 많은 희귀질환 치료제가 건강보험 급여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일례로, ‘트랜스티레틴 가족성 아밀로이드 다발신경병증(TTR-FAP)’이라는 질환은 현재 국내에서 20~30명이 진단받았을 만큼 희귀한 질환이다. 이러한 극희귀질환은 진단까지의 시간이 오래 소요되고, 증상 발현 후 병이 진행되는 시간도 10년 이상 길기 때문에 오랜 기간 환자의 신체적·경제적 고통이 이어진다. 그러나 극희귀질환일수록 쓸만한 약이 있는 경우가 드물고, 출시된 약이 있더라도 까다로운 급여 조건을 통과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환자가 지레 치료를 포기하는 비극도 발생한다. 실제 대한약학회에 따르면 2007년 1월~2016년 6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평가한 295개 약 중 희귀의약품의 건강보험 등재기간이 일반 약에 비해 10개월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의료계 관계자는 “지금껏 암과 심뇌혈관질환 등에만 집중해 급여화가 이뤄졌다”며 “그 결과 이런 질환에 대한 보장성은 상당히 높아졌지만, 여전히 희귀질환자들은 약조차 쓰지 못하고 고통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도 정부도 이들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라며 “문재인 케어를 준비 중인 정부가 영향력이 센 대형 제약사와 일부 환자단체에 휘둘리지 말고 지금껏 외면된 희귀질환자들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