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제약업계로 옮겨붙은 '미투'…한국얀센 사내메일로 폭로

  •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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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3.09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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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 운동이 제약업계로 번졌다. 한국얀센 직원이 퇴사와 함께 내외부의 성폭력 사례를 밝혔다./사진=한국얀센 홈페이지

    결국 미투운동이 국내 제약업계에도 퍼졌다. 첫 타자는 한국얀센이다. 한 여직원이 퇴사하면서 사내메일로 성추행 사례를 폭로한 뒤 파장이 커지고 있다. 메일에는 성폭력 가해자가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주요 대학병원 교수부터 회사 내부 상급자 등을 의심케 하는 다양한 사례가 소개돼 있다.

    7년 넘게 얀센에서 근무하다 다른 회사로 이직하게 됐다고 밝힌 해당 여직원은 “첫 직장이기에 조직에 도움이 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운을 띄운 뒤 “얀센을 다니며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성폭력 및 언어폭력 일부를 기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으로 표현된 병의원 고위관계자들을 먼저 언급했다. 그는 “평소에는 점잖다가도 술을 마시면 양쪽에 병원의 여자 동료를 앉혀놓고 끌어안으려한다거나, ‘나랑 해외학회 같이 갈래?’ 라고 제안하는 고객의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회사 밖의 고객보다 회사 내의 지속적인 언어폭력이 더욱 실망스러웠다”고도 했다. 그는 ▲‘모 회사의 여직원이 어떤 교수랑 어땠다더라’, ‘연구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라’ 같은 소문을 앞에서 늘어놓고 ▲영업부 여직원들에게 점수를 매기고 ▲명절에 단체 채팅창을 통해 상의를 입지 않은 여성이 한복 하의를 입고 절하는 그림을 보내는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성희롱뿐 아니라 남녀 차별적인 발언을 지적하기도 했다. ‘역시 여자팀원이 들어오면 아무래도 불편하다’ ‘모 팀장은 여직원을 불편해 해서 되도록 뽑지 않으려 한다’는 발언이 영업조직 내에 자주 오르내렸다고 전했다. 특히 이런 발언은 남녀를 가리지 않았다. 여성 상급자로부터 ‘쟤 옷 좀 제대로 입고 다니라고 하라’거나 ‘나 때는 유흥업소도 다 갔다. 그런 곳에서 일하는 언니들과 이런저런 대화도 했다’는 등의 발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해당 여직원은 “저만 겪었던 일이 아니다”며 “많은 동료들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경험을 털어놨다”고 말했다. 그는 “동종업계로 출근하는 가운데 이런 글을 남기는 것은 가해자를 지목하고 문제를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다”며 “회사 내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폭력을 모두 인지하고 스스로 가해자가 된 적은 없는지 돌아보기 위함”이라고 마무리했다.

    한편, 한국얀센은 즉각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대표이사와 본사에 영문번역본 보고를 마치고, 노조와 긴급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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