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물 터지는 의료계 ‘미투’…“터질 게 터졌다”

  • 김진구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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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 2018.03.08 13:25

    미투 팻말을 들고 있는 여성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등 병원계로 미투 운동의 불길이 번지고 있다./사진-다사랑중앙병원 제공

    의료계에도 미투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고 있다. 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 등 굵직한 병원들에서 미투 소식이 전해진다. 의료계에선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교실 소속 교수 12명은 “동료 교수가 그동안 서울대 의과대학생, 병원 직원들을 상대로 성희롱과 부적절한 성적 행위를 했다”는 내용의 내부보고서를 한 언론을 통해 폭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교수는 2013년 워크숍에서 여러 명의 간호사가 있는 가운데 장시간에 걸쳐 성희롱을 했다. 당시 성희롱을 당한 간호사는 충격으로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보라매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결국 사직했다. 2014년에는 A교수가 연구원·간호사·전공의 등 여러 직종의 여성을 대상으로 부적절한 성적행동을 반복하고 있다는 투서가 대학본부 내 인권센터에 접수됐다. 지난해에는 지도 학생과의 모임 중 술에 취해 여학생들에게 성희롱적 언행을 한 것이 문제가 돼 학부모의 요청으로 지도교수에서 배제되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A교수에 대한 후속조치는 없었다고 교수들은 주장했다. 2013년 성희롱을 당한 간호사와 목격자들이 이런 문제를 병원에 신고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2014년 투서가 인권센터로 접수됐을 때도 병원의 후속조치가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런 주장에 대해 A교수는 ‘음해’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아산병원의 B교수가 한 인턴을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하려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지난 1999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던 피해자는 한 언론에 B교수로부터 성폭행을 당할 뻔 했다고 제보했다. 회식자리에서 술에 취한 자신을 집에 데려다주겠다며 택시에 탔고, 근처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내용이다. 피해자가 완강히 거부하자, B교수는 두게 차례 더 성폭행을 시도하가가 결국 포기했다고 그는 전했다. 피해자는 심한 정신적 충격을 받고 인턴을 마치자마자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미국에서 의사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8월에는 서울의 한 대형병원 레지던트가 같은 병원 인턴을 성폭행해 검찰에 넘겨지는 사건도 발생했다. 가해자는 레지던트 중에서도 가장 연차가 높은 치프 레지던트였다. 그는 저녁을 사주겠다며 피해자를 병원 밖으로 불러낸 뒤 술을 강권했고, 정신을 잃자 호텔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전공의는 현재 검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병원으로부터는 해고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병원계 관계자는 “터질 게 터졌다”며 “교수로부터 전임의, 전공의 등으로 이어지는 의사들의 관계가 매우 수직적이고, 간호사와 다른 직원들도 직간접적으로 성폭력을 경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 내부뿐 아니라 학회 관계자나 제약사 영업사원 등 외부에서도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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