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이 ‘마음의 감기’라고요? 생명까지 위협하는 병이죠"

입력 2017.10.31 09:0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

우울증은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감기 같은 질환’이라고 불리지만, 사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생명까지 위협하는 위험한 병이다. 우울증의 원인, 치료법과 관련해 국내 우울증 명의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자신이 우울증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우울증 진단 기준을 보면 첫 번째는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의욕 저하’입니다. 이 두 가지는 반드시 나타납니다.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은 대부분 ‘슬프다, 괴롭다, 우울하다’고 표현하고, ‘전에는 즐겁던 게 요새는 하나도 즐겁지 않다’고 말합니다. ‘여태껏 잘못 산 것 같고, 주변에 미안하고, 죄책감이 들고,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말하죠. 그런데 치료가 필요한 우울증이 아닌 단순 우울감일 수도 있어요. 단순 우울감에 불과할 때는 우울한 증상 때문에 학업, 직장, 가정생활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병적인 우울증은 최소 2주 이상 지속되고, 이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죠. 잠이 잘 안 오거나 너무 많이 오고, 자살을 생각하는 등 정신병적 증상도 동반돼요.

여성에게 더 잘 생긴다고 하는데요?
전체 정신질환 유병률은 남녀가 1대 1로 같아요. 그런데 여성은 우울증, 불안장애가 많은 편이고, 남성은 알코올 중독이 많죠. 우울증은 여성 환자 수가 남성의 2~3배 정도 됩니다. 여성호르몬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봐요. 여성은 주기적으로 생리를 하고, 아이를 낳고, 폐경기를 거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여성호르몬 분비량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 것을 그 원인으로 추정합니다.

우울증이 의심될 때, 언제 병원을 찾는 게 좋나요?
위에 언급한 우울증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게 좋아요. 하지만 이때 병원에 오는 사람은 드물어요. 우울증으로 병원에 오기까지 평균 3년이 걸린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알아두어야 할 것은 우울증 역시 다른 질환처럼 빨리 치료할수록 치료 결과가 좋다는 거예요. 실제로 우울증 초기 환자는 약물치료 없이 어느정도 기간을 두고 상담하는 것만으로 회복되는 경우가 많아요. 보통 우울증이 중증도 이상일 때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합니다.

우울증약을 먹었다가, 마음대로 끊지 못할까봐 꺼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수면제나 항불안제는 즉시 효과가 나타나니까 끊기 힘든 경향이 있는 게 사실이에요. 마약을 끊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인데, 비슷한 맥락이죠. 하지만 항우울제는 빠르면 2~4주, 보통 두 달이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요. 그 때문에 약에 대한 의존성은 높지 않은 편입니다. 단, 우울증 약물치료는 3개월 안에
중단하면 재발이 잘 돼요. 처음 약물을 복용할 때 6~12개월 먹으면 되는데, 재발한 후 다시 치료하려면 2~3년 약물을 복용해야 하거든요. 그래서 정해진 치료 기간까지 꾸준히 약을 먹는 게 중요합니다.

우울증약의 다양한 부작용도 거의 없어졌어요. 과거에는 우울증약 부작용으로 부정맥, 졸림, 변비, 입마름 등이 있었는데, 요새는 이러한 증상이 거의 없어요. 장기 복용해도 큰 부작용이 없다고 보면 됩니다.
우울증약은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 세로토닌-노르에피네르핀 재흡수억제제, 노르에피네프린-도파민 재흡수억제제를 주로 씁니다. 일반적인 우울증 환자는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를 써요.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억제제는 불안이 심하거나 이로 인한 통증을 동반할 때, 도파민 재흡수억제제는 즐거움이나 의욕이 없는 증상이 과도할 때 쓰는 편입니다.

약을 끊어도 그 효과가 유지되는 건가요?
네, 충분한 기간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진행하면 이후에도 증상이 상당히 많이 억제됩니다. 그 사이 뇌가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을 회복하기 때문이죠. 실제 우울증을 겪을 때는 뇌의 해마가 위축됐다가, 항우울제를 6개월~1년 이상 복용하면 해마 크기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연구결과가 있어요. 치료가 끝난 후에도 치료 효과가 유지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우울증을 예방·완화하는 데 도움되는 생활습관이 있을까요?
제일 검증된 것은 적절한 운동입니다. 최근에는 운동치료사가 의사의 운동 처방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운동치료를 했을 때, 항우울제와 동등한 수준의 증상 완화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어요. 뇌도 몸 일부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운동이 뇌 활동을 개선시키는 것입니다. 또 운동하면 부정적인 생각에만 몰입하는 것을 막을 수도 있어요. 땀이 약간 날 정도로 걷기 운동을 일주일에 세 번 이상 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단, 가족들이 운동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환자가 오히려 ‘역시 아무도 나의 힘든 것을 몰라주는구나’라고 여길 수 있어요.

우울증 환자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우울증 치료를 끝낼 때 환자에게 물어봅니다. 우울증으로 인해 얻은 것은 없냐고요. 그럼 대부분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더욱 성숙해진 것 같다’,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 ‘치료함으로써 비로소 일상에서 재밌고 즐거운 것을 새로 알게 됐다’고 말해요. 우울증은 뇌가 환자에게 생활방식을 바꿔서 새로운 인생을 찾아가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주는 거예요. 이 신호를 받아들여야죠. 우울증을 고통스러운 질병으로만 보기보다, 이걸 회복해가는 과정에서 좀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는 ‘훌륭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여겨보세요.

백 종 우 우울증 등 기분장애, 치매예방, 불면증, 위기상담 및 자살예방 분야 전문가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심리부검센터 센터장을 지냈고, 현재는 한국자살예방협회 사무총장, 재난정신건강위원회 운영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상, 서울시장 표창 등을 받았고, 동대문구 정신건강증진센터 센터장으로도 일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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