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사망원인 1위' 머지않아… 癌처럼 예방·관리를

입력 2016.12.13 08:00

[전문가 대담] 심장질환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한규록 심장학회 보험이사 "선행질환 고혈압·당뇨병 등 환자 느는데 제대로 관리 안 돼"
조명찬 심장학회 총무이사 "현재 유병률 등 국가 통계 없어… 데이터 있어야 치료 목표 명확"
최기준 심장학회 홍보이사 "심장질환 조기 발견율 높이려면 심전도 검사, 국가검진 돼야"
오병희 심장학회 이사장 "심장건강 캠페인 계속해야… 어렸을 때부터 질환 교육 필요"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은 최근 10년 동안 41.6%나 증가했다(통계청 자료). 심장질환 사망자 수는 2015년 기준 2만 8326명으로 전체의 10.3%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인 사망원인 순위도 2012년 3위에서 2위로 상승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심장질환이 조만간 암을 제치고 사망원인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을 하고 있다. 사회가 고령화되고,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비만 같은 심장병 선행질환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심장 건강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이 많다. 심장병 관리·예방에 대한 국가적인 시스템도 부족하다. 대한심장학회 오병희 이사장, 조명찬 총무이사, 최기준 홍보이사, 한규록 보험이사를 만나 심장질환 사망률 감소를 위한 현실적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예방·치료·연구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대한심장학회 한규록 보험이사, 조명찬 총무이사, 오병희 이사장, 최기준 홍보이사(왼쪽부터)가 심장질환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 방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예방·치료·연구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대한심장학회 한규록 보험이사, 조명찬 총무이사, 오병희 이사장, 최기준 홍보이사(왼쪽부터)가 심장질환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 방 안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한국도 미국처럼 심장질환이 사망원인 1위로 올라설 것이라 생각하는가?

오병희:
100% 그럴 것이다. 현재 파악된 심장질환 사망자 수는 실제보다 낮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드물게 심장질환이 사망원인 2위인 국가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심장질환이 1위를 차지한다. 미국도 거의 100년 동안 심장질환이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 심장질환 사망률이 높아지는 이유는 오래 살기 때문이다. 암은 70세 이상 고령이 될수록 발생률이 줄어드는 반면 심장질환은 그렇지 않다.

한규록: 통계상 암으로 인한 사망 진단은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되는 반면에 심장질환은 그렇지 않다. 심장질환 환자가 폐렴 합병증으로 사망을 한다면 사망원인을 폐렴으로 판단한다. 그래서 통계를 보면 암 사망자수(7만6855명)보다 심장질환 사망자 수(2만8326명)가 훨씬 적게 나타나는 것이다.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급증하고 있는 원인은?

한규록: 심장질환의 선행질환인 고혈압·당뇨병·이상지질혈증 환자가 늘고 있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 질환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관리를 소홀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2014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고혈압 조절률은 45.7%, 당뇨병 조절률은 25.3%, 이상지질혈증 조절률은 38.6%로 모두 절반에 훨씬 못미친다.

조명찬: 혈압·혈당 관리 등을 철저히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냥 참거나, 치료 대신 엉뚱한 일을 한다. 예를 들어 고혈압 원인 중 하나는 짜게 먹는 식습관인데, 죽염으로 치료를 하겠다는 환자도 있다. 온라인에는 이와 같은 수많은 잘못된 정보가 떠돌아 다닌다. 고혈압이나 당뇨병은 평생 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은 외국에 비해 약 복용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것 같다.

―심장질환에 대한 조기진단이 잘 안되고 있나?

최기준: 그렇다. 국가검진에서 심장질환을 스크리닝을 할 검사가 전무한 상태다. 현재 국가검진에서는 심장질환 위험인자인 혈압·혈당·콜레스테롤 검사나 흉부 X-ray 촬영으로 심장 비대를 파악하는 정도만 하고 있다. 국가검진에 심전도 검사를 포함시켜야 한다. 심전도 검사는 검사 비용이 6000~7000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부정맥·허혈성 심장질환자는 어느 정도 걸러낼 수 있다. 심장병 고위험군이나 55세 이상인 사람에게 2년마다 심전도 검사를 하게 하면 심장질환의 조기 발견율이 높아질 것이다.

한규록: 심장질환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며, 치명적이다. 심근경색은 한 번 발병하면 사망률이 30%에 달한다. 부정맥은 첫 번째 증상이 갑자기 뇌졸중으로 찾아오는 경우 많다. 국가검진에 심전도 검사를 포함시키면 사회적 비용 대비 효과가 클 것이다.

―심장질환 사망률을 줄이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조명찬: 암의 경우는 수십 년 전부터 국립암센터에서 환자등록사업 및 치료, 암 통계, 암 연구 등 총체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심장질환은 이런 컨트롤 타워가 없다. 심장질환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심장질환에 대한 유병률·발생률에 대한 기본적인 국가 통계도 없는 상황이다. 심근경색 환자 수가 얼마나 되는지, 1년에 얼마나 발생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이런 데이터가 명확해야 타깃이 생겨 치료 목표가 명확해진다. 미국심장학회는 2025년까지 심장병에 의한 사망률을 25%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는데 우리는 데이터가 없어 목표를 잡지 못하고 있다.

최기준: 다행인 것은 올해 5월에 '심뇌혈관질환의 예방과 관리에 대한 법률'이 제정됐다는 점이다. 암은 암 관리법, 자살은 정신건강증진법 같은 법률이 이미 있다. 심뇌혈관질환 법률은 2017년 상반기까지 하위 법령을 만들어야 하는데, 심장질환에 대한 연구뿐 아니라 예방 및 치료, 재활, 완치 후 사회로의 복귀 등 심장질환과 관련된 일련의 과정을 모두 담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예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오병희: 하위 법령을 만드는데 환자를 직접 치료하는 심장질환 전문가 그룹의 의견이 적극 반영돼야 한다. 심장질환을 전공하지 않은 전문가로 구성되다보면 법이 현실감이 떨어질 수 있다. 심혈관질환에 대한 법률이 제정되면 정부는 5년에 한 번씩 종합계획을 세워야 한다.

―해외에는 심장질환을 관리하는 국가 차원의 컨트롤 타워가 있나?

조명찬: 일본은 오래 전부터 국립 순환기센터(NCVC)를 운영해왔다. 일본 국립 순환기센터는 환자 치료도 하고 인공심장 등 질환과 치료에 대한 연구 개발도 하며, 일본 전역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환자(급성기 환자 제외)의 심장이식 등도 담당하고 있다. 미국은 수십년 전부터 국립보건연구원(NIH) 산하 심장·폐·혈액 전문기구(NHLBI)를 운영하면서 심장에 대한 연구를 총괄하고 정책에 반영하고 있다. 그 덕분에 미국의 심장질환은 감소하고 있다.

―심장내과 의사들은 심장질환을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

최기준: 대한심장학회 주관으로 건강강좌를 진행하고 있으며, 9월 마지막 주를 심장주간으로 정하는 등 예방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오병희: 심장주간 선포는 심장질환 인식 개선의 계기가 됐으며, 향후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2012년부터 ‘나트륨 줄이기 본부’ 위원장을 하고 있는데 과거에는 나트륨이 어려운 단어였는데 현재는 나트륨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정부 주도 후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캠페인이 좋은 것 같다. 심장질환 역시 캠페인을 통해 심장건강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알려야 하며, 특히 어렸을 때부터 질환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심장질환 예방을 위해 “We are fighting for your heart(우리가 당신의 심장건강을 위해 싸운다)”와 같은 간단 메시지를 TV 광고를 통해 노출하고 있다. 우리도 심장질환 예방을 위해 메시지를 간단하게 가야 한다. ‘싱겁게 먹고, 운동하고, 금연하고, 건강 수치 알고 조절하면 심장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심장질환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최기준: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허리둘레 등 자신의 건강수치를 알고 정상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조명찬: 심장질환 예방관리를 위한 국립 심혈관센터 등 총괄 시스템 정비가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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