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지방·저탄수화물 식단 찬성론 VS 반대론
■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가
PART 4. (주장2) 고지방식, 건강에 해롭다
고지방식은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 또한 만만찮다. 단기간에 살을 빼준다는 건 인정하지만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질환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 특히 해당 식단을 먹다 중단하고 다시 탄수화물을 섭취할 경우 살이 급격히 찔 수 있다고 경고한다. 고지방·저탄수화물에 대한 반대 입장을 들어봤다.
“기저질환 있다면, 고지방식 하지 말아야”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단기간에 살을 빼주는 데 효과적인 건 맞다. 그러나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지속적으로 할 경우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현재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의 핵심은 탄수화물을 제한함으로써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건데,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다 쓰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결국 에너지원으로 소진되지 못한 지방은 체내에 쌓이면서 고지혈증을 만들고, 심혈관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당뇨병이나 고혈압, 고지혈증 같은 기저질환이 있거나, 노년층이 고지방식을 지속하면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당뇨병을 가진 이들은 일시적으로 탄수화물(당)을 섭취하지 않으면 당뇨가 조절될 수 있지만 지속할 경우 심장이나 눈, 혈관 질환 같은 합병증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고지혈증 같은 심혈관질환 전(全)단계에 놓여 있는 고위험군 역시 뇌출혈이나 뇌경색, 심근경색 발생이 염려된다. 또한 지방만 먹을 경우 체내 전해질 균형이 흔들리면서 몸이 탈수되기 쉽다. 일반인들도 2주 이상 탄수화물 없이 지방만 섭취하면 머리가 아프거나 구토가 발생한다. 해당 다이어트의 창시자라 할 수 있는 앳킨스 박사를 보면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고 알려진다. 사망 당시 몸무게가 100kg이 넘었다고 하는데 이것만 봐도 고지방·저탄수화물의 위험성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질환이 있거나, 노년층은 고지방·저탄수화물은 지양해야 한다.
“심장질환자가 고지방식할 경우 급사(急死)위험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오한진 교수 고지방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다. 단기간에 걸친 데이터는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인 데이터를 가진 연구결과는 발표된 바 없다. 지방 자체도 열량이 높은데, 거기에 버터까지 함께 먹다보면 결국 혈액 속에 지방이 쌓이고 간에 영향을 줘 고지혈증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지방이 인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경우는 신체가 비상 상황일 때, 즉 탄수화물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지방을 사용해야 할 경우이다.
그런데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지방을 먹게 되면 우리 몸을 인위적으로 비상 상황을 만들게 되고 케톤이 분비된다. 케톤은 당뇨병 환자와 콩팥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는 케톤산증이 발생해 혼수상태가 될 수 있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이들도 마찬가지이다. 지방이 혈관내피세포에 계속 쌓이면 결국 심근경색 위험이 높아진다. 심혈관질환자가 무리하게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 할 경우 급사의 위험도 있다. 무엇보다 이 다이어트를 하다가 탄수화물을 먹는 순간부터 인슐린이 분비돼 살이 급속도로 찔 수 있다.
이번 다이어트 열풍을 보면, 많은 사람이 굶지 않아도 체중을 감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낀 듯하다. 그리고 지방이 해롭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에도 일부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뭐든 많이 먹게 되면 해가 된다. 많이 먹어서 다이어트가 되는 경우는 없다.
“고지방식, 지속 가능한 식단 아니야”
대한약사회 약바로쓰기운동본부 정재훈 약사 인간은 잡식 동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영양소가 한쪽으로 치우친 식사를 계속하기 힘들다. 대개의 경우,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다보면 탄수화물 음식에 대한 욕구가 늘고, 이를 거스르기 힘들어서 지속할 수 없다. 그리고 인류가 오래전부터 곡류를 주식으로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첫째로 투자 대비 효율이 제일 좋은 식량이다.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곡류를 배제하고 육류 섭취를 늘리는 식인데, 돼지고기 1kg을 얻으려면 사료 곡물 4kg, 소고기 1kg을 얻으려면 사료곡물 7~8kg이 필요하다. 전 세계 사람들이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한다고 나서면 현재의 농업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지속 가능성 차원에서는 육류 섭취는 줄이는 게 옳다.
그리고 고지방·저탄수화물이 당뇨병에 도움된다는 주장에도 문제가 있다. 본래 당뇨병이나 지방간에는 과음과 과식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효과 있다. 단기적으로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효과 있을지 몰라도, 장기간의 연구에서는 거의 대부분 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25년간의 스웨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처음에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감소했지만 결국에는 증가했다. 고지방·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하면 마음껏 먹어도 된다는 식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과식하기 쉽다는 점도 반대의 이유다. 특히 만성질환자들은 의사와 상담 없이 이런 식의 극단적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고지방식으로 인해 대장암, 유방암 같은 암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립되지 않은 주장, 각종 질병 노출될 확률 높아”
의정부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염근상 교수 지방의 섭취와 분해 대사량, 호르몬 분비는 사람마다 그 기준이 아예 다르다. 평생 맘껏 먹어도 날씬한 사람은 이 때문에 존재하는데 대사 효율이 낮은 사람, 예를 들어 물만 먹어도 살찌는 사람이 영양성분을 비교하지 않고 고지방식을 하게 되면 각종 질병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더욱이 현재 고지방·저탄수화물이 주장하있는 ‘고기를 먹으면 당뇨병이 완화되고, 심장질환과도 연관이 없다’는 주장은 아직 논란일 뿐 정립된 게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성급하게 따라 할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걱정스럽다.
뉴질랜드 연구팀
“스웨덴 사람들 콜레스테롤 수치 높아져”
실제로 지방을 먹는 것이 체중 감량에 효과 있고, 건강하게 해준다는 주장에 반대되는 연구결과도 있다. 뉴질랜드 오타고대학 연구팀은 <란셋>지 최신호에서 ‘고지방·저탄수화물 식단이 인기 있는 나라에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갔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40년 동안 고지방·저탄수화물 식단이 유행하는 스웨덴 일부 지역에서 포화지방 섭취 증가와 비례해 주민들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크게 올라간 사실을 확인했다.
과체중 그룹, 지방 먹는 비율이 높아
영국 글래스고대학 연구진은 영국 성인 13만 명을 대상으로 이들의 비만 혹은 과체중 상태 및 섭취하는 칼로리와 음식 성분의 종류 등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전체 조사 인구 중 과체중이거나 비만으로 나타난 남성의 66%, 여성의 52%를 비만인 그룹으로 책정하고, 정상체중이거나 저체중인 그룹과 섭취하는 지방 및 당분의 양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비만인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지방섭취율이 매우 높게 나타난 반면 당분 섭취 비율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젊고 건강하다면 단기간 다이어트 효과 볼 수 있어 연구가 더 필요한 상태…
고지방·저탄수화물이 단시간에 체중감량 효과를 볼 수 있는 식단이라는 데는 어느 정도 합의가 된 듯하다. 또한 더 이상 지방이 해로운 음식이 아닌, 인체 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영양소라는 점이 부각된 것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고지방·저탄수화물 식단이 당뇨병에 효과적이고, 중성지방이나 콜레스테롤 등의 건강 지표를 개선시켜준다는 주장은 좀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이다. 정재훈 약사는 “올해의 화두는 ‘지방의 누명’, ‘지방의 역습’으로 볼 수 있지만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연구 하나와 그에 대한 언론 보도, TV 프로그램을 근거로 식생활을 통째로 바꾸는 건 시기상조다”라고 말했다. 오한진 교수는 “먹으면서 살을 빼는 방법은 세상 천지에 없다”며 “모든 다이어트를 비롯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생활 중에 명확한 연구와 결과가 있는 것은 ‘덜 먹고, 많이 움직이고, 육류와 채소, 곡류 등을 골고루 챙겨 먹는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