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반염 10%, 질염 원인… 性경험 없어도 걸려

입력 2015.08.26 08:30

자궁으로 세균 들어가 염증… 면역력 떨어져 방어 못한 탓

직장인 이모(26)씨는 2주 전 생리 중에 극심한 아랫배 통증이 생겼다. 몸을 움직일 때는 물론 가만히 누워있어도 통증이 심했다. 이씨는 단순 생리통으로 여겨 진통제를 여러 차례 먹었지만 증상이 낫지 않자 병원을 찾았고 '골반염' 진단을 받았다. 골반염은 보통 성(性)생활 중에 옮는 성병균 탓에 생긴다고 알려져 있어 성 경험이 없던 이씨는 크게 당황했다.

◇질염으로 생긴 유해균 골반염 유발

골반염 10%, 질염 원인… 性경험 없어도 걸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골반염의 80~90%는 성생활로 인해 임질이나 클라미디아 같은 성병균이 자궁에 옮아 생긴다. 하지만 이씨처럼 성생활을 하지 않아도 골반염이 생길 수 있다. 환자의 약 10%는 질염이 골반염으로 악화된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박정열 교수는 "질염으로 생식기에 유해균이 많아지면, 이 유해균이 자궁까지 들어와 골반염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질염은 여성의 감기로 불릴 정도로 흔한데, 몸의 면역력이 크게 떨어졌을 때 유독 골반염으로 악화된다. 박정열 교수는 "자궁경부에는 세균을 죽이는 점액질이 분비되는데, 과도한 스트레스 등으로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점액질이 제 기능을 못하면서 세균이 자궁 안으로 들어가 염증이 생긴다"고 말했다.

◇항생제 치료로 대부분 완화

골반염은 다행히 세균을 죽이는 항생제 치료를 하면 대부분 낫는다. 열이 없고 염증수치가 높지 않으면 항생제를 3일 정도만 먹어도 증상이 완화된다. 하지만 38도 이상의 열이 지속되고 염증수치가 높으면 입원을 하고, 길게는 2주 정도 항생제로 치료한다. 단, 4~5일 항생제 치료를 했는데도 증상이 낫지 않거나 악화되면 염증으로 인한 자궁 내 고름이 계속 차 있는 상태일 수 있다. 이때는 고름을 밖으로 빼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

골반염을 예방하려면 문란한 성생활을 피하고 질염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 질염을 막으려면 스키니진 같이 몸을 꽉 조이는 옷을 입지 않는 게 좋다. 박 교수는 "피로감이나 스트레스를 줄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