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감염 관리 여전히 허술… 病 고치려다 病 얻는다

지난 달 부산의 한 산부인과에 근무하는 40대 간호조무사가 결핵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신생아실에서 근무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그녀가 근무하는 동안 신생아실을 거쳐간 영유아를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1명이 결핵 의사환자(영상검사에서는 결핵 소견이 나왔지만 혈액에서는 균이 검출되지 않은 상태)로 판정받았고 49명이 피부반응 검사에서 결핵 양성반응이 나왔다. 50명 모두가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전염성이 강한 결핵 환자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신생아를 목욕시키고 분유를 주는 등의 일을 했다는 사실에 부모들은 분노했다.

2년 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에서 어깨나 무릎 질환으로 관절경 수술을 받은 환자 6명이 녹농균(패혈증을 일으키는 세균)에 감염됐다. 병원측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병원의 잘못이 아닐 수 있다"고 변명했지만 문제가 된 관절경 기기를 더는 쓰지 않고 다른 기기로 바꿨다. 관절경 수술 후에는 수술도구를 1시간 이상 멸균처리한 뒤 다시 써야 하는데, 이 병원은 10분 정도 소독수에만 담갔다가 다시 쓴 것이다.

같은 해 서울의 한 의원에서 관절염으로 스테로이드와 진통제를 섞은 일명 '뼈주사'를 맞은 환자 54명이 결핵에 걸렸다. 뼈주사를 맞은 시기는 달랐지만, 모두 동일한 주사약을 맞은 게 확인됐다. 의원 원장은 한 번 쓴 주사약을 버리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도 맞혔는데, 이 과정에서 균에 감염된 것이다. 원장은 위생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로 구속됐다.

국내 병의원의 감염 관리 수준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지만, 여전히 병을 고치러 갔다가 감염돼 다른 병을 얻어오는 의료사고는 이처럼 꾸준히 발생한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감염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수는 2011년 65건, 2012년 16건, 2013년 7건이었다. 2011년 세계보건기구(WHO) 분석자료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병원 감염율은 3.7%라고 한다. 입퇴원자 100명 중 3~4명이 병원에서 감염된다는 것이다. 매년 10만명이 병원 감염으로 사망하는 미국의 병원 감염율(4.5%)보다 낮지만, 존스홉킨스대학 환자안전분야 정헌재 박사는 "미국은 보고체계가 확실해 드러나는 것이고 우리나라는 이런 일이 생기면 감추기 급급하기 때문에 미국보다 적게 보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 감염사고는 더 많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대한감염관리간호사회가 2012년 대학병원을 포함한 전국 193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소독·멸균 실태조사 결과〈표 참조〉는 우리 나라가 여전히 감염 사고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소독약에 완전히 담가야 할 내시경 기구를 단순히 소독약으로 닦기만 하는 곳이 44.7%나 됐다. 효소세척으로 혈액·체액 같은 단백질 성분을 제거해야 할 복강경·관절경을 비누나 알코올로 단순 세척하는 곳이 36%였다. 소독 후 멸균커버를 씌워 써야 할 여성 질초음파 검사 도구를 소독약으로만 닦거나, 닦지도 않고 멸균커버만 교체해 그냥 쓰는 경우도 45.3%를 차지했다. 수술간호사회 우진하 회장(건대병원 수술간호팀장)은 "감염 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데, '설마 무슨 일이 생기겠어' 하는 마음으로 안이하게 생각하는 게 문제"라며 "병원 경영자·의료인·환자의 감염관리 인식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의사, 간호사 등 의료기관 종사자뿐 아니라 환자와 가족도 감염 관리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한다. 우 회장은 "입원환자 면회 규칙 준수, 손씻기 등 기본적인 감염 예방 의무를 지키는 것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