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읍에서 수년째 농사를 짓는 농부 김씨(62세, 男)는 이번 가을 농번기가 두렵다. 농사를 하면서 마음대로 다리나 허리를 펴본 적이 없었다. 몇년전부터는 엉치나 다리가 저림을 느꼈다. 급기야 최근에는 오래 서있거나 오래 걷기가 힘들어져 농사일의 부담이 너무 큰 나머지 수년 이상 참았던 고통을 뒤로하고 병원을 방문했다. 지금이라도 이를 치료하지 않으면 추수를 못할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정밀 검사 후, 그에게 ‘척추관협착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병원방문시기가 많이 늦어져 수술이 필요하기에 결국에는 가을 농번기에는 일손을 도울 수 없게 됐다.
최근 들어 농기구의 발달로 농부들의 작업이 한결 수월해졌다고는 하지만 일 년 내내 허리를 굽히고 사용하는 농부의 척추는 아직도 괴롭기만 하다. 그나마 김씨의 동네에서 젊은 편인 김씨의 척추 건강도 상황이 이런데 다른 이는 더하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척추 안쪽에 있는 신경다발을 보호하는 척추관이 조금씩 좁아지면서 신경을 누른다. 이를 바로 척추관협착증이라 부른다. 쪼그려 앉아 작업하는 농업인들에게 많이 발병하기에 일각에서는 ‘농부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오랜 시간동안 몸을 쪼그려 앉아있으면 척추에 부담을 주게 되며 척추관협착증의 발병률이 높아지게 된다. 척추관협착증의 특징으로는 신경이 압박돼 엉덩이부터 다리까지 뻗어나가는 통증과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 이것이 심해지면 조금만 걸어도 다리가 저리고 심한 경우, 주저앉기도 한다.
안양윌스기념병원의 심정현 병원장은 “농사일을 하는 분들에게 척추관협착증의 발병이 많다. 이는 사무직이나 여타 직업에 비해 바르지 못한 자세로 오랜시간 일을 하기에 척추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농촌환자가 병원을 방문했을 때, 수술을 해야하는 확률이 서울 수도권에 사는 일반인과 비교하여 높은데 이는 첫째로 환자가 치료를 미루는 경향, 둘째로 치료받을 병원이 지방에 마땅치 않아 병을 키우다가 적절한 방문시기를 놓치기 때문이다.
국민의 끼니를 책임지는 농촌의 건강한 허리를 위해서는 관리가 중요하다. 논에서 밭에서 일을 하더라도 간단한 운동으로 이를 지켜줄 수 있는데 장시간 몸을 구부리고 일을 하다가도 1시간에 한번씩 일어나 허리를 펴주는 것이 좋다. 허리를 오른쪽 왼쪽으로 돌리는 스트레칭, 허리를 뒤로 젖혀주는 스트레칭 등이 도움이 된다. 또한 가볍게 30분 이상 꾸준히 걷는 것도 척추건강에 좋다.
만약 허리, 목, 다리 등 통증을 느껴 조금이라도 척추질환이 의심된다면 적절한 시기에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병원에 바로 내원해야 한다. 처음에는 약물, 주사, 운동 등 비수술적인 치료법으로 치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를 간과하고 병을 키우다 보면 수술을 해야 할 확률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