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특진실]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

입력 2013.05.22 08:30

패스트(Fast Track) 트랙 도입, 암 진단부터 수술까지 7일에 완료
제도 도입전 비해 2주나 빨라 진료당일 모든 검사 완료…의료진 20명 협력체제 구축

지난 16일 오전 7시30분.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회의실에 대장암센터 의료진 20여 명이 모였다. 외과, 혈액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그리고 대장암이 주로 전이되는 간이나 폐를 보는 간담도외과, 흉부외과, 조직검사를 담당하는 병리과 의료진이 모두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5년 전 대장암 수술을 받은 환자의 마지막 검사 결과를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재발로 의심되는 희미한 흔적이 CT(컴퓨터단층촬영) 영상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환자가 불안해 하니 수술을 하자"는 외과 의사와 "암이 아닐수도 있으니 일단 지켜보자"는 방사선종양학과 의사의 의견이 맞섰다.

결국 당장 수술하지 않아도 지장은 없으니 두달 정도 경과를 지켜보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대장암, 진단 후 1주일 안에 수술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에서는 매주 목요일마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 지난 달 기존 암센터를 암병원으로 확대한 이후 이 회의가 더 중요해졌다. 대장암 진단 후 1주일 내에 수술에 들어가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패스트 트랙은 환자가 병원에 오는 횟수를 줄여 불편을 없애주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수술을 앞둔 환자의 불안감을 덜어주기위해 이 동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대장암 환자가 수술장에 들어가기 전 동영상으로“수술은 잘 될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김희철 교수의 인삿말을 듣고 있다. 김 교수는 수술을 앞둔 환자의 불안감을 덜어주기위해 이 동영상을 제작했다. /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다른 대형 병원의 경우 보통 진단 후 수술까지 3주 이상 걸리는데, 이와 비교하면 시간을 3분의1로 단축한 것이다. 지금까지는 외래 진료후 CT, 대장내시경, 혈액, 심전도 등 각종 검사를 받은 뒤, 그 결과를 확인하고 수술 스케줄을 잡기 위해 많으면 4차례 병원에 와야 했다. 삼성서울병원 대장암센터는 이 과정을 하루만에 끝낸다. 오전 8시부터 오후 진료 전까지 모든 검사를 끝내고 진료 시간엔 수술 날짜를 잡는다.

패스트 트랙은 현재 당뇨병·고혈압 같은 전신질환이 없고 주변 조직으로 전이됐거나 재발하지 않은 대장암 환자에게만 적용된다. 대장암센터장인 김희철 교수는 "이 제도 도입 이후 대장암 환자 중 80%가 1주일 안에 수술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방식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가 암병원 개원 후 30명이 넘었다. 김희철 교수는 "치료의 우선순위 등을 임상진료 지침으로 정해 놓았기 때문에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취과, 병리과 등 전체가 협력

환자들이 대형 병원이나 특정 의사에게 몰리고, 의사 한 명이 하루에 환자 80여명을 진료해야 하는 현실에서 패스트 트랙 도입이 쉬운 것은 아니다. 수술을 맡는 외과 뿐 아니라 병리과, 마취과 등 여러 과의 업무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병원 전체 시스템을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병리과 의사들은 업무의 집중화를 통해 통상 1주일 정도 걸리는 조직검사 시간을 3일로 단축한다.

특정 의사에게 환자가 몰리지 않아야 패스트 트랙이 안정적으로 운영된다. 이를 위해서는 대장암센터 전 의료진이 환자들과 잘 소통해야 한다. 대장암센터 의료진은 환자들의 요구 사항을 충분히 듣고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주치의를 서로 추천하고 있다. 자기 명성만 고집하지 않는 것이다. 김희철 교수는 "의사들이 '이 수술은 저 보다는 다른 교수에게 받는 것이 더 좋다'고 환자들에게 쉽게 권유할 만큼 열려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무조건 속도만 중요시 하는 것은 아니다. 수술 성공률도 최고로 유지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대장암 사망률은 0.34다.(2011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환자 100명 중 수술 중이나 수술 후 30일 이내에 사망하는 경우가 1명 미만이라는 의미다. 5년 상대생존율도 70.6%로 일본(68.9%), 미국(65%), 유럽(53.9%)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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